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올해 처음 그림책모임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 책의 작가인 권정민 작가 그림책 모아보기라는 주제로 봤던 그림책 중 하나였는데 그때 당시에는 이 책에 나오는 멧돼지에 대해서만 생각했었고, 멧돼지가 서울 도심에 출몰했다는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 어땠었지? 에 대해서만 떠올렸었다. 나는 오랫동안 인천에 살았다. 유년시절부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몇 년 전까지 살아왔던 옛 동네를 벗어나 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이곳에 이사와 터를 잡은 것도 어느덧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우리 동네는 인천에서 갑자기 개발된 신도시다. 원래는 공장지대가 많았다가 빠른 속도로 도시가 형성이 되었는데 그 공장지대가 있었을 때 키웠던 큰 개들이 갑자기 개발된 도시로 인해 집을 잃고, 주인을 잃고 떠도는 들개가 되었다. 그러면서 이곳으로 이사 온 주민들의 신변을 위협하는 그런 존재가 되어버렸다.
인천에 들개 수가 급증했는데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수치로 우리 동네가 가장 많다는 뉴스를 접했었다. 실제로 나도 아이와 산책을 가다가 들개를 맞닥뜨리기도 했었고, 동네에 뒷산이 있는데 뒷산을 오르다가도 들개와 눈이 마주치기도 했었다. 물론 그때 그 들개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도망갔었지만 말이었다. 그 뒷산에 오를 때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데 이 산에 들개가 많이 돌아다니니 아이와 오를 때 특히 조심하라는 걱정과 염려의 소리도 많이 전해 들었다. 동네 곳곳을 다니다 보면 들개 포획틀이 눈에 띄기도 할 만큼 이 동네에 이사 와서 들개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이렇게 생활 속에서 들개를 맞닥뜨리고 들개와 관련된 뉴스를 많이 접하다 보니 갑자기 이 그림책이 떠올라서 다시 보게 되었다. 책에 나오는 동물만 멧돼지와 내 생활 속에는 들개로 다를 뿐. 책의 내용은 내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이 책에서도 멧돼지가 도심에 출몰하여 사람들을 위협하는 듯 보이지만, 잘 살고 있는 멧돼지를 그들의 터전인 산에서 내쫓은 건 우리가 그들의 터전을 먼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빼앗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들 또한 살기 위해 내려온 것은 아니었을까? 들개가 우리의 신변을 위협하는 것 같지만 우리가 먼저 무분별하게 도시를 만들겠다고 뛰어들었던 건 아니었을까? 들개에 물려 죽었다는 사람이 있다는 뉴스기사를 많이 접했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들개는 내게 위협적인 존재다. 특히나 아이와 있을 때는 더더욱. 아이와 함께 있을 때 들개를 보면 혹여나 눈이 마주칠까 봐, 그 들개가 날 따라오면 어쩌나 노심초사하며 최대한 피해 가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의 터전이자 삶을 우리 인간이 먼저 빼앗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한편으로는 그들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이 책의 멧돼지가 어느 한 집에 들어가 함께 살아가기를 택했듯 우리 동네 들개들도 어느 한 집에 들어가 함께 살아간다면? 그게 만약 우리집이 된다면? 워낙에 동물을 어렸을 때부터 무서워했던 나로서는 이 책의 멧돼지들이 아파트로 들어왔을 때 놀라 뒷걸음질 치고 도망가는 사람들의 모습처럼 나 또한 놀라 뒷걸음질을 칠 것만 같다. 얼마 전 우리 아파트 단지는 시끄러웠다. 들개가 나타났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들개를 잡기 위해 단지 곳곳에 들개 포획틀을 설치해 들개 포획을 기다리는데 반해 한쪽에서는 들개에게 사료를 챙겨주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 사람에게 쏟아지던 항의와 야유들이 기억이 난다. 나 또한 들개에게 사료를 챙겨주었다는 사람에게 항의의 목소리를 냈었는데 이 책을 생각하고 보니 그게 과연 맞았던 걸까?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서로 같이 살아가기 위해선 어떤 노력들을 해보면 좋을지 생각을 기울이게 했던 그런 그림책이었다. 동네에 아직도 추운데 집도 없이 떠돌아다니는 들개들 생각도 많이 났던 그림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