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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Jul 14. 2024

난 내가 좋아!

이 그림책은 오티움 두 번째 선정도서라서 알게 된 그림책이었다. 글밥이 많지 않고, 간결해서 읽기 좋았던 그림책이었다. 그러나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너무나 직관적이고 분명했던 그림책. ”짧고 굵게 “라는 말이 어울리는 정말 할 말만 딱 하는 그림책이라고나 할까. 내가 읽고 느끼기에도 좋았고, 뒷 표지에 적힌 옮긴이의 말처럼 아이에게 여러 번 읽어주면 아이가 받아들이기에도 너무나 좋을 것 같았던 그런 그림책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 돼지가 있다. 아마 작가가 돼지를 주인공으로 한 것도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돼지를 주인공으로 그림으로써 많은 걸 담아냈다. 동물 중에서 뚱뚱하고 못생겼다는 것에 비유될 때의 대명사. 그렇지만 그런 돼지가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한다고 하고 멋지다고 한다. 여기에서 우리 자신들도 자신들을 위해 살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내겐 아주 좋은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바로 나 자신. 나 자신과 함께 즐거운 일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리기도 하고 재밌는 책을 읽기도 한다. 자신을 돌보고 가꾸는 걸 좋아하며 말끔히 목욕을 하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지내는 주인공 돼지. 아침에 거울을 보며 말한다. “참 멋지구나!”

자신의 도르르 말린 꼬리를 사랑하고, 통통한 배를 사랑하고, 조그마한 자신의 발마저 사랑하는 돼지. 하트무늬 핑크색 속옷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기분이 나쁠 때는 기분을 좋게 만들고, 넘어지려 할 땐 다시 일어나면 되고, 실수를 할 때면 다시 노력하고 또 노력해서 이뤄내면 되는 것이었다. 어디를 가고 무엇을 하든지 정말 나는 나일 뿐이라는 걸 요즘 어른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 또한 이런 나를 가장 사랑하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돼지를 보며 나랑 정말 똑같은 일상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요즘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지만, 그래도 그림을 그리는 일이 즐거워 그림을 그리고 있고, 운동으로 삶의 활력을 찾곤 한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짜증 나는 일이 생겼을 땐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리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또한 그림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요즘이다.


어렸을 적에 나는 공부가 다인줄 알았다. 공부를 잘해야만 멋진 인생을 살 수 있는 건 줄 알았다. 물론 공부를 잘하면 그럴 확률은 높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나는 학창 시절 공부를 그다지 잘하지 못했었다. 공부를 왜 해야 되는지 몰랐었고, 도무지 재미가 없었다. 그에 반해 동생은 공부를 참 잘했다. 동생과 함께 있으면 누가 비교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나도 모르게 나 자신이 작아졌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보니 세상에는 공부를 잘하는 것 외에도 다른 필요한 것들이 많이 있었다. 부족한 공부를 커버해 줄 다른 숨겨져 있던 나의 성향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보니 공부 외에도 내 인생을 멋지게 해 줄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었고, 인생에는 정말 공부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지금 나 또한 이 책에 나오는 돼지처럼 내가 너무 좋다. 어렸을 적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쳤을 때는 왜 이렇게 나를 공부를 못하는 아이로 나오게 했냐며 원망 아닌 원망도 했었다. 그렇게 나 자신을 싫어하고 움츠러들었던 내가 어느새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내 인생을 멋지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이유가 있었던 듯싶다. 어떻게든 재밌고 멋지게 살 수 있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기분이 나쁠 땐 기분이 좋아지는 법을 알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우리 아이에게도 나는 인생에서 꼭 공부가 다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다. 잘하면 물론 좋겠지만, 하고 싶은 일이 따로 있다면 그걸 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다. 우리 아이도 자신이 즐거운 일을 하면서 자신을 가꾸고, 멋진 아이라고 생각하며 자기 자신을 사랑하며 성장했으면 한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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