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과 함께 세계로, 기차로 대륙을 누비다.
케냐의 나이로비에서 시작된 여행이 이제 한 달 하고도 열흘이 더 넘었다. 정말 먼 길을 달려왔다. 여행 내내 트럭을 타고 다녔는데 짐바브웨의 불라와요에서 빅토리아 폴스까지는 기차를 이용한다.
우리를 태우고 다니는 트럭은 육지에서 이동할 때는 트럭을 이용하는 데 이번 빅토리아 폴스까지는 트럭을 이용하지 않고 기차를 타고 간다.
운전기사인 루키가 혼자 차를 몰고 불라와요에서 빅토리아 폴스까지 가고 트럭킹 멤버들은 모두 기차를 타고 간다. 나는 기차를 타지 않고 기사와 같이 트럭으로 가면 어떨까 하고 기사에게 물어보니 가이드가 기차를 타고 가는 경치가 트럭을 타고 가는 것보다 훨씬 좋다 하여 그렇게 하기로 한다.
트럭킹을 하는 일행 스무 명 중 일부는 인근 국립공원에 코뿔소를 보기 위한 투어를 떠나고 일부는 숙소에 남아 수영을 즐기거나 휴식을 취하는데 나는 혼자 불라와요 시내를 둘러보기로 한다. 마침 트럭이 빅토리아 폴스로 떠나는데 불라와요 시내를 지나가기에 같이 타고 나간다.
불라와요에서 밤 7시에 기차가 출발하여 기차 시간에 맞춰 만나기로 하였으니 10시간의 여유가 있다. 불라와요의 시내가 해발 고도 약 1,000미터 이상의 위치에 있어 밤에는 싸늘하지만 낮에는 뜨거운 햇볕으로 걸어 다니기가 조금 힘들 정도로 덥다.
시내를 돌아다니며 일단은 저녁에 만날 기차역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고 다음에는 불라와요의 아트 갤러리를 찾았는데 전시된 작품들이 크게 와 닫는 것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갤러리 카페에 앉아 전통 차를 한잔 마시며 더위를 식히고 다시 찾아간 곳은 센트럴 파크.
센트럴 파크에서의 그늘진 곳에서는 연인들이 다정하게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독서를 하며 한가로이 여유를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결혼식을 하는 한 무리의 하객들도 있고 간간히 관광객들도 눈에 띈다.
다시 길을 찾아 나선 곳은 짐바브웨 자연사박물관. 학생들이 많이 찾아왔는데 정말 다양한 새들과 동물의 박제 등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실내에서 사진 촬영을 금하여 다양한 동물들의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짐바브웨는 살인적인 물가 폭등으로 100조 달러의 화폐가 발행될 정도로 극심한 경제 상황이 악화되었고 지금은 미국 달러나 남아프리카 화폐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도 시내는 상가에는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고 괜찮은 음식점도 많다.
상가를 돌아다니다 식당이 있어 들어가 치킨과 쌀밥을 시켜 나이프와 호크를 사용해 먹었는데 옆자리의 사람은 소갈비와 펍을 먹는데 식사를 하기 전에 종업원이 대야와 주전자를 가지고와 손님에게 물을 따라 주니 그 물로 손을 씻고 식사를 한 다음 다시 주전자와 대야를 가지고 와 손을 씻는 것으로 식사를 마친다.
점심을 먹고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니 무척이나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보니 클럽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음악을 듣거나 텔레비전의 스포츠 중계를 보면서 맥주를 마시고 있다.
나도 시간이 많이 남아 시원한 곳에서 쉬기 위해 자리를 잡고 앉는다. 맥주 한 병을 시켜놓고 클럽의 분위기도 보고 이나라 젊은이들의 노는 모습을 보면서 망중한을 보내본다.
정말 긴 하루가 지나고 저녁에 기차역에 도착해 보니 많은 사람들이 기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옛날 우리나라의 기차역에서 보듯이 여기도 술을 마시고 떠드는 사람이 있고 지나는 사람에게 행패를 부리는 사람도 있다. 나에게 시비를 걸어올까 무서워 멀리 떨어져 그들을 보고 있다 우리 일행들이 도착하는 것을 보고 달려가니 모두 반갑게 맞아주어 구세주를 만난 것 같았다.
