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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Jun 21. 2024

키오스크

그림책 감성큐레이터 1급 과정이 시작되었다. 지난 시간에 <모험과 상상>이라는 주제로 그림책을 봤다. 선생님이 소개해주신 그림책 말고도 나만의 모험과 상상을 주제로 한 그림책을 선별해 보았다. 나는 모험과 상상하면 단연 이 책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키오스크> 그림책이다.


키오스크 하면 나는 요즘 카페에서 자주 보이는 전자식으로 주문하는 기계를 떠올렸다. 그런데 원래의 키오스크는 바로 옛날에 버스정류장에서 카드나 신문, 껌 등을 팔던 작은 가판대를 말한다고 했다. 이게 키오스크인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았다.


주인공 올가는 본인 몸 하나 가누기도 힘든 비좁은 키오스크 안에 살고 있다. 키오스크에 살면서 단골손님들도 만나고, 길을 물어오는 관광객들도 만나고, 그냥 스쳐 지나가는 손님들도 만나며 지내고 있었다. 어느 날 평소처럼 일어나 신문을 키오스크에 들여놓으려고 했는데 신문이 평소보다 멀리 떨어져서 배달됐었다. 그 틈을 타 키오스크 안의 과자 봉지를 훔치려고 하는 애들이 올가의 눈에 목격되었고, 그 아이들을 잡으려다 올가는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그 순간 올가는 깜짝 놀랐다. 본인이 몸에 낀 키오스크를 들고일어난 것이 아닌가? 올가는 그 김에 산책을 하기로 했다. 그동안 올가는 키오스크 안에서만 있느라 바깥세상에 대해선 잘 몰랐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땐 여행잡지를 보며 석양을 오려서 키오스크의 자신만의 공간에 붙여놓기도 하고 언젠가는 여행할 날을 꿈꾸며 동경하고 있었다. 키오스크에 몸이 끼인 채 산책하는 올가를 보며 지나가던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다가 단골손님 중에 한 명을 봤다. 그 손님은 강아지를 데리고 다녔는데 그 강아지가 올가를 새로운 장소에서 봐서 반가웠나 보다. 반갑게 올가를 맞이하며 목줄을 올가의 몸에 칭칭 감았던 그때, 올가는 그만 목줄이 발에 걸려 강에 빠지고 말았다. 그런 올가의 모습을 보며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두 번 놀랐다.


강에 빠진 올가는 창피했다. 처음에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올가의 표정은 평온해지더니 ‘될 대로 돼라’라고 생각하는 듯했고, 나중에는 해맑게 웃음을 짓기도 했다.


올가는 드디어 자신이 꿈꿔왔던 바다에서 아이스크림을 팔며 살고 있다. 단골손님들도 바닷가에 있는 올가를 보러 왔고 모두 자신이 그동안 이루지 못했던 꿈을 이뤘다.


바다에서 살기를 꿈꿨던 올가는 마침내 꿈을 이루며 바다에서 아이스크림을 팔며 행복한 삶을 살게 되었다. 그런 올가가 꿈꾸는 다음 삶이 뒷면지에 나와 올가의 나중 삶에 기대감이 들었다. 바다를 정복했으니 산에 가고 싶은지 산과 관련된 잡지를 보는 올가. 바다에 가기를 그동안 간절히 염원했는데 어떻게든 바다에 가게 된 올가를 보니 정말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올가가 산에도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같아 산에 가게 되면 그땐 어떤 키오스크를 하게 될까? 그때도 과연 아이스크림을 팔게 될까? 올가의 꿈과 모험을 응원한다.


나도 지금 올가와 같은 삶을 살고 있다. 키오스크에 살고 있는 건 아니지만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나기 힘든 삶을 살고 있어 가고 싶은 여행지가 있는 여행잡지나 여행사진등을 보며 언젠가 떠날 여행을 꿈꾸고 있다. 올가도 이루었듯 나도 언젠가는 내가 꿈꾸는 곳에 닿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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