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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IMI Aug 16. 2019

인도 여행 30. 평화로운 호수 왕국을 찾아

2019. 2. 1.

살랑살랑 불어오는 부드러운 아침 바람을 맞으며 피촐라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루프탑에서 먹는 아침식사는 여유와 함께 낭만적이다. 바라나시에서도 갠지스가 보이는 전망 좋은 루프탑 레스토랑에서 아침을 먹곤 했지만, 풍경만큼은 이곳과 비교가 안 된다. 

눈앞에는 하루에 100만 원 하는 흰색의 타지 레이크 팰리스 호텔(Taj Lake Palace Hotel)이 반짝거리는 호수 위에 평화롭게 떠 있고, 시선을 약간만 돌려도 크고 작은 흰색의 건물들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높은 산 안의 빈 공간에 가득 차 있다. 

의자를 수선하는 종업원, 루프탑을 쓸고 있는 아가씨, 루프탑에 누워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는 서양인 커플,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여행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근방에서 제일 높은 레이크 뷰 식당(Lake View Restaurant)에는 나와 테라스 난간을 오고 가며 기웃기웃 먹이를 분주하게 찾는 다람쥐들뿐이다.     


밝은 색채와 화려한 문양, 시티 팰리스  City Palace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라자스탄의 아름다운 건축물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시티 팰리스이다. 피촐라 호수의 동쪽 둑에 웅장하게 서있는 궁전은 16세기 메와르 왕국(Mewar kingdom)의 우다이 싱 2세가 무굴제국의 침략을 피해 천도한 우다이푸르에 만든 궁전이다. 팰리스 로드(Palace Rd)를 따라 궁전으로 이어지는 주요 관문인 바디 폴(Badi Pole)과 트리폴라 게이트(Tripolia Gate)를 지나면 푸른 잔디밭이 펼쳐져 있는 커다란 정원인 마넥 초크(Manek Chowk)를 만난다. 오른 편의 화강암과 대리석으로 지어진 웅장한 마르다나 마할(Mardana Mahal)은 라자스탄 특유의 건축 스타일인 자로카와 차트리가 완벽하게 어우러져 있어 감탄할 만하다. 특히 밝은 색채와 화려한 문양은 다른 라자스탄의 궁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시티 팰리스만의 독특함이다. 마넥 초크는 공개회의나 의식, 기병의 행진, 코끼리 퍼레이드 등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궁전으로 들어가면 나타나는 가네쉬 초크(Ganesh Chowk)의 동쪽 끝에는 장애를 제거하는 성공의 신 가네쉬가 있다. 흰 대리석과 화려한 유리로 만들어진 매우 훌륭한 신상이다. 라즈야 안간(Rajya Angan)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왕국의 시조인 바파 라왈(Bapa Rawal)이 그의 스승인 하리트 라시(Harit Rashi)로부터 왕국을 받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라자야 안간에는 할리 가트(Haldi Ghati) 전투에서 전설의 왕 마하라나 (Maharana)와 그의 말 체탁(Chetak)이 사용한  갑옷과 무기가 전시되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코끼리들이 마하라나의 칼을 코로 잡고 적을 베었으며, 마하라나가 코끼리를 탄 무굴의 사령관을 공격하다 체탁이 크게 다쳤다고 한다.

정원 궁전(Garden Palace)이라고 불리는 바디 마할(Badi Mahal)로 들어가면 궁전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정원인 아마르 발라스(Amar Vilas)를 볼 수 있다. 녹음이 우거진 커다란 나무, 매력적인 분수, 테라스가 있는 아름다운 정원으로 만들어진 이곳은 지친 여행객을 잠시라도 편안하게 쉴 수 있게 만드는 평화로운 곳이다. 예전에는 홀리, 디왈리, 두세하라, 그리고 왕실의 연회에 사용된 정원이라고 한다. 정원과 더불어 화려한 거울로 꾸며진 고급 객실과 화려한 천장, 매력적인 조각 벽과 멋진 초상화로 꾸며진 왕의 침실은 또 다른 볼거리들이다. 

