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오늘의 글쓰기는 스킵!
휴가를 다녀오니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월요일 오후, 직장동료의 건강이 좋지 않아 다음날 예정된 워크숍을 대신 진행하게 되었다. 쌓여있는 일들을 쳐내고, 워크숍 준비까지 마치니 열한 시가 넘어 있었다. 힘을 내어 글을 써 볼 수 있었겠지만 에너지가 고갈된 느낌이다.
뭐 어쩌겠어, 오늘의 글쓰기는 스킵!
하루라는 시간 안에서 글을 쓰는 것, 나와의 약속이기 때문에 중요하다만 글쓰기를 하고자 하는 본질을 생각해 보면 계속해서 써 나간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하루 쓰지 않는다고 해서 망하는 게 아니니까.
스스로 만든 규칙을 수행해 나가는데 즐거움을 느끼는 나로서는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뭐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니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인다.
하루씩 밀려 쓰는 것도 은근히 괜찮은데?
매일 글쓰기 모임장의 글감이 주어지고 모임원들은 글을 써 나간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마무리 지은 글감을 나는 다음날 나의 생각을 얹어 글을 써보기로 했다. 그 공간 안에서 튀는 듯한 느낌도 들지만 상관없다. 나는 나의 길을 갈 뿐!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는 것도 없지 않은가.
글감을 하루 전에 받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아 좋았다. 어떤 글을 쓸지 주제가 떠오르지 않아 막막한 때가 있었는데,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고 나니 생각 정리도 한층 더 잘 되는 느낌이었다.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날 때가 있다. 그것에 대한 결과는 하프 앤 하프다.
J 중의 J. 분단위로 계획을 세우기도 하는 사람, 바로 나다. 여행에서는 한 박자 쉬고 P처럼 살아보겠다며 마음먹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즐기는 걸로. 그런데 그게 마음먹은 대로 될까?
비행기 체크인은 보통 24시간 전에 문자 알람이 온다. 원래 같으면 재빠르게 체크인하여 창가 좌석을 선택했겠지만 이번엔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다 보니 체크인 시간을 놓쳤다. 당일 세 시간 전에 비행기 셀프 체크인을 하려고 확인하니 자리가 하나도 없다고 뜬다. 뚜둔.. 이것이 바로 오버부킹인가!
J에게는 상당히 곤란한 순간이다. 심장이 철렁. 왜 어제 나는 나답지 않게 평소에 안 하던 짓을 한 걸까 생각한다. (자책) 일단 공항으로 가서 카운터에서 확인해야 한단다.
우선 최악의 상황부터 확인해 보자. 자리가 없으니 자리가 남아있는 비행기로 옮겨주겠지? 만약 일요일이라 모두 만석이라면? 기장님 무릎에라도 앉아서 가야 하나. 흠.. 정말 최악은 하루 자고 내일 가는 거겠지. 그렇다면 별로 상관이 없다.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세상 무너지지 않는다.
공항으로 가서 카운터에 물어보니 짐이 있는지 물어보더니 바로 처리해준다고 한다. 이런저런 질문을 한다. 최근에 수술이나 아팠던 적이 있는지 물어보는데 모두 해당되지 않는다.
비상구 좌석을 주기 위한 질문사항이라고 한다.
비상구 좌석을 준다 한다! 비행 중의 나의 역할이(?) 주어지고 자리도 넓다는 그 비상구 좌석!? 긴장되었던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기분이 좋아지기까지 한다.
이번주 글감 목록 중에 "생각지 못한 사람과 친구가 되어본 적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에 나에게 특별한 친구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한 어린 친구가 떠올랐다. 그 친구를 떠올리며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나는 추억 여행 중. 아침 출근길이 나도 모르게 두근거렸다.
1. '말'이라는 키워드로 자유롭게 써 보아요!
2. 나만 알고 있는 사실이 있으신가요?
3. 생각지 못한 사람과 친구가 되어본 적 있으신가요?
4. 실수를 해 본 적 있으신가요?
5.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있으신가요?
소피아가 떠올랐다.
아일랜드 어학연수할 때 아파트에서 룸 셰어를 했다. 파키스탄인 친구 한 명, 베네수엘라에서 온 친구와 그녀의 딸 소피아. 이렇게 네 명이 함께 살았다.
네 살 소피아는 발랄한 공주님 스타일이다. 그런데 놀 때는 다소 터프한 느낌
처음 만날 날부터 우리는 가까워졌다. 잠자러 가기 전 “Don’t forget to wake up!” 이라며 장난을 치고 갔다. 귀여워
여행을 다녀오면 손가락으로 날짜를 세면서 날 기다렸고 매일 함께 놀면서 가까워졌다. 애니메이션도 함께 보고 음식도 만들어 먹고 놀이터에 가서 함께 뛰어놀기도 했다.
어느 날은 너무 피곤해서 ‘미안한데 오늘은 내가 너무 피곤해서 놀기 어려울 것 같은데, 괜찮을까?’라고 말했더니 시무룩하게 나가더니 바로 들어와서 “그래도 우리 계속 베스트 프랜드 맞지? “라고 말했다. 말하는 게 왜 이리 귀여운지, 피곤해도 놀아야지! 하면서 몸을 일으켰다.
아이의 솔직함과 순수함. 함께여서 즐거웠고 많이 배웠다. 지금쯤이면 키도 많이 크고 발랄한 틴에이저가 되어 있을 소피아. 소피아에게 윤이라는 친구는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