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의 갈등 후 느낀 엄마의 나를 향한 참 사랑 , 베르겐
효도여행이라는 명분으로 엄마와 함께 여행을 갔었다. 당연히 엄마는 이 여행의 주인공이었다. 엄마는 이 여행으로 인해 행복해야 했고, 내가 그렇게 만들어드렸어야 했다. 그러나 여행의 마지막 날 그러지 못했다. 여행의 피날레를 장식하기 위해 근사한 곳에서 저녁을 먹고, 즐겁게 여행을 마무리하려 했던 우리의 여정이 꼬이기 시작했다.
주말이었다. 그런데 나는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찾아놓았던 식당 예약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괜찮겠지'라는 좋게 말하면 안일함, 사실은 귀찮음이었다. 부푼 기대감을 안고 미리 찾아놨던 식당에 도착을 했다. 그러나 식당 안을 들어가려고 하니 "오늘은 예약이 다 차서 식사를 할 수 없다."라는 종업원의 답변이 돌아왔었다. 그때부터 저녁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한 우리의 식당 찾아 삼만리가 시작되었다. 마치 여행의 첫날이 생각이 났다. 그래도 그땐 식당을 찾았었는데. 이번에는 거리를 아무리 돌아다녀도 엄마와 둘이 저녁 한 끼를 먹을 식당 하나가 없었다. 슬슬 엄마의 피곤함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엄마가 지치신 게 눈에 보였다. 그런데 나는 그 모습을 보고도 모른 척하고 싶었다. '엄마가 살면서 언제 또 여길 와보시겠나'라는 생각으로 엄마와 조금 더 이곳을 구경을 하고 싶었다. 피곤함은 나중에 풀어도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힘들어하시는 엄마를 애써 외면했다. 그런데 엄마는 그게 아니었나 보다. 우리의 생각은 달랐고, 결국 우리의 갈등이 터졌다. 어쩌면 터질 게 터진 것이었을지도.
결국 우리는 여행지에 가면 어디든 있는 가장 흔한 카페인 스타벅스에서 빵과 음료로 간단한 저녁식사를 했다. 나는 빵을 꾸역꾸역 먹었고, 엄마는 아예 아무것도 드시지 못하셨다. 이러려고 했던 게 아니었는데. 내 상상과는 다른 마지막 날이 되었다. 우리 모녀는 카페에서 서로의 입장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엄마는 그렇게 힘들고 피곤했던 와중에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자”며 나를 배려하고 계셨다. 엄마는 그렇게 당신이 아프고 힘들어도 끝까지 딸을 먼저 생각하시는 아프고 가슴 시린 존재였다. 엄마와의 이야기 후 나는 엄마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엄마에게 가능한 많은 여행지를 보여주고 싶었지만, 엄마는 그동안 충분히 많이 봤다고 하셨다. 엄마와 이야기를 하면서 생각해보니 ‘여행지에서 많이 본다고, 여행지를 많이 찾아간다고 다 행복한 건 아니겠구나, 모든 사람들이 다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겠다.’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피곤한 상태에서 보는 건 아무리 좋은 걸 본다 한들 행복하지 않을 거라는 것도 그때 깨달았었다.
마지막 날 이렇게 엄마와 이야기를 하면서, 30년을 살면서 엄마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라고 자부했었는데, 엄마에 대해 아직도 모르는 점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쩌면 그동안도 내가 엄마를 가장 잘 알았던 게 아니라, 엄마가 계속 나를 이해하시고, 내게 사랑과 희생을 보여주셨던 것은 아니었을까? 분명 처음 이 여행의 시작은 효도여행, 엄마를 위한 여행이라고 했는데 '과연 진짜 엄마에게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었을까?' 엄마는 여행하는 일주일 내내 나를 배려하시고, 희생하셨는데 나는 마지막 날 까지도 그러지 못했던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 엄마의 희생과 배려에서 내리사랑이라는 말은 과연 괜히 있는 말이 아니었다. 또한 내가 엄마를 사랑하는 것보다 엄마가 나를 훨씬 더 많이 사랑한다는 것도 이 여행을 통해 더 깨달았다. 엄마는 그동안 즐겁고, 행복했는데 마지막이 좀 힘들었다고 하셨다. 엄마의 기분을 생각하고 배려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이 여행이 정말 엄마를 위한 여행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지 나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엄마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간혹 이 여행이 어땠었는지 여쭤보면 계속 여행이 행복했었다고 이야기를 하신다.
과연 이 여행은 누구를 위한 여행이었을까? 하고 다시 한번 여행을 돌아보게 되었다. 마지막 날 힘들어하시는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고, 그럼에도 이 여행이 행복했었다고 말해주시는 엄마를 보며 한편으로는 고맙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정말 엄마가 만족할 수 있는 그런 여행을 함께 하고 싶다. 그게 어디든지.
엄마,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