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과 함께 세계로 기차 타고 대륙을
모스크바에서의 이틀째, 세르기에프 포사드를 전날 숙소 같은 방에 묵었던 한국에서 오신 교수님과 같이 가기로 하였다. 기차로 지구 한 바퀴를 돌기로 하여 기차가 머무는 도시에서 멀리 가는 것은 무리라 생각하였는데 같이 가는 동행이 있으니 흔쾌히 따라나선다.
교수님께서는 방학 때는 언제나 여행을 떠나신다고 하시며 여행에 남다른 애정과 지식을 갖고 혼자 여행을 즐겨하신단다.
아침에 준비하시는 모습을 보니 이건 집 근처 슈퍼를 다녀오시는 복장이다. 흔한 모자도 하나 쓰지 않으시고 배낭이나 손가방도 없다. 손에 들고 계신 건 근처 슈퍼에서 물건 사고받은 봉지 하나다. 관광지를 돌아다녀도 관광객 티를 내지 않고 현지에 사는 사람처럼 하고 다녀야 소매치기나 이상한 사람들의 표적이 되지 않는다고 하신다.
하지만 여기 오시기 전 몽골 쪽을 여행하시다가 카메라와 핸드폰까지 잃어버리셨단다. 다행히 패스포트와 현금 등은 옷 안에 깊숙이 넣어 두어 화를 면해 여행을 계속하실 수 있었단다.
숙소에서 나와 지하철을 타고 포사트 가는 기차역으로 갔다가 거기서 기차를 타고 1시간 넘게 갔다. 모스크바에서는 가는 방향에 따라 기차역이 달라 잘 찾아가야 된다. 하기야 우리나라 서울도 서울 역에서는 경부선이 용산 역에서는 호남선과 전라선, 장항선, 그리고 청량리 역에서 태백선과 중앙선 등으로 가는 기차를 타는 거와 마찬가지다.
세르기 에프 포사트는 모스크바에서 70킬로미터 북동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황금 고리 중의 하나이고 종교의 도시다. 오늘은 정말 좋은 날씨다. 바람도 살살 불고 맑은 날씨에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그리고 성당의 황금빛 돔이 환상적으로 어울린다.
많은 사람들이 세르기 에프 수도원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교수님은 정말 현지인처럼 아무 제재도 받지 않고 수도원으로 들어갔는데 나보다 먼저 들어간 집사람이 문을 지키고 있는 경비원에게 걸려 무어라 이야기를 하여 가보니 표를 사 오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표를 내지 않고 그냥 들어가는데 우리만 잡고 표를 사 오라고 하니 답답하다. 먼저 들어가셨던 교수님도 우리가 들어가지 못하니까 밖으로 나오셔서 상황을 보시더니 표를 사러 매표소로 갔는데 1인당 300 루블을 달라고 한다. 정말 비싸다.
교수님께서는 많은 사람들이 돈을 안 내고 가는데 우리만 돈을 내고 가는 것이 좀 그렇다 하시며 인근을 둘러보고 모스크바의 다른 곳을 더 가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하며 들어가는 것을 포기하신다.
수도원 벽을 따라 시내를 돌아보니 경치도 좋고 볼 것도 많았다. 기도실도 있고 물이 흐르는 곳에 집을 지어 놓고 그 속에 들어가 몸을 씻고 나오는 곳도 있다. 물론 남자가 들어갔다가 나오면 여자가 들어가는 구조다.
수도원 앞에는 기념품 가게가 줄지어 서 있고 그 밑으로는 음식점과 호텔 등이 있다. 집사람은 기념품을 사고 싶은 눈치인데 이제 배낭여행의 시작이라 기념품은 안 된다 하니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다시 기차를 타고 시내로 들어와 우주박물관으로 또 시내의 공원과 사원 등을 돌아다니다 내일 상떼빼때로부르크에 가는 기차표를 예매하기 위해 기차역을 들렀는데 말이 통하지 않아 많은 애를 먹었다. 영어도 잘하시고 러시아 말도 조금은 아시는 교수님께서 그렇게 헤매셨는데 내가 했으면 많이 어려웠을 거라 생각하니 교수님께 감사하다.
밤에는 숙소 인근 붉은 광장 근처에서 야경을 즐기다 카페의 거리에서 시원한 맥주도 한잔 하며 여흥을 즐겼다.
밤의 카페거리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길거리를 메웠고 카페마다 사람들로 넘쳐 났다.
이런 곳에서 술에 취해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다니면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생각이 드니 한잔 더 의 유혹을 뿌리치고 들어왔다.
여기에서는 맥주 한잔을 시켜 놓고 좀 오래 앉아 있어도 크게 눈총을 주지 않고 당연히 안주를 안 시켜도 대 놓고 이야기하지 않으니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에게 말은 하지 못하고 쓰린 마음을 참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다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2박 3일을 모스크바에서 머무는 마지막 날이다. 2박 3일이라 하더라도 첫날 새벽에 도착하여 마지막 날 밤에 떠나니 실질적 여행 기간은 4박 5일에 버금가는 일정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는 시내를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둘러보기로 한다. 붉은 광장 앞에서 시티버스를 타고 한 구간을 갔다가 또 다른 버스를 타고 정말 하루 종일 돌고 또 돌아다녔다.
이번에 시베리아 횡단을 계획하면서 정말 말도 통하지 않는 곳이라 블라디보스토크와 울란우데, 이르크추크, 모스크바와 상테빼테르부르크의 숙소를 한국에서 모두 마쳤고 또 기차표도 직접 예매를 다 하고 여행을 하였는데 모스크바에 머물다 보니 좀 더 여유를 부려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르크추크에서도 조금 아쉬웠고 또 모스크바를 떠나려 하니 그것도 좀 아쉽다. 하루 이틀 더 묵어도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하기야 핀란드에서의 카우치서핑 숙소의 예약도 있고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미국으로 가는 크루즈의 일정도 있어 일정을 무한정 늘릴 수는 없었지만...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시내를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붉은 광장의 뒤편과 모스크바 강을 끼고 돌아가는 길도 정말 아름답다. 버스를 타고 모스크바 강에 떠 있는 유람선을 바라보는 것도 색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해 준다. 또한 버스에서 바라보는 시장과 도시의 모습이 새삼스럽다.
그렇게 모스크바에서의 일정이 마무리된다. 같은 방에서 머물렀던 교수님의 덕분에 좀 더 즐거운 여행이 되었다. 한국에 가서 한 번 찾아뵙기를 청했었는데 극구 사양하시는 바람에 연락처도 주시지 않으셨던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모스크바에서의 여행을 마치고 다시 기차에 오른다. 앞으로 상태빼때르부르크에서는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