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과 함께 세계로 기차로 대륙을 누벼라...
옴스크에서 모스크바까지는 2,717킬로미터, 다시 2박 3일을 달려야 된다. 이번 기차의 침대는 둘 다 이층 칸이다. 양쪽의 일층 칸은 일행인 젊은 여자 2명이 잡고 나이 먹은 우리는 모두 이층이니 좀 늦게 표를 끊긴 끊었지만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같은 일행이 1층, 2층을 끊어야 짐도 1층 침대 밑에 같이 보관하면 좋고 낮 시간에 같이 1층에 앉아 밤에 잘 때는 한 사람은 이층으로 가면 서로 좋은데 전부 2층이면 짐도 보관하는 데 상당한 문제가 있고 잠자지 않는 시간에 1층에 사람이 누워 있으면 식사도 하기 어렵고 앉아 있기도 상당히 어렵다.
하지만 자기들도 이층 보다는 아래층이 여행하기 편해 선택한 것을 우리가 일방적으로 바꿔 달라 할 수도 그렇다고 러시아어로 양해도 구하기 어렵다. 서로 영어 몇 마디 주고받다가 서로 포기한 사이이니...
좋은 방법은 1층에 있는 한 사람이 시트를 갖고 2층으로 가면 좋을 텐데 그러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배낭을 2층 침대 위로 겨우 올리고 밤에 자는 시간에만 2층 침대로 올라가고 낮의 시간에는 자기들도 불편하게 1층 침대 모서리에 앉아 있기도 하며 그렇게 서로 어렵게 모스크바를 향해 달려갔다.
자리가 조금은 불편해도 시베리아를 달리는 기차는 거침이 없이 달린다. 정말 광활한 평야를 한도 끝도 없이 달리고 또 달린다. 자작나무 숲이 계속 이어지는가 싶다가 초원지대가 나타나고 다시 물이 흐르고 또 호수가 나타난다.
그러다가 해가 지고 정말 밤이 되면 기차에서는 할 일이 없어진다. 나는 밖의 경치만 신나게 즐기다가 어둠이 짙어져 밖의 경치가 사라지면 그때 다시 나의 삶이 시작된다. 씻고 밥을 준비한다. 밥이라고 해야 검은 빵과 오이, 당근 등과 고추장. 어둠이 짙어져야 밖의 경치에서 자유로워진다. 식사를 하고 음악을 듣고 잠을 청한다. 다시 새로운 내일을 위하여
그리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새로운 하루라고 해야 기차에서의 하루다. 하지만 정말 시베리아의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는 순간이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가 편도에 6박 7일을 달린다. 한 열차를 타고 계속 달린다면 정말 깜깜한 밤에 경치를 보지 못하는 시간도 사흘은 될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가 본 경치가 전체의 2/3 정도나 될까? 혹시 중간에 졸거나 책을 본다면 더 줄어들기도 하겠지? 난 정말 낮에 잠을 자거나 독서를 하지 않았다. 밖을 보는 것이 다 좋았기에...
지나는 순간, 순간이 정말 아름다웠고 잊지 못할 풍경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정차하는 역마다 새로운 풍경과 재미를 준다. 또한 기차에서 맞이하는 일몰의 풍경과 다시 해가 뜨는 모습을 기차에서 맞는 기분은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 준다.
끝없이 이어지는 자작나무 숲이었다가 다시 강이 나오고 그러다가 도시가 나타난다. 어찌 보면 조금은 틀에 짜여있다는 기분이 들 정도이다. 그런 것들이 시베리아를 여행하면서 느끼는 아름다움이라고 해야 될 것이라 생각된다. 끝없이 이어지는 풍경으로 6박 7일을 달린다면 그것을 좋아하며 여행을 즐기지는 않을 테니까...
그 언젠가 우리의 눈을 외국으로 돌려야 된다고 부르짖었던 시대가 있었다. 국내를 벗어나 국제적으로 놀아야 된다고 했고 그러다 국제화가 아닌 세계화를 내걸고 외국의 문물을 많이 접해야 된다며 많은 공무원과 회사원들이 외국으로 외국으로 나간 적이 있었다.
글로벌제이션이라는 이야기, 맞는 이야기인지 모르겠으나 선진국의 경영스타일이나 기법을 배우자는 것이었는데 그때 이런 곳을 찾아 투자를 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하기야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농지가 없어 농민들이 어려운 것이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난 사업가가 아니니 어떻게 판단을 하겠는가? 이 넓은 대지를 개간하여 곡물을 생산한다면? 하지만 곡물을 생산하는 미국이나 캐나다, 그런 나라들이 가만 두지 않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이 드넓은 땅을 바라보며 뜬금없는 생각들이 드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나라는 농지가 부족하다고 서해안을 메꾸어 농지로 만들어 놓았는데 지금은 쌀이 너무 많이 생산되어 쌀값이 떨어져 논에 쌀농사를 짓지 않으면 돈으로 보상하고 있는데...
시베리아를 기차로 지나며 정말 많은 생각이 든다. 정말 드넓은 대지에 아직도 개발되지 않은 대지와 조그만 시골, 그러다 나타난 도시와 경치 좋은 곳에 나타나는 정말 좋은 저택들...
우리가 배워왔던 소련, 철의 장막의 쳐 있는 나라, 그리고 죽의 장막이 쳐 있는 중국, 지금은 아무 거리낌 없이 자유 왕래하는 곳, 정말 러시아는 비자도 없이 갈 수 있는 나라가 아닌가?
냉전의 시대에 화가가 해바라기를 그렸다고 해서 기관에 끌려가 취조를 받았다는 나라가 우리나라였단다. 해바라기는 냉전시대 소련의 국화에 해당되는 꽃이었다고 했던가?
그런 나라를 지금 우리는 이렇게 여행을 하고 있다. 진짜 러시아말 하나도 모르면서 열흘 이상을 기차로 움직이며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지내고 있다.
이번 시베리아 횡단 열차의 묘미는 광활한 대륙을 지나는 멋진 광경과 바이칼 호수 여행, 그리고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과의 교류였다. 시베리아의 횡단 열차는 다양한 꿈과 많은 사연을 안고 모스크바를 향하여 그렇게 계속 달여 정말 이른 새벽에 모스크바에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