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넷, 유럽 돌바닥에서의 기록 8

여덟 번째 기록- 나를 사랑해 in 포르토

by 릴리코이

오늘 아침은 어제와 같은 새우 넣은 올리브 파스타. 맛은 perfect! 새우를 1KG짜리를 사 왔으니... 최대한 먹을 만큼 먹어봐야지. 내일 아침도... 너로 정했다.

새우 반, 올리브유 반, 면은 3인분


포르토에서 첫 기념품, 친구들께 하사할 미니와인을 사고, 포르토에서 유명하다던 에그타르트를 먹으러 왔다. 집에서 나와 세상 여유롭게 걷는 길, 어떤 외국인 남자 한 명이 비를 피해 건물 구석에 캐리어와 함께 쪼그리고 앉아있었는데 그 눈빛이 잊히지가 않는다. 비에 쫄딱 젖어 날개가 부러진 새 같았달까. 도와줄까?라고 묻지 못한 것이 자꾸자꾸 마음에 걸려. 내가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건가..... 씩씩한 척 앞으로 휘적휘적 걸어가면서도 다시 되돌아갈걸. 가서 괜찮냐고 물어보고 우산을 씌어줄걸. 후회, 후회.. 또 후회.


오늘의 포르토는.. 여전히 비가 왔다 해가 떴다 한다. 원래 내가 머무는 4일 내내 비가 온다고 했는데 어제 날씨가 좋아 동루이스 다리를 건널 수 있었던 것은 축복, THANK GOD. 그나저나 내일은 제발 날씨가 풀려 비행기가 제때 떴으면.

저 카푸치노 한국에서 팔았으면 좋겠어요 아니 내가 팔까..

MANTEIFARIA나타는 엄청 크리미하고 슈크림 같다. 계란이 무진장 들어간 크림. 하지만 내가 좋아하지 않는 시나몬 향이 확! 이 집의 중요한 특징은 부드럽고 묽은 슈크림인 듯싶다. 보드라와. 구름을 녹이면 이런 맛일까.

에그타르트 집 바로 옆 Delta라는 카페에서 ice cappucino를 샀다. 이 카푸치노에는 거품이 아닌 밀크셰이크가 올라간다. 차가웁고, 보드랍고, 달콤하다. 유리창과 마주 앉아 사람들을 보며 앉아 책을 펼쳤는데, 자꾸 왠지 모르게 길거리 남정네들과 눈을 마주치고 찡긋 시선을 받는다. 유럽 남자들은 참 윙크를 좋아해.


비 오는 날 카페에 앉아 책을 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밤엔 비가 오나 하늘이 맑나 똑같이 아름다운 밤이다. 고로 이따가는, 해리포터 렐루 서점, 동루이스다리 야경 구경, 또 유명한 나타집 나타리스보아,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카페 마제스틱 카페로 포르토와 작별인사를 할 거야. 사실 리스본은 꼭 다시 가고 싶지만 포르포는 평생 다시 안 올지도 모른다. 좋지 않아서라기보다는 꼭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깨끗함, SO SWEET 한 사람들, 명화처럼 아름다운 강이 포르토를 완성한다. 레스토랑에서 혼자인 내게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라고 씽긋 웃으며 날 웃게 해 준 귀여운 웨이터님, 첫날 와인 한잔으로 포르토에 온 걸 환대해준 레스토랑 사장님.. 참 따뜻한 사람들. 포르투갈에서 정을 느낀다. 따뜻함을 느낀다. 감사함, 그리고 내 존재 자체에 소중함을 느낀다.


먼 훗날, 이 글은 소중한 여정의 기록일 거야. 24살, 첫 유럽의 기록. 그 무엇도 계획 않고 철저히 나 혼자만의, 나 혼자만이 감당할 시간과 생각. 나와의 여행, 나와의 데이트, 나와의 대화. 사실 내가 살아가며, 내 생각에 이렇게 집중하며 산 적은 이번이 처음인듯하다. 무언가에 쫓기지 않고 오롯이 음식을 느끼고, 오롯이 바람을 느끼고, 오롯이 나 혼자만의 삶. 나는 생각보다 나를 예뻐한다. 나는 예쁘다! 당당히 영어로 나의 의사를 표현할 줄 안다! 나는 똑똑하다! 나는 대단하며, 나는 누군가에게 주목받을 자격도 있는 존재다.


내가 무언가를 좋아하면, 그 무언가에 비해 낮다고 판단 후 나를 한없이 지구 끝까지 낮춘다. 하지만 혼자가 되면, 스스로 걷게 되면, 천천히 내 가치를 알아간다. 결국 나는,

누군가에 속한 내가 아니라, 나 스스로 바로 선 나를 더 사랑한다는 거다.

왜 몰랐을까? 여태껏 나는 누군가의 옆에 서있는 내가 행복한 줄 알았다. 사랑한다는 것은 그래, 좋은 거다. 어떨 땐 나를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한 웃음을 짓게 하지만 나는 혼자일 때 더 빛난다.

아니, 빛나 지려 노력한다.

그래서 결국.. 빛나 진다...!

나는 이렇게 혼자인,

나를 사랑한다.

