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치료] 둘째날, 치유의 길

사별 경험자를 위한 미술 치료

by 평생사춘기

오늘은 늦지 않으려고

일찌감치 점심을 차리기 시작했다.

쌈밥, 생선을 굽고 각종 아채를 씻었다.

그렇게 나를 위해 건강한 한끼를 먹었다.

따뜻한 커피를 보온병에 담아

집을 나섰다.

다행히 시작 5분 전에 도착했다.


가볍게 지난주에 있었던 일들을 나누고

매일하는 명상과 요가가

나에게 의미하는 이야기로,

감정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러곤 눈을 감고

상담사분이 해주는 말들을 들으며

떠오르는 감정과 기분에 집중했다.

자연스럽게 이미지와 이야기가 떠올랐다.


오늘은 책상 위에 색연필, 물감 외에도

다양한 오브제들이 놓여 있었다.

마음에 드는 것들을 골라

떠오른 이미지와 감정을 표현해나갔다.

검정 종이와 하얀 종이를 놓고

한참을 고민하다

두 종이를 반씩 겹쳐놓았다.

하얀 점토를 가운데 길게 깔아두고

그 위에 소라 껍데기를 꾹꾹 눌러 꽂았다.

중간부터 작은 솜들은 곶곶이 꽂았다.

끝부분에 솜을 양쪽에 길게 붙여놓고

주황색, 초록색, 빨간색 물감을 차례로

두껍게 깔아두었다.


그림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이다.

눈을 감고 생각하는 동안 떠오른 건

가시방석이었다.

아무리 노력해서 나를 괴롭히는 불편함, 힘듦

그리곤

공원에 놓인 지압돌길이 떠올랐다.

처음엔 아파도

걷다보면 시원하게 느껴지는 돌길


내가 가는 길이 그러길 바랬다.

어둡고 힘든 길이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감정의 바닥을 치고

무기력한 시간 속에 한참을 서 있었다.

그때 엄마 친구분이 찾아와,

"내가 너희 엄마라면, 너의 웃는 모습을 보고 싶을꺼야."

그 말이 머릿속에 박혔다.

그래서 용기를 냈다.

명상을 하고 요가를 하고

마치 그림 속의 작은 솜 뭉치처럼

가시밭길을 걷기 위한 조력자, 쉼터

그렇게 마음을 다스리며 지내는 중이다.

언젠가를 다시

주황의 활기를 찾고

초록의 안정감을 찾고

빨강의 열정을 찾고 싶었다.


그림을 보면서

엄마에 대해,

엄마와 나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온전히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처음인 것 같다.

엄마는 나에게

세상이 나에게 등을 지고

손가락질하고

존재를 부정할지라도

유일하게

나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사람이었다.

무슨 일이 있든

내 편인 사람

엄마의 부재 속,

내가 불안정한 이유는

내가 한 행동과 말이 부정될까, 잘못된 것일까

그것이 나의 존재 부정이 될까, 겁이 난다.

외부의 시선을 유독 신경을 쓰던 나,

나의 존재를 내 스스로가 아니라,

남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했었다.

그래서 작은 말과 행동도 항상 신경쓰고

나의 말을 동의하는 사람을 찾으려 애썼나보다.

그게 엄마였다.

조건과 이유, 판단없이 내 편인 사람

이제는

스스로 잘 서는 법을 깨달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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