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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Jul 02. 2024

숲 속으로

이 책의 뒤표지를 보면, 부모의 다툼으로 인해 불안한 아이의 심리를 그린 그림책이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처음에 이 그림책을 펼쳐봤을 땐 도무지 부모의 다툼에 대한 내용들은 모르겠었다. 그래서 두 번, 세 번 더 펼쳐봤다. 앤서니브라운 작가가 곳곳에 숨겨둔 몇 가지 장치 덕분에 이 책이 왜 부모의 다툼으로 인해 불안한 아이의 심리를 그린 그림책인지 알 것 같았다. 또한 인기 있는 세계명작들에 대한 그림들을 소년이 할머니 집을 찾아가는 숲 속에서 찾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소년이 밤에 침대에서 자고 있던 날 우르르 쾅쾅 천둥번개가 쳤다. 그리고 그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아빠가 없었다. 엄마에게 아빠가 어디 갔는지 물어봤지만 엄마는 모른다고 했었다. 아마 천둥번개 치던 밤이 부모의 다툼에 대한 복선이 아니었을까?라고 추측해 봤었다. 또한 아빠가 어디 갔는지 물어봤는데 엄마가 모르다니 엄마 아빠는 지난밤사이 싸운 게 분명했다. 벽에 걸려있던 찢어진 가족사진 또한 엄마와 아빠의 다툼을 상징했었다. 곳곳에 ”아빠 빨리 돌아와요 “라고 쓰인 쪽지는 아빠를 보고 싶어 하고 그리워하는 소년의 애달픈 마음이 담겨있었다.

엄마는 소년에게 아픈 할머니를 위해 만든 케이크를 할머니집에 갖다 드리라고 심부름을 시켰다. 할머니의 집으로 가는 길은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한 가지 방법은 돌아가는 것이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또 한 가지 방법은 숲 속 지름길로 가는 방법이었다. 숲 속 지름길로 가는 방법은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지만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이었다. 그런데 빠른 길이었기에 케이크를 빨리 할머니께 가져다 드리고 아빠를 보러 오고 싶었던 아이의 마음이 담겨있었다. 아빠를 보고 싶어 하는 애달픈 그 마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할머니께 드릴 케이크 바구니를 들고 할머니집으로 가는 숲 속길에는 케이크를 달라는 여러 아이들의 유혹요소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년은 이를 잘 극복하고 아픈 할머니께 무사히 케이크를 가져다 드렸다. 그리고 각종 세계명작동화들의 그림이 그려져 있어 이 그림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내가 찾은 그림들과 이야기 주인공들은 고릴라 얼굴, 잭과 콩나무, 도깨비방망이, 앤서니브라운의 마술연필을 가진 꼬마곰, 빨간 모자, 늑대, 신데렐라의 유리구두와 호박, 잠자는 숲 속의 공주의 물레, 라푼젤, 백마 탄 왕자님 등 앤서니브라운만의 독자와 숨은 그림 찾기 하는 장치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숨은 그림 찾기 하면서 보는 그림책은 어느덧 책과 그림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할머니집에 도착해서 만난 또 다른 반가운 사람은 다름 아닌 아빠였다. 어디 갔는지 몰라 보고 싶고 그리웠던 아빠를 할머니집에서 만나게 된 것이었다. 아빠와 할머니와 함께 숲 속에서 있었던 이야기도 나누고, 엄마가 만들어주신 케이크도 나눠먹은 소년. 아빠와 함께 집으로 떠나올 시간이 되었다. 집에 도착해서 문을 두드리자 엄마가 아빠와 소년을 두 팔 벌려 환영해 주었다.


아빠가 할머니를 보살피러 갔다는 걸 엄마는 알았던 것일까? 엄마의 화는 언제쯤 누그러졌던 것일까? 이 책에서 나는 엄마의 옷에 주목했다. 아빠와 다툰 것으로 추정됐던 날 아침의 엄마의 빨간 카디건은 꽁꽁 잠겨있었다. 마치 마음의 문을 닫은 것처럼. 엄마의 표정 또한 어둡고 침울한, 표정이 없었다. 그런데 케이크를 가져다주고 할머니집에서 돌아왔을 때의 아빠와 소년을 맞이할 때의 엄마의 빨간 카디건은 활짝 열려있었다. 마치 마음의 문을 연 것처럼 말이었다. 엄마의 표정 또한 밝고 환한 웃음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이 책을 다 보고 난 지금 무언가 대단한 걸 찾은 것처럼 뿌듯하고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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