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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Jun 13. 2024

노를 든 신부

그림책온라인모임인 그림책오티움의 선정도서였어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인근 도서관에서는 대출불가로 구하기 힘든 책이었는데 그만큼 인기가 많음을 실감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분들보다 늦게 이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이 책이 어렵다고 하셨던 다른 분들의 엄살 아닌 엄살에 긴장된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친구들은 모두 배를 타고 신랑을 찾아 떠나 심심한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자신도 신부가 되어야겠다 생각하고 모험을 떠나기로 결심을 했다. 그 결심에 쌍수 들고 환영했던 소녀의 부모님. 소녀에게 낡은 드레스와 노를 한 짝 선물로 준다. 드레스를 입고 부모님이 주신 한 짝 노를 챙겨 바닷가로 나간 소녀. 신랑을 구하기 위해 여기저기 둘러보았으나 한 짝 노만 있는 신부는 신부가 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렇게 소녀는 신랑을 찾지 못하고 돌아서서 산을 올랐다. 산에 올랐더니 노가 한 짝이든 두 짝이든 상관없다던 사람이 나타났다. 그러나 그 사람의 배에는 이미 많은 신부들이 줄지어 올라타 있었다. 소녀는 왠지 타고 싶지 않아 그 배를 타지 않고 돌아섰다. 산꼭대기에 오른 소녀는 호화로운 크루즈와 같은 배를 보았다. 이 배를 타라는 사람의 말에 소녀는 그냥 말없이 돌아서서 내려왔다. 그러고는 숲을 걸어가는데 어디선가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사람 살려”


그 목소리는 바로 늪에 빠진 사냥꾼의 목소리였다. 소녀는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두리번거리고 있던 소녀를 향해 사냥꾼은 일침을 날렸다.


“왜 나를 구해주지 않는 거요?”

“밧줄을 찾고 있어요”

“그 긴 노로 구해주면 되잖소”


소녀는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눈빛이 반짝거렸다. 그러고는 사냥꾼을 구해주고, 자신의 한 짝 노로 과일도 따고, 곰과 격투도 벌이고,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그리고 마을로 내려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야구를 했는데 소녀가 친 공이 홈런이 되어 길게 뻗어 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소녀는 여러 유명 야구팀 감독들에게 입단 제안을 받았고, 소녀는 망설임 없이 하얀 눈이 있는 팀으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갔다.


이 책을 보면서 부모님은 왜 소녀에게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노를 줘야 하는데 한 개의 노만 주었는지 의문이 들었었다. 어찌 보면 꼭 신랑을 만나지 않더라도 혼자 독립하여 삶을 개척했으면 하는 부모님의 뜻은 아니었을까? 산에 올랐던 소녀는 편하게 살기 위해서는 많은 신부들이 있는 배 위에 올라타도 됐을 법한데 올라타지 않았다. 이는 모두가 다 한다고 해야 하는, 분위기에 휩쓸리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던,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찾고 싶었던 소녀의 마음을 말해주고 있는 듯했다. 또한 산꼭대기의 크루즈와 같은 호화로운 배에도 소녀는 타지 않았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행복하고 화려한 삶이라고 꼭 나도 원하는 삶, 행복한 삶은 아니라는 걸 이 책은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늪에 빠진 사냥꾼을 만나게 된 소녀는 사냥꾼을 통해 꼭 노가 배를 젓기 위한 도구로만 쓰이는 것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 모습은 어찌 보면 소녀의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나 또한 주위 사람들로부터 “나이가 찼으니 결혼을 해야 한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었다. 어찌 보면 이 말은 소녀가 산에 올랐을 때 배 위에 있던 많은 신부들일 수도 있겠다. 주위사람들이 다 하니 너도 해야 된다는 사회적 통념 같은 것.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린 삶은 너무나 행복하고 기쁘다. 그러나 가끔은 만약 내가 결혼을 안 했더라면, 배를 타고 함께 바다를 건널 신랑을 찾지 못했더라면 내 삶은 과연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소녀는 결국 야구선수가 되어 본인이 가고 싶은 팀인 하얀 눈이 많은 팀으로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걸 찾아간 모습이 결코 나쁘게 보이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혼기가 꽉 찬 여성이 결혼을 하지 않으면, 노처녀라며 안 좋게 보곤 한다. 요즘의 20-30대는 결혼을 포기하는 시대고, 결혼적령기라는 말이 사라진 지는 오래다. 결혼을 굳이 해야 될까? 이제 여기저기 눈치 보며 하는 결혼은 지양한다. 소녀의 한 짝 노만을 통해서도 자신의 삶을 독립적으로 개척해 나간 모습이 멋져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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