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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툰자 Jun 28. 2020

안전한(?) 신세계

언컨택트 사회

방탄소년단이 코로나로 4월 콘서트를 취소했었다. 그런데 코로나의 기세가 꺾이지 않자 전 세계 팬들을 위해 6월 14일 온라인 콘서트를 열었다. 한국경제 신문에 따르면  이번 온라인 콘서트에는 107개 지역에서 최고 동시 접속자 수가 75만 6600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 티켓 가격은 오프라인 콘서트의 4분의 1 수준이지만 90분 공연으로 250억 이상의 수익을 얻을 것으로 추정했다. 방탄소년단은 비접촉 콘서트라는 방식으로 코로나 위기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든 것이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일상이다. 콘서트, 뮤지컬, 연극 같은 예술 문화 활동은 물론 입학과 졸업, 결혼식 같은 일생에서 중요한 의식마저 취소하거나 비대면 방식으로 한다. 조카는 5월의 신부가 되려고 예약했다가 10월로 연기했다. 많은 사람들의 축하 속에서 결혼하고 싶지만 초대하는 사람도 초대받는 사람도 고민한다. 컨택트가 두려운 사회다.


트렌드 보고서 <Uncontact>는 이미 진행되고 있었지만 코로나가 방아쇠가 되어 급진전된 비접촉 문화, 비대면 사회를 분석한다.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은 코로나로 강연과 프로젝트가 취소되어 강제 휴가를 맞아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일상과 비즈니스 그리고 공동체에서의 언컨택트로 나누어 설명한다.


얼마 전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인끼리 마스크를 쓴 채 키스하는 장면을 처음 보았다. 2015년 메르스 때도 마스크 키스 사진이 신문에 실려 화제가 된 적이 있다고 한다. 메르스 때 나는 마스크를 써 본 기억이 없다. 그러나 지금은 친밀한 인사로 하는 포옹이나 악수조차도 꺼리는 분위기.  음식 배달, 택배, 세탁 서비스 등 많은 일상생활이  비대면 방식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재택근무와 원격근무 방식에 소극적이었으나 코로나가 일하는 방식도 바꾸었다. 회식과 대면 회의도 사라지고 있다. 일하는 공간의 변화뿐만 아니라 견고하기만 했던 조직문화가 빠르게 바뀌는 걸 보면 변화와 혁신에 대한 두려움보다 질병에 대한 불안이 훨씬 강력한 것 같다. 분석가 김용섭은 비즈니스에서 언컨택트 방식으로 전환되는 것은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진화라고 본다.


문제는 비즈니스처럼 공동체에서 효율성과 생산성만 따질 수는 없다는 거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공동체의 연대는 점점 느슨해지고, 고립되는 계층이 늘고 있다. 음식점의 키오스크 같은 언컨택트 기술과 서비스에 적응하지 못한 다수의 어린이나 고령층은 불편함과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가끔 중년에 속하는 나도 그렇다. 심지어 고독사나 병사, 아동학대 같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불편과 불안을 덜기 위해 우리가 선택한 비접촉 방식은 수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했고, 그들의 가족까지 생존 위기에 놓이게 했다. 오프라인 유통업에 종사하는 남편은 최근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면서 매출이 반토막 났다고 걱정했다. 남의 얘기가 아니라 나와 이웃의 절박한 문제다.


이 시기에 오히려 더 큰 기회를 잡은 계층과 위기에 빠진 계층 간의 양극화가 심각한 갈등을 불러오지 않을까 두렵다. 미국 경찰의 흑인 과잉 진압으로 촉발된 시민들의 반발 시위가 요즘은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


전 세계가 하늘길로,  바닷길로, 인터넷으로 연결된 시대에 여러 나라가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국민을 통제했다.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  범죄자가 될 수도 있는 강력한 통제를 우리는 경험했다. 바이러스 만큼이나 여러 가지 제약도 불안하고 불편하다.


아날로그와 컨택트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으로서 이 빠른 변화가 그리 반갑지 않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이니 부디 언컨택트 사회가  '안전한 신세계'로 진화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개인과 공동체, 여러 국가들이 방탄의 팬들처럼 온라인으로  만나서라도 느슨해진 연대를 바짝 조여야겠다. 코로나 예방 백신 개발뿐만 아니라 갈등과 차별을 해소하는 숙제까지 화면을 맞대고 풀어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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