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간다던 엄마가 갑자기 사라져 버려 외로운 아이의 이야기다. 책 앞표지에 검게 그을린 듯 그려진 미영이. 그늘진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해 보인다. 책장을 넘겨 앞 면지를 펼쳐보면 버스정류장 벤치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미영이. 엄마는 어디에 가신 걸까? 엄마는 언제 오시는 걸까? 엄마가 오시기는 하는 걸까? 마냥 기다리고 기다리는 모습이다.
“엄마, 어디가?”
“화장실에. 더 자.”
화장실에 간다고 더 자라고 했던 엄마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생일에도 엄마는 오지 않았다. 식구들이 많은 집으로 가게 됐다. 그 집은 엄마랑 살던 집보다는 컸지만, 내 집은 아니었다. 불편했다. 일이 많은 집이었고, 나이가 같은 아이도 있었다. 나이가 같은 아이가 자신의 엄마에게 미영이는 왜 맨날 화가 나있냐고 했다. 그래서 엄마가 없는 거냐고 물었다.
어느 날 미영이가 아팠다. 그런데 아무도 손으로 이마를 짚어주지 않았다. 엄마라면 해줬을 텐데. 미영이의 볼이 새빨갰지만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아플 때 혼자 있으면 서러운데. 나 또한 가끔 한 번씩 아프면 엄마가 그렇게 보고 싶다. 그래서 미영이도 엄마가 더 보고 싶었을 거였다.
’ 엄마는 나를 버린 걸까?‘
엄마 따윈 보고 싶지 않다고 했던 미영이지만 그만큼 엄마를 필요로 하는 것만 같았다.
주인을 찾는 떠도는 강아지가 있었다. 전단지를 붙여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강아지에게 밥을 주고 산책을 시켜주고 똥을 치워주는 건 미영이었다. 밤이 되면 강아지는 낑낑거렸는데 미영이의 손을 물려주니 조용해졌다. 마치 엄마를 잃은 강아지가 엄마품이 그리웠던 것처럼. 강아지와 미영이는 닮아있었다.
이 집에 온날 입었던 옷과 신발이 작아졌다. 그렇게 엄마를 그리워하던 어느 날 누군가 미영이를 찾아왔다.
엄마라고 했다. 엄마가 드디어 미영이를 데리러 왔다. 미영이는 엄마와 함께 가며 엄마 손을 잡았다.
“엄마 어디 갔다 왔어?”
목구멍에 뭐가 걸렸다. 버스를 기다리며 엄마는 울었다. 잡은 엄마 손은 따뜻했다.
이 책의 뒤표지를 보니 강아지와 웃고 있는 미영이의 표정이 참 행복해 보인다. 강아지의 표정도.
어찌 됐든 엄마와 함께 하게 되어 행복해진 미영이고, 미영이의 표정이 밝은 걸 보고 강아지의 표정 또한 밝아진 거라 생각한다.
이 책을 보면서 요즘 보고 있는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의 광례엄마와 그 딸 애순이가 생각이 났다. 해녀였던 엄마는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면서 똑 부러지는 딸이 해녀의 삶을 살지 않기를 바라며 작은집으로 보낸다. 그러나 애순이는 항상 엄마를 찾아가고, 엄마집을 문턱 닳도록 드나들었다. 작은집은 불편했다. 식모살이를 했다. 결국 광례엄마는 엄마와 살고 싶다는 애순이를 데려와 자신의 짧은 생을 마감할 때까지 키운다. 아무리 가난해도 엄마 곁에 있어 행복해하는 애순이를 보며 어떤 환경이 닥쳐도 엄마와 함께여야 행복하다는 걸 이 책과 <폭삭 속았수다>드라마가 보여주었다.
고등학교 때 나는 드라마의 애순이보다도 컸고, 미영이보다도 컸다. 그때 부모님이 분식집을 잠깐 하셨는데 새벽에 단체주문이라도 생기면 집에 들어오지도 못하셨다. 고등학생이라 이미 클 때로 컸다고 생각한 나는 엄마 아빠가 없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어느새 학교에서 나는 문제아가 되어있었다. 부모님도 많이 힘들어하셨고, 결국 분식집을 다른 이에게 넘겨주고, 엄마 아빠가 집으로 돌아오셨다. 엄마가 내 곁에 오자 그때 알았다. 엄마의 빈자리가 컸다는 것을. 어떤 상황이 닥쳐도 엄마는 엄마라는 것을. 엄마가 곁에 있으니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왔고, 나도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미영이를 보니 생각이 났다. 부모님이 분식집 했을 때의 기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