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까만 돼지 세 마리

by 사월

첫째 맑음이의 태몽은 친정 엄마께서 꾸셨다. 맑음이 임신 소식을 알리자 까만 돼지 세 마리를 품에 안은 내가 꿈에 나왔었다며 배 속의 아이는 아들이겠구나 하셨다.


둘째 때는 태몽을 따로 꾸지 않았다. 첫째 때 꾼 태몽이 둘째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엄마는 까만 돼지 세 마리를 다시 언급하시며 둘째도 아들일 거라고 확신하셨다.


까만 돼지가 아들을 상징하는 게 맞는지 나는 2년 터울로 아들 둘을 낳았다. 그러고 9년 뒤 셋째를 가졌는데, 과연 11년 전에 친정 엄마가 꾼 태몽이 아직도 유효한 것일까? 까만 돼지 세 마리는 아들 셋을 의미하는 것일까?핑크색 돼지도 한 마리 숨어 있지 않았을까?


12주가 지나 배가 조금씩 불러오자 사람들은 초록이의 성별을 궁금해했다.


"성별 알아요?"

"셋째는 딸이면 좋겠죠?"

"엄마 닮은 딸이 태어나야 할 텐데."


어떤 성별을 원하냐는 질문에 나는 '딸도 좋고 아들도 좋아요'라고 답했다. 사실 내 본심은 '딸이면 좋겠어요'였지만, 이 말은 마음속에만 담아 두었다. 내 평생 친구가 될 딸, 세세하게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읽어 주는 딸, 너무 예뻐서 꼭 안아 주고 싶은 딸, 이런 딸을 조심스럽게 꿈꾸어 보긴 했다.


성별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된 날, 의사 선생님은 초음파로 초록이의 몸 구석구석을 보여 주셨다. 주수가 차기 전에 성별을 알려 주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맑음이와 푸름이 때도 성별을 알려 주지 않으셨던 분이었기에 입으로 묻지 않고 눈으로 확인했다. 초음파 화면을 오랫동안 계속 보여 주는 건 눈으로 보고 알았을 테니 묻지 말라는 메시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탯줄과 조금 헷갈렸지만, 딱 봐도 성별이 뭔지 보였다.

“초록이도 아들인가 봐요.”

확신이 생긴 나는 의사 선생님이 듣든 말든 남편에게 말했다. 친정 엄마의 태몽이 11년간이나 유효하다니... 까만 돼지 세 마리는 내가 아들 셋을 낳을 거라는 계시였나?


초록이가 아들이라니... 딸이라면 한 명 더 나으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게 됐다.

집안은 더 시끄러워질 테고, 내 목소리는 점점 커질 테지?

아래층에 수시로 죄송하다는 말을 해야겠지?

1층으로 이사를 가야 하나?


성인이 돼서 나와 같이 시간을 보낼 자식이 있으려나?

같이 카페에 앉아 수다를 떠는 자식이 있을까?

나와 대화가 통하는 자식이 있으려나?


에이... 그러려고 자식 키우나? 키우는 동안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 되지. 물음표와 걱정으로 가득했던 머릿속이 잠잠해졌다.


성인이 된 후에는 각자의 행복을 찾아 떠나는 거지. 아들만 있는 엄마라고 해서 외롭고 딸이 있는 엄마라고 해서 행복한 건 아닐 것이다.


초록이가 아들이라는 것을 알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나를 불쌍한 눈으로 쳐다볼까? 나를 위로해 주려고 할지도 모른다. 난 괜찮은데 말이다.

친정 엄마는 당신이 꾼 태몽이 딱 맞았다고 하겠지? 거기에다 걱정 가득 담긴 잔소리까지 얹겠지?


아들 셋, 이 조합 나쁘지 않다. 괜찮다.


Photo by Volodymyr Hryshchenk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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