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짠내 투어를 떠나다

by 사월

날 좋은 5월, 우리 가족은 춘천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일명 ‘짠내 투어’라고 명명한 이번 여행은 이름에 걸맞게 아끼고 고생하며 재미있게 놀다 오는 게 목표였다. 세세한 일정 없이 25만 원 예산 범위 내에서 느슨하게 여행을 해 보기로 했지만, 딱 하나는 예약했다. 김유정역에서 레일바이크 타기!


초록이는 배 속에서 몸집을 한창 키우고 있었다. 이제는 멀리서 봐도 임산부인 게 티가 났다. 내 몸도 임신에 적응을 했는지 외출하고 돌아와도 그리 피곤하지 않았다.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도 괜찮을 듯했다. 그래도 무리해서는 안 되니 내 컨디션에 따라 유동적으로 움직이기로 했다.

토요일 아침, 아이들은 여행을 떠난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문 앞에는 전날 미리 챙겨놓은 가방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숙소를 정하지 않아서 당일치기가 될 수 있으나, 내 컨디션이 괜찮으면 1박을 할 수도 있으니 일단 여벌옷을 챙겨 보기로 했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섰다. 우리는 9호선에서 7호선으로 갈아탔다가 상봉역에서 내려 경춘선을 탔다. 청량리역에서 ITX를 타는 것도 생각해 봤는데, 우리의 여행은 '짠내 투어'이니 편한 방법을 취하지 않기로 했다. 지하철로만 51 정거장을 거쳐 김유정역에 도착했다. 초반부터 빡셌다. 지하철에 임산부 배려석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여행이었을지도 모른다.


김유정역에 도착해서 레일바이크 타는 곳으로 갔다. 5월인데도 날이 너무 더웠다. 레일바이크를 타면 추울까 봐 긴팔에 점퍼까지 챙겨 입었더니 땀이 삐질삐질 났다. 우리는 레일바이크를 기다리며 '짠내 투어'에 어울리지 않는 비싼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무조건 아끼는 게 답이 아니다. 이런 작은 사치 정도는 누려도 된다.


지출 현황: 레일바이크 40,000+간식 12,000 = 52,000

잔액: 198,000원


시원하게 레일바이크를 타고, 강촌으로 갔다. 김유정역에서 시작하는 레일바이크는 내리막길이 많아서 페달을 밟을 일이 별로 없었다. 페달을 굴려야 하는 구간에서도 아이들은 자기들이 열심히 페달을 굴릴 테니 엄마는 편안하게 앉아 있으라고 했다. 페달에서 발을 떼고 천천히 주변 풍경을 감상했다. 레일바이크의 여유로운 속도, 한적한 주변 풍경, 간간이 들려오는 물소리가 마음을 차분하게 했다.

중간에 대기하고 있던 셔틀 기차로 갈아타고 강촌에 도착했다. 강촌에 대기 중인 셔틀버스를 타고 김유정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우리는 강촌에 조금 더 머물기로 했다. 대학 때 남편과의 추억이 있는 곳이라서 이곳에 좀 더 있고 싶었다. 강촌은 고요했다. 20년 전만 해도 젊음이 느껴지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지나다니는 사람을 구경하기도 힘든 조용한 동네가 되어 버렸다.


내 컨디션이 여행을 진행하는 데 무리가 없을 듯해서 우리는 숙소를 알아봤다. 펜션은 우리의 여행 예산을 다 써야 가능할 듯해서 근처 모텔이나 민박을 알아봤다. 한 모텔에 가족실이 있다고 해서 그곳으로 결정을 했다. 짠내 투어에 걸맞게 하룻밤에 4만 원밖에 하지 않은 곳, 방 하나에 작은 화장실만 있는 곳에서 넷이서 꼭 붙어 자기로 했다.


지출 현황: 모텔 40,000원

잔액: 158,000원


짐을 풀고 근처 닭갈빗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푸름이는 어린이날 할머니께 받은 용돈을 우리 가족 저녁을 위해 턱 하니 내놓았다. 푸름이 덕분에 사리를 가득 넣은 닭갈비를 먹었고, 볶음밥도 넉넉하게 볶아 포장해 왔다. 짠내 가득 풍긴다~


지출 현황: 닭갈비 40,000원

잔액: 118,000


저녁 산책을 나섰다. 가로등이 은은하게 켜진 강촌은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낮에는 황량해 보이기만 했던 강촌이 저녁에는 따뜻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조금 걸어가니 불빛이 번쩍번쩍하는 게 보인다. 바이킹이 운영 중이었다. 사람이 별로 없었으나, 한두 명이라도 타면 바이킹은 움직였다. 푸름이와 맑음이는 타고 또 탔다. 사격도 하고, 두더지도 잡았다. 신나게 놀았는데도 놀이공원 입장료 가격도 안 나왔다. 이게 바로 짠내 투어다.

지출 현황: 바이킹 등 28,500원

잔액: 89,500원


숙소로 돌아와 순번을 정해서 씻고 자리에 누웠다. 넷이 나란히 누워 보기는 정말 오랜만이다. 이런저런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치며 시간을 보냈다. 좁은 방안에서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렇게 좋니? 푸름이는 오랜만에 엄마 옆에 누웠다며 정말 좋아한다.


언제 잠든지도 모르게 까무룩 잠이 들었다 얼굴에 비치는 빛이 느껴져 깼다. 남편은 내 코 고는 소리에다(임신하면 코를 곤다) 잠자리까지 바뀌어서 제대로 잠을 못 잤다고 했는데, 나는 아주 잘 잤다. 컨디션이 좋아진 나는 이대로 서울로 가기 아깝다며 근처에 갈 만한 곳을 검색했다.


춘천역 가까이에 꿈자람놀이터가 있다고 해서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다 점심을 먹고 서울로 가기로 했다. 일단 춘천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강촌역까지 가야 했다. 새로 지어진 강촌역은 숙소에서 많이 떨어져 있었다. 뚜벅이인 우리는 짠내 가득 풍기며 길을 걸었다.


가볍게 뛰어가야 할 아이들의 어깨에 무거운 가방이 메어져 있다. 아이들의 작은 움직임에도 가방의 무게가 느껴진다. 엄마 배에 초록이가 없다면, 그 가방의 무게를 엄마가 감당해 줬을 텐데... 아이들은 그 무게를 스스로 감당하고 있다. 갑자기 애들이 크게 느껴진다.

지출 현황: 꿈자람놀이터 10,000 + 점심 및 저녁 67,000 + 간식 10,000

잔액: 2500원



Photo by Gautier Salles on unsplash


keyword
이전 10화10. 우리 이제 아껴 살아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