드디어 기차를 타고 출발이다. 기차를 타고 보니 어떻게 이런 기차가 달릴까 생각될 정도로 열악하다. 화장실에는 물이 나오지 않고 휴지도 없다. 일등 침대칸이 이럴진대 원주민들이 많이 타는 일반칸은 보지 않아도 알만하다.
침대칸은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탔지만 일반칸은 정말 많은 원주민들이 타고 간다. 열차 중간에 매점이 있어 맥주나 포장된 간식은 팔고 있었지만 뜨거운 커피나 차는 판매되지 않는다. 물을 끓일 수 없어서라고 한다.
침대칸이지만 침구는 개인적으로 준비해야 된다. 우리도 각자 스리핑 백을 준비하여 탔는데 의자와 침대가 너무 더러워 물 티슈로 몇 번을 닦아내도 더러움이 가시지 않아 포기하고 그냥 잠을 청해 본다.
덜컹거리는 기차에 찜찜한 침대에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모르게 비몽사몽을 헤매다 잠이 깨니 밤이 물러가며 여명이 밝아 온다. 그리고 지나는 풍경이 새삼스럽다.
기차를 타고 아프리카 대륙을 달리는 기분은 원시림 속을 누비는 느낌이다. 사람들의 통행이 거의 없는 숲 속을 달리다가 가끔 보이는 집이 반갑기도 하다. 목축을 위한 초원을 조성하기 위해서인지 아님 자연 발화인지 산에는 불이 타고 있는 모습이 있고 또 잿더미가 되어 있는 들판도 보인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지나오는데 아침이 지나고도 한참을 더 지난 후에 드디어 빅토리아 폴스 기차역에 도착한다. 기차를 타고 오다 고장이 나거나 하면 언제 도착할지 모른다는데 다행히 많은 기다림 없이 잘 달려와준 것 같다.
빅토리아 폭포가 있는 도시에 오니 이것으로 나는 세계 3대 폭포라는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 있는 나이아가라 폭포와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국경에 있는 이과수 폭포, 그리고 짐바브웨와 잠비아의 국경에 있는 이곳까지 섭렵하게 되었다.
빅토리아 폴스 레스트 캠프에 도착하니 미리 와 있던 트럭 운전사 루키가 아침을 준비해 놓고 기다린다. 아침이라고 해야 물을 끓여 놓아 커피나 차를 마시게 하고 우유와 프레이크, 그리고 빵을 준비해 놓아 자기 취향대로 먹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여행사의 투어 설명회, 우리는 여기는 나흘을 머물고 각자 알아서 식사를 해결하고 또 자기에게 맞는 액티비티를 즐기면 된다.
액티비티는 짚라인과 번지점프, 게임 드라이브, 잠비아로 넘어가 잠비지 강의 폭포 위에서의 수영과 선셋 크루즈와 카약, 헬리콥터 투어 등 정말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 등이 준비되어 있다.
나는 투어는 신청하지 않는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여행사에 문의하면 갈 수 있다 하니 형편대로 하기로 한다. 그리고 폭포를 향해 간다. 폭포는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몇몇 일행들과 함께 걸어간다.
이과수 폭포나 또 나이아가라 폭포와 조금 다르게 이곳은 자연미가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 나이아가라 폭포나 이과수는 시설들이 많아서 인지 자연미가 떨어지는 것과 비교된다. 그리고 건기라서 인지 웅장하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그래도 건기라 시야가 많이 넓혀져 보기가 좋다고 한다.
우기에는 물이 많이 내리는 반면 시야가 좁아져 앞이 잘 안 보이는 경우도 있다 하니 모두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란다.
투어를 신청해 놓으면 시간에 맞춰 지정된 장소에 모여야 되는 제약이 있게 마련이지만 그냥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기야 우리 나이에 짚라인이나 번지 점프를 하기에는 좀 무리이기에 혼자 돌아다니는 것을 택했다.
도착한 날 오후에 빅토리아 폭포를 여유롭게 둘러보고 다음날 새벽 어두운 길을 혼자 나선다. 빅토리아 브리지 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보기 위해서 방향을 잡고 한참을 걸어가는데 마을 쪽에서 걸어 나오는 원주민 여자가 그쪽으로 가면 위험하다고 한다. 코끼리가 자주 돌아다니는 곳으로 사람을 공격하기도 한다고 한다.
바짝 긴장을 하고 그냥 일출만 보고 가려고 조금 더 걸어가는데 앞에서 오는 차가 멈춘다. 그러더니 창문을 내리며 말을 하는데 한국 사람이다. 그러면서 어디 가느냐 물어본다. 아침 일출을 보러 나왔다 하니 차에 타라 하신다.
