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계획했던 일들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 지쳐도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 어찌되든 해보자했다. 나름 나만의 방식으로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다. 그렇게 한동안 긍정적인 마음이 나를 잘 보살펴주었는데, 2월 중순쯤부터 조금씩 흔들리는 조급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엇이 나를 복잡하게 만드는지조차 모른 채, 부는 바람에 마냥 흔들리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 스스로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고 있는데, 또 나를 잃어가는 느낌이 든다. 점점 미약한 존재가 되어가는 기분, 설 자리를 잃어가는 기분 - 퇴사를 하고 더이상 직업이 나를 대변할 수 없는 상태, 한동안 나는 이제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새로운 미래에 대해 한없이 낙관적이었다. 그 사실이 변한 건 아니지만, 뿌연 안개 속에서 중심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힘겨운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조카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추억을 쌓으려고 노력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 엄마의 빈자리를 내가 채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느날 둘째 조카가 '훌륭한 이모의 상'을 만들어주며, 본인도 상을 달라고 했다. 유치원에 간 사이, '사랑스런 조카의 상'을 정성스레 만들었다. '위 어린이는 항상 미소가 아름답고, 주변 사람들에게 큰 행복과 기쁨을 주어 이를 칭찬하며, 이 상을 수여합니다.' 상장 수여식을 했는데, 갑자기 조카의 표정이 먹먹해지면서 감동을 받은 듯했다. 다가와서는 꼭 안아주었는데,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게 '사랑'이라는 마음이구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묘한 감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