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과 함께 세계로 기차를 타고 대륙을..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 11박 12일의 시베리아 횡단 열차 여행의 종착지인 모스크바에 도착하였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여기서 끝나지만 우리의 기차 여행은 여기서 다시 상떼페때루브르크를 거쳐 유럽에서도 유레일 패스로 그리고 미국에서도 암트랙 패스로 계속 이어질 예정이고 이제 여행의 시작이라 생각하니 아쉬움은 좀 덜 하다.
기차에서 내려 역 광장으로 나오니 여기는 완전 딴 세상에 온 듯하다. 도시는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고 도로에는 방금 살수차가 지나 간 듯 시원하게 물이 뿌려져 있다. 그리고 도시를 오가는 차들은 다른 도시에서 보았던 낡은 차들이 아니다.
예쁜 전철과 도로에는 고급 승용차들이 신나게 달리고 사람들의 모습도 격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광장에서 이리저리 둘러보니 맥도널드 간판이 보인다. 팬케익과 계란 및 커피로 아침을 시켜 먹고 와이파이를 켜 카톡으로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숙소를 찾아 나선다.
길 가는 사람에게 주소를 내밀며 길을 물어보자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방향을 알려준다. 건물에 거리 이름이 나와 있는데 러시아어와 영어로 적혀 있어 번지의 숫자가 어느 방향으로 커지는 가를 찾다 보면 집 찾기는 그리 어려운 점은 없는 것 같다.
집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는데 문제는 벨을 누르는 일이다. 러시아어로 쓰여 있는데 무엇을 어떻게 눌러야 될지 감이 오지 않는다.
예약서에 나와 있는 전화로 하면 되는데 전화 요금이 분당 요금으로 4천 원이고 전화를 걸어 신호가 가는 순간부터 계산이 되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로밍을 해가도 전화를 하지 않는 것을 불문율로 삼았다.
외국인과 통화하다 보면 헬로! 헬로! 마이 내임이즈. 그러다 시간 다 가고 엄청난 요금 폭탄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금은 어벙하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좀 나이 든 사람이 지나간다. 주소를 가리키며 벨을 어떻게 누르느냐 물어보니 적혀 있는 내용을 읽어 보고 어느 벨을 누르니 인터폰으로 말이 나온다. 그 사람이 인터폰에 대고 러시아 말로 이야기하니 문이 열리고 들어오란다.
예약된 내용을 확인하고 체크인을 오후에 하는 것은 알고 있으나 기차가 새벽에 도착하여 배낭을 좀 맡기고 관광을 해야 하겠다 하니 흔쾌히 승낙한다. 맥도널드에 가서 집사람과 배낭을 들고 와 맡기고 밖으로 나간다.
이르크추크에서 옴스크를 거쳐 모스크바까지 4박 5일간의 장거리 여행의 피곤을 풀 수도 없다. 여기 숙소의 체크인은 오후 2시니까 지금 숙소에서 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 붉은 광장에 나가 보니 벌써부터 많은 관광객이 몰려오며 거기에 한국 관광객들도 많이 눈에 띈다. 반가운 마음에 한국에서 오셨느냐 반갑게 인사를 건넸는데 돌아오는 답이 조금은 달갑지 않다는 눈치다.
우리들이야 울란우데에서 한국인들과 헤어진 이후 한국인은 처음 만나 반가웠지만 4박 5일 동안 제대로 씻지도 못한 몰골에 옷도 후줄근하니 별로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닐 것이고 빨리 돌아다니며 관광도 하며 사진을 찍고 가이드가 정해준 시간과 장소에 도착해야 되는데 우리들과 노닥거릴 시간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정말 아침 일찍 기차에서 내려 숙소에 짐을 맡기고는 정말 많이 돌아다녔다. 오후 3시가 넘어 숙소에 들러 침대를 배정받고 짐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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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이 함께 자는 도미토리인데 중국인 1명은 오늘 체크아웃하고 한 명은 한국 남자라 했다. 숙소에서 짐을 챙겨 놓고 쉬다 방안이 너무 더워 대금과 악보를 들고 인근 공원에 나와 바람을 쐬며 대금을 불어 본다.
막상 대금을 부르려 하니 옆에 노숙자 비슷한 사람이 낮잠을 자고 있어 자리를 피해 할머니가 앉아 있는 곳으로 와 대금을 부는데 표정이 이상하고 뭐라 이야기하는데 별로 좋은 눈치는 아닌 것 같아 피해 나와 또 무작정 동네 인근을 돌아다니다 저녁을 먹고 들어와 한국인 관광객인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