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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mileHee Aug 09. 2024

학기 시작, 첫 번째 챌린지

모두 저에게 관심을 꺼주세요


미국에 처음 도착한 겨울방학 한동안은 정신이 없었다. 학기 시작 전까지 준비할 것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는 교복 대신, 색상은 무관하지만 카라가 있는 셔츠를 옷 안에 집어넣어 입어야 했다. 의무 사항인 투턱 바지와 학교에서 제공하는 치마도 모두 구매했다.


나의 입학 첫날은, 2학기가 개강하는 날이었다. 1학기부터 나도 함께 했으면 덜 어색했을까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이 학교는 동네 작은 기독교 학교인 만큼, 유치원생 때부터 교회 활동까지 대부분 모두가 함께하는 학교 형태라고 한다. 어쨌든 그들은 매우 편안하고 서로가 반가운 모습이었다.




이동 수업을 하기 전, 전 학년이 모이는 짧은 조회 시간이 있었다. 교장선생님은 “나를 한국에서 온 헤이주(희주)“라고 반 친구들에게 소개했다. 모두가 앉아 나를 바라보는, 매우 어색하고 멋쩍은 순간이었다. 영어를 쓸 줄 모르므로, 자연스럽게 나는 의기소침해졌다.


“Does anyone need a lunch slip? Please raise your hand.

점심 신청할 사람 있으면 손 들어주세요.”


어제 나는 일부러 도시락을 챙기지 않았다. 이유는, 혼자 한국 음식을 싸 가면 이상할까 봐였고, 그래서 이번주 며칠 동안 친구들의 상황을 보기 위해서였다. 모두가 사 먹는 상황이라면, 나도 자연스럽게 같이 사 먹을 생각을 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아무도 런치 슬립이 필요하지 않았다.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손을 드는 친구가 있다면 종이를 나눠주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내 자리 뒤로 약 열 명, 내 앞으로 약 스무 명..

과연 나는 손을 들 수 있을까..?




결국 나는 손을 들지 못했다. 처음 며칠은 조회를 마치고 선생님을 찾아가, 종이를 달라고 따로 말씀드려 양식을 제출했다. 당장 먹을 점심이 없으면서도, 손을 들며 주목받는 시선들이 더 부담이 된 나머지, 나는 그 이후에도 조회시간 중에 손을 드는 데까지 한 일주일의 시간이 걸린 것 같다.



그렇게 나의 첫 미국 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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