나를 존중하고,

나를 아끼고,

나를 그 누구보다도 예뻐하고,

사랑한다.


갑자기 알 수 없는 감정으로 눈물이 뚝뚝.

나를 잘 돌봐주어야지 이제, 내가 나를 잘 돌봐주지 못함에 대한 미안함일 거야.

화싹!!!!!!!! 귓가에 들리는 소리

포르토의 또 다른 유명한 NATA LISBOA는 페스츄리가 강점인 것 같다. 무지 크리스피하고 속 크림이 몽글몽글, 많이 달진 않다. 이 집도 은은한 시나몬 향이 특징. 직원이 윙크를 찡긋! 다들 너무 친절하셔.

아무 계획 없이 지도도 없이 무작정 걷다가 예정치 않았지만 포르토의 명소 클레이 무스 성당, 카르무 성당에 들렀다. 렐루 서점도 들러 어린 왕자 영문판을 샀다. (티켓이 5유로인데 책 사면 5유로를 할인해준다기에 샀다고 말 안 해...) 5유로 아끼려고 10유로를 썼구나...


이로써, 계획한 건 아니지만 마제스틱 카페만 가면 포르토의 주요 관광지는 전부 본 셈이다. 와인, 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추천하고 싶은 깨끗하고 무작정 걷기만 해도 다 볼 수 있는 작은 마을, 따뜻한 사람들로 가득한 이곳. 포르토.

점점 밤의 빛으로 물들어가는 포르토

지금 부는 바람은 장난 아니고 내가 10KG만 가벼웠다면 붕 뜰 수도 있는 세기의 바람이다. 강풍을 뚫고 뚫어 꾸역꾸역 동루이스 다리를 건넜다. 눈 앞에 그림 같은 전경이 있다. 살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그리고 다신 못 볼지도 모를, 어쩐 일인지 사람들이 많이 없다. 바람에 날아갈 것을 우려한 것임이 틀림없다. 야경을 기다리고 있다. 어두워지기만을 기다린다. 밤엔 항상 에어비앤비에 있었기에 밤의 포르토는 떠나기 전 마지막이다.


강풍을 뚫고 이 길을 걸어오는 길에서 문득 헤어진 전 남자 친구들에게 고마웠다. 날 오롯이 이곳에 혼자이게 해 줘서 고마워. 만약 누군가와 연애를 하고 있었다면 나 여기야! 나 누구랑 이야기했어! 인증샷에, 보고 싶다며 핸드폰만 보고 살았겠지. 언젠가는 이 사람도 내 기억창고 저 깊은 곳에 자리할 걸 생각하면 이상하게 소름까지 돋는다. 인간의 기억은 참 신기해.

포르토에서 갈매기를 가까이서 처음 봤다. 닭만큼 크지만 귀여운 자식들. 높이 나는 그 아이들이 난 참 부러웁다. 오늘은 왠지 모르게 포르토가 한없이 예쁘다. 나도 모르게 정이 들었나.

애증의, 포르토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솔직히 나는 '누군가'를 만족시키고, '누군가'에게 부럽다란 소리를 들을 일을 하고 싶었는지 몰라. 하지만 그 인생은 내 것이 아니다. 어딘가에서 나는 꼭 필요한 사람일까..? 나는 나는..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고 싶다. 어딘가에 쓰임을 받는 사람이고 싶다. 나는 내가 사는 이 삶이 도움이 되고, 가치 있는 삶이었으면 좋겠다. 과연 그런 삶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일까? 가슴이 답답하다. 공부를 하고 싶다. 무엇이든 공부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을 얻고 싶다. 왜? 왜냐고.. 이 사회에서 가치 있는 인간이고 싶으니까.


이것은... 용인에서 파는 졸졸 호떡과 맛이 100% 일치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카페에서 먹는 프렌치토스트와 포르토 와인.. 10유로. 으른처럼 와인을 시키다니. 피아노 연주도 있고, 무엇보다 기다리지 않고 바로 들어와 기분이 좋다. 낮엔 줄이 무진장 길다.

TIP. 마제스틱 카페는 저녁에 올 것!

이 프렌치 토스트가 유명하다던데 맛은 딱 용인의 졸졸 호떡이다. 유럽 사람들은 시나몬을 참 좋아하나 보다. 나는 헤이릿! 아무튼 구석 잘 찾아 앉아서 해리포터 읽기 딱 좋겠다! 해리포터를 집필한 곳에서 해리포터 읽는 사람 나 말고도 엄청 많았을 거야... 흐흐..


맙소사. 내 방에서 또 갇혔다.. SHIT....

유럽문은 왜 이렇게 죄다 뻑뻑한 열쇠 문을 쓸까. 정말 다행히 방 안에서 갇힌 것에 감사하자. 다만 밖에 물기를 펼쳐놓은 내 우산과 거실 불을 못 끊것. 그리고 혹시 화장실이 가고 싶을까 그것이 걱정이다. 일단 열기는 열어야 하는데 열쇠와 사투한 지 30분이 흐르고 녹초가 됐다. 못해먹겠다! 에라 잘란다.

keyword
이전 08화스물넷, 유럽 돌바닥에서의 기록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