시티 팰리스 박물관과 바디 마할의 사이에 있는 바디 초크(Badi Chitrashali Chowk)는 파란 중국 타일, 색유리 및 벽화로 인해 밝고 쾌적한 곳으로, 음악과 무용 공연 등 왕의 연회 공간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한쪽 발코니에서는 우다이푸르 시내를 조망할 수 있으며, 다른 쪽의 창문에서는 피촐라 호수와 타지 레이크 팰리스 호텔이 보인다. 아름다운 유리 상감 세공 작업으로 만들어진 다섯 마리의 공작새로 장식된 모르 초크(Mor Chowk)를 지나 좁은 통로가 따라가면 여왕의 궁전인 제나나 마할(Zenana Mahal)이 나온다.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제나나 마할에는 자이푸르의 암베르 궁전처럼 락슈미 초크(Laxmi Chowk)의 한가운데에 초우무카(Chowmukha)라고 불리는 정자 모양의 하얀 건물이 있다. 여왕은 왕실 결혼식이나 축제 기간에 왕실 여자들과 함께 이곳에서 행사를 개최했다고 한다. 아름다운 여왕의 방에는 가지각색의 미술품, 공예품, 벽화, 발코니와 심지어 그네까지 있다. 

금빛으로 빛나는 유리와 거울로 뒤덮여 있는 돔 형태의 천정이 있는 칸츠 키 버즈(Kanch ki Burj), 거울 벽과 스테인드글라스 창으로 둘러싸인 모티 마할(Moti Mahal), 천상의 여인 수라순다이(Surasundaris)를 전시한 시티 팰리스 갤러리를 빠져나오면 모티 초크와 마넥 초크로 이어지는 관문인 토란 폴(Toran Pol)을 지나게 된다.      


라자스탄의 민속춤, 바고르 키 하벨리  Bagore Ki Haveli

평화로운 피촐라 호수를 산책한 후에 낮잠까지 자고 일어나니 6시가 넘었다. 바고르 키 하벨리(Bagore Ki Haveli)에서 매일 저녁 7시부터 1시간 동안 열리는 라자스탄의 다로하 민속 무용(Dharohar Folk Dance)을 보러 갈 시간이다. 

바고르 키 하벨리는 18세기 메와르 왕조의 수상이었던 아미르 찬드바드가 지은 궁전 규모의 대저택으로 지금은 낮에는 박물관, 밤에는 공연장으로 쓰고 있다. 하벨리는 라자스탄에서 큰돈을 번 상인이 지은 주택이라는 뜻이다. 관람료 150루피, 카메라 150루피, 참 좋은 가격이지만, 촬영 욕심이 생기면 공연에 집중하지 않을 것 같아 관람료만 지불하고 입장하였다. 

강가우르 가트(Gangaur Ghat) 옆의 하벨리 박물관 2층 안뜰에 마련된 공연장에는 이미 많은 관객들이 와 있었다. 인도인과 외국인이 반반쯤 되어 보인다. 좋은 자리의 의자에는 예약석 안내가 붙어 있고, 대부분의 관객은 무대 앞의 카펫이 깔린 바닥에 앉는다. 무대를 눈높이로 만들면 보기가 편할 텐데 등받이도 없는 바닥에 앉아 잘 보이지도 않는 무대를 쳐다보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간단한 악기 연주와 함께 여인들의 물동이춤, 탈놀이, 꼭두각시 인형극으로 연출하는 라자스탄 지역의 전통공연 다로하가 시작되었다. 큐레이터의 안내에 이어 처음 등장한 이들은 화려한 옷을 입고 불이 붙은 항아리를 머리에 이고 있는 세 명의 여인이다. 그녀들은 항아리를 인 채 서서 또는 앉아서 현란한 손동작으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등장한 여섯 명의 여인들은 최대한 여성미를 강조하려는 듯 의상과 동작에서 화려함을 표현하려 했지만 미의 기준이 달라서 그런지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는다. 

천하무적의 여신 드르가(Durga)가 악마 마히쉬아수라(Mahishasur)를 죽이는 탈놀이는 연출의 수준이 매우 낮아 실소가 나오며, 차라리 카트푸트리(Kathputri)라 불리는 꼭두각시 인형극의 연출자가 재미난 입소리로 흥미를 주고 있다. 72세의 여인이 6개의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추는 춤으로 마무리된다. 건조한 라자스탄 지역에서 물을 이고 날라야만 했던 여인들의 고된 노동이 춤 속에 숨어 있어 안타깝지만 박수 소리는 여느 때보다 크다. 특별나게 재미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관람하지 않았다면 아쉬웠을 것 같다. 싼 가격에 라자스탄의 문화를 엿보았다는 데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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