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사라진 거 아니죠?

by 사월

맑음이는 초록이가 엄마 배 속에 있다는 걸 알고 난 뒤 기쁨과 걱정 사이를 오갔다. 초록이가 우리에게 온 건 기쁜데, 갑자기 엄마 배 속에서 사라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에 엄마에게 초록이의 존재를 수시로 확인했다.


엄마가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오래 서 있거나, 일을 많이 하거나, 피곤해서 누워 있으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와 물었다.


“엄마 초록이 사라진 거 아니죠?”

“응, 아니야. 초록이 잘 있어.”


'엄마가 힘들어서', '초록이 때문에'라는 이유를 붙여 맑음이에게 부탁하면 망설임 없이, 싫다는 말 없이 바로바로 도와주었다.


어느 날 세탁기를 돌려놓고 침대에 누워 쉬고 있었다. 세탁이 끝났다는 소리가 들리는데도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남편은 설거지 중이었고, 아이들은 거실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다. 빨래를 세탁기에 그대로 두면 주름, 이염, 냄새 3종 세트가 선물로 올지 모르니 내가 힘을 내서 널든 누군가에게 부탁하든 해야 했다.


설거지 중인 남편에게 부탁할까 하다가 애들이 빨래 너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애들에게 한 번 부탁해 보았다.

“얘들아, 빨래 좀 널 수 있어? 큰 빨래는 저기 위쪽에다 엄마가 널 테니 건조대 아래쪽에만 빨래 좀 널어 줘. 엄마가 배가 좀 아파서.”


“엄마 초록이 사라진 거 아니죠?”

“엉. 초록이 잘 있어. 걱정 마.”


“엄마 누워 계세요. 푸름아 얼른 와. 빨래 널자.”


빨래를 너는 베란다는 안방과 창문으로 연결되어 있다. 아이들은 생전 처음으로 세탁기 문을 열어본 뒤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이 일이 뭐 그리 재미있는지 베란다에서 낄낄거리며 빨래를 넌다. 나는 침대에 누워 아이들이 내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눈을 감는다.


아이들은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여전히 빨래를 널고 있다. 뭐 하나 봤더니 천장 높이의 빨랫대에도 빨래를 널고 있었다. 행거 막대기에 옷을 걸어서 말이다.


엄마와 눈이 마주친 아이들은 걱정 말고 누워 있으라고 한다. 아이들이 널어놓은 빨래는 들쑥날쑥하고 아슬아슬한 상태다. 탁탁 털지 않은 꼬깃꼬깃한 옷이 건조대에 엉성하게 걸쳐져 있다. 아래칸은 양말이나 속옷으로 채웠어야 했는데, 큰 옷이 아래칸에 불편하게 걸려 있다. 바닥의 먼지를 데려온 채 말이다.


그래도 사랑스럽다. 아이들은 저 위쪽에 어떻게 빨래를 널 것인가만 고민했겠지? 빨래의 꼬깃꼬깃한 상태, 바닥의 먼지 따위는 저 세상 일일 것이다.


빨래를 다 넌 뒤 뿌듯한 표정으로 아이들이 나에게 온다.

"엄마 다 했어요."


나는 꼬깃한 빨래, 먼지를 데려온 빨래 따위는 모른다는 표정으로, 다만 저 위에 빨래가 어떻게 올라가 있는지 깜짝 놀라는 표정으로 아이들에게 묻는다.


"저기까지 어떻게 빨래를 넌 거야? 엄마도 겨우 너는데."


아이들은 키득키득 웃는다. 나는 아이들이 대견하고 귀여워서 꼭 안아준다.

고마워~~~


Photo by Nick Pag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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