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드디어 나도 산후조리원에?

by 사월

맑음이와 푸름이 때는 친정 엄마와 시어머니께서 산후조리를 해 주셨다. 맑음이 때는 남편을 집에 혼자 둘 수 없어서 친정 엄마에게 조리를 부탁했고, 푸름이 때는 맑음이가 눈에 밟혀서 시어머니께 산후조리를 부탁했다.


두 분 다 출산 후 산후조리를 제대로 받아 본 적이 없었기에 산후조리는 미역국을 잘 끓여 산모의 젖이 잘 돌게 도와주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셨다. 산모의 상태를 면밀히 신경쓴다거나 산모가 하룻밤 정도는 잠을 편히 잘 수 있게 배려해 준다거나 하는 것은 생각하지 못하셨다. 딱 하나 진심으로 열심인 게 있었는데, 그건 바로 쭈쭈쭈였다.


'쭈쭈쭈'는 양쪽으로 힘없이 벌어져 있는 신생아의 다리를 반듯하게 고정하는 행위로, 주로 아이의 무릎이나 발목 부분을 살짝 힘주어 잡은 뒤 '쭈쭈쭈' 하고 소리를 내는 일이다. 한 번 할 때 3~4초 정도 유지하고 2~3회 정도 반복한다. 이렇게 해 줘야 아이의 다리 모양도 예뻐지고 키도 쑥쑥 클 거라며 엄마는 기저귀를 갈 때마다 잊지 말고 쭈쭈쭈를 하라고 당부하셨다.


엄마는 내가 기저귀를 버리러 갈 때마다 '쭈쭈쭈'를 했는지 항상 확인하셨고, 깜빡했다고 하면 손에 무엇을 들고 있더라도 내려놓은 뒤 아이 다리를 붙잡고 쭈쭈쭈를 하셨다. 엄마가 쭈쭈쭈를 하며 내는 소리는 참 재밌었다. 아이와 대화하듯, 또는 노래하듯 '쭈쭈쭈'라고 할 때마다 손자에 대한 할머니의 사랑이 느껴지기도 했다.


시어머니는 가끔 라테는(나 때는) 말이야 애 낳고 바로 찬물에 기저귀를 빨았다, 배가 고픈 데 밥을 안 줘서 미역을 씹어 먹었다 등등의 넋두리를 하셨다. 시어머니에 비하면 나는 제 때 밥을 챙겨주는 시어머니가 계셔서 복 받은 삶을 살고 있는 거였다. 두 분은 인수인계를 한 것처럼 3주 동안 집안일을 하고 음식 준비를 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셨다.


산후조리원에 가는 비용만큼 두 분께 드리며 산후조리를 받았기에 날이 갈수록 서운함이 더 컸다. 조리원에 들어갔으면 하루 정도는 편히 잠을 잘 수 있었을 텐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 조리원에 다녀온 뒤 한두 주 정도만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게 더 나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3주의 시간을 같이 보내며 쌓인 서운함에다 크고 작은 트러블까지 있었기에 셋째는 무조건 산후조리원에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사실 내 결심과 무관하게 1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는 많이 늙으셨고 산후조리를 해 줄 만큼의 체력이 안 되셨다. 내가 조리를 부탁을 했어도 두 분은 거절했을 것이다.


배가 불러오자 서둘러 맘카페에 들어가 산후조리원 정보를 수집했다. 주변 엄마들의 조언도 새겨 들었다.


'같은 돈이라면 시설 좋은 곳보다는 저렴한 곳에 가서 마사지 횟수를 늘려라'

‘늦은 나이에 출산을 해서 회복이 잘 안 될 수 있다. 마사지를 잘 받아야 몸이 빨리 돌아온다.’


이 말을 귀에 못이 박이게 들었기에, 산후조리원에 가면 마사지 비용을 아끼지 말고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산후조리원 누리집과 이용 후기, 맘카페의 정보 등을 오랜 시간 살펴본 뒤 가격과 시설이 적당한 곳으로 예약했다.


내가 산후조리원에 가 있으려면 집에 보호자가 한 명 더 필요했다. 남편은 아직 집안일에 서툴렀고, 며칠은 근처 학원에서 수업을 해야 했기에 맑음이와 푸름이를 돌봐 줄 어른이 한 명 더 있어야 했다. 시어머니께서는 흔쾌히 올라오겠다고 하셨고, 시어머니를 혼자 보내기 불안한 시아버지도 같이 오시겠다고 했다. 친정 엄마는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나를 위해 산후조리원 비용을 지원해 주시기로 했다. 아이들 걱정, 조리원 비용 등이 이렇게 한 번에 해결이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출산 예정일 즈음으로 시아버지 뇌 수술 일정이 잡혔고, 시어머니께서는 시아버지 병간호를 해야 했다. 우리는 서로를 도와주지 못할 상황이 되었다. 이 상황을 말씀드리며 친정 엄마께 올라와 달라고 부탁하기엔 미안했다.


고민하던 나는 산후조리원에 전화해서 예약을 취소했다. 예약금의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는 기간이었는데, 조리원에서는 나중에 보내주겠다고 하고서는 소식이 없었다. 몇 번 연락을 했지만 주겠다는 말만 할 뿐 돈이 입금되지 않았다. 법적으로 따지고 들기엔 시간도, 체력도 넉넉하지 않아 그냥 묻었다. 그렇게 예약금도 날리고, 조리원에 가 볼 기회도 날렸다.

서둘러 보건소에서 지원해 주는 산후 도우미를 알아봤다. 수입이 얼마 없던 남편, 내 피부양자로 등록된 남편 덕분에(?) 보건소에서 지원해 주는 금액이 컸다. 2주 동안 조리원 비용보다 훨씬 저렴한 금액으로 산후조리를 받을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친정 엄마에게 이 소식을 알리자 안타까워하시며, 조리원 비용만큼 줄 테니 그 돈으로 산후 조리 기간을 연장하든 해서 몸조리를 제대로 받으라고 하셨다.


조리원은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영원히 경험해 보지 못할 미지의 세계가 되어 버렸다. 아쉬움이 남지만 어쩌랴. 조리원에 가지 않은 덕분에 초록이 예정일 며칠 뒤에 있을 맑음이 생일을 챙겨 줄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지.


Photo by Melissa Askew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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