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겐에서 욕심을 버린 후 얻은 것
베르겐과의 아쉬웠던 첫 만남
엄마와 노르웨이 여행을 오기 몇 년 전부터 홀로 당일치기 피오르드 여행을 하면서 베르겐이라는 도시를 처음 알게 되었다. 베르겐이라는 도시는 SNS에서 노르웨이 제2의 도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도시라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전부터 많은 기대를 했었다. 특히나 베르겐은 어시장이 유명하다고 들었었기에 도착하면 해산물도 실컷 먹고, 시내도 둘러보려고 했었다. 그러나 내 이러한 기대를 처참히 무너뜨리듯 베르겐과의 첫 만남은 그다지 좋지 못했었다. 마치 내 기대를 저버리듯 베르겐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백야가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비가 오락가락 내렸던 야심한 밤이라 추웠고, 어둡고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었다. 돌아다녀도 어차피 아무것도 볼 수 없었길래 중앙역 안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서 덜덜 떨며 오슬로로 돌아가는 열차가 오기만을 기다렸었다. 그렇게 베르겐에서의 첫 만남은 아쉽게 끝이 났었다. 이때부터였을까. 내가 베르겐에 그리도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던 것이.
다시 찾은 베르겐
그러고 나서 몇 년이 흘렀고, 다시 베르겐을 찾았다. 첫 만남에서의 아쉬움을 떨쳐버리고 싶었고, 지난번에 제대로 보지 못한 베르겐이 더 궁금하기도 했었다. 베르겐에 도착해서 간단히 시내투어를 하고, 숙소 체크인을 했었다. 숙소 체크인 이후부터 우리에게 주어졌던 자유시간. 마지막 날 일정이었기에 더욱더 많이 돌아다니고 싶었던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왔었다. 날씨는 게다가 처음 베르겐을 여행했을 때와 다르게 화창했다. 백야현상의 여파로 해도 늦게 졌다. 저녁시간에도 환해서 늦게까지 돌아다니기에 좋은 모든 조건이 충족됐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베르겐을 많이 담겠다는 내 욕심을 멈춘 건 다름 아닌 엄마였다. 엄마는 여행을 오신 후 트레킹도 다니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던 지난 일주일간의 피로가 마지막 날에 몰려왔는지, 마지막 날 유독 많이 피곤해하셨다. 엄마의 그 피곤함은 나의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싶어 했던 욕심을 멈추게 했었다. 엄마는 여행지에서 많이 보는 것이 결코 다가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게 해 주셨다. 나는 처음 베르겐 여행에서 보고 싶은 걸 다 보지 못했었다는 아쉬움과 이번만큼은 기필코 많이 보고 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초조해했었다. 그동안의 내 여행을 돌아봤을 때 나는 "여행은 무조건 많이 보고 오는 게 좋은 거다."라고, 질보다 양으로 승부했던 사람이었다. 무조건 많이 보는 게 다가 아닌데 그땐 왜 그랬을까? 그동안의 여행을 회상하며 너무 쉼 없이 달렸던 것은 아니었는지 엄마를 계기로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욕심을 버리고 엄마와 함께 숙소에 들어와 씻고 일찍 침대에 누워 그동안 외면해왔던 쌓여있던 피로를 풀었다. 침대에 누우신 엄마는 오늘만큼은 정말 피곤해서 잠이 쏟아질 것 같다며 내게도 빨리 자라고 하셨었다. 나는 잠들기 전 그동안 부끄러워서 하지 못했던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볼에 뽀뽀를 해드렸었다.
다음날 우리 모녀는 어시장을 다녀온 일행분들의 후기를 들으며 그곳을 가지 않은 걸 잠깐 후회했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나는 욕심을 버렸고, 쿨해졌었다. 하나쯤 못 보고 오는 게 어때서. 때로는 욕심을 부리는 게 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을, 욕심을 부리는 게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욕심은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