그러면서 여기는 정말 위험하다고 한다. 사람도 무섭지만 코끼리가 사람을 공격한다며 얼마 전에는 영국 관광객이 코끼리의 공격을 받아 죽었다 하며 일출을 보기 좋은 장소로 안내한다며 킹덤 호텔로 데려다주며 앞으로 가면 일출 보기 좋을 거라 하고 차에서 내려 주고 간다.
경치 좋은 호텔에서 저 멀리 빅토리아 브리지 위로 떠오르는 해를 보며 여기에 데려다준 사람이 정말 고맙고 어떻게 그 시간에 그 사람을 만났는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나를 보호해 주기 위해 나타난 수호신이 아닌가 생각되며 어떻게 고맙단 이야기를 전해야 될지 모르겠다. 정말 고마웠다.
일출을 보고 아름다운 호텔을 둘러보다가 빅토리아 브리지로 가는 이정표가 있어 그쪽으로 걸어가는데 그곳을 지키고 있던 가드가 쫓아와 어디로 가느냐 물어본다. 빅토리아 브리지로 간다 하니 여기는 코끼리나 위험한 동물이 나와 위험하다며 안전한 곳까지 에스코트를 해 준다고 따라온다. 아마 내가 호텔 투숙객인 줄 아는가 보다.
한참을 걸어오니 사람들의 왕래가 있는 곳까지 데려다주고 가드는 자기 자리로 되돌아 가고 나는 빅토리아 다리를 건너 잠비아로 넘어가 본다. 잠비아의 국경을 넘을 때는 별도로 비자비를 내야 된다. 그리고 잠비아에서 짐바브웨로 올 때도 단수 비자면 별도로 비자비를 내야 된다.
이런 때 갈등을 느끼게 된다. 잠깐 방문하는데 비자비를 내고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잠비아의 리빙스턴을 다녀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비자비를 내고 넘어간다.
짐바브웨에서 빅토리아 다리를 건너 잠비아의 국경을 넘어가면 잠비아의 출입국 관리사무소에서 비자비를 내고 비자를 받고 나가면 리빙스턴으로 가는 택시가 기다리고 있다. 거기서 합승택시를 타고 리빙스턴 시내로 들어가게 된다.
리빙스턴 시내로 들어가 무작정 걸어가 본다. 일출을 보러 숙소를 나왔다가 그렇게 걷고 또 걸어 국경을 넘어 이곳에 왔으니 무척이나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다. 하지만 잠비아의 돈이 없어 일반 가게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일단은 좀 괜찮은 호텔을 찾아 들어간다. 아침을 먹고 계산을 카드로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다시 나와 시내를 돌아다녀 본다. 그리고 은행을 찾아 자동인출기에서 약간의 돈을 찾아 잠비아 강변도 찾아가 보고 점심은 이곳의 전통 음식점에서 생선 튀김과 옥수수 가루를 쪄 만든 펍도 먹어보면 잠비아에서의 하루를 보낸다.
합승 택시를 타고 국경으로 와서 다시 다리를 건너 숙소로 찾아온다. 나흘을 빅토리아 폴스에 머무는 동안 일행들과 거의 어울리지 못했다. 그때는 나는 감기끼가 있어 일행들이 생활하는 텐트촌에 있지 않고 별도 도미토리 방에서 지냈기에 나는 혼자 외톨이가 되어 지냈다.
숙소의 캠핑장에는 원숭이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숙소뿐만 아니라 다리 근처와 시내에도 원숭이들이 많이 다녔다. 그런 원숭이들이 음식을 훔쳐 먹는 일이 종종 발생하여 운전사 루키는 새총을 만들어 원숭이를 쫓기도 한다.
다음날은 시내를 혼자 돌아다니다 저녁에는 선셋 쿠르즈 투어를 신청한다. 약 50달러에 3시간 정도 크루즈를 하면서 간식과 음료와 맥주, 와인, 칵테일은 무한정 제공된다고 한다.
선셋 투어는 숙소에 차가 와서 데리고 갔다가 투어가 끝나면 다시 숙소에 데려다준다. 차를 타고 투어를 위해 선착장에 도착하니 전통 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현란한 음악과 춤으로 우리를 맞이해 준다. 격렬한 춤이 끝나고 배가 출발한다.
잠비아 강에는 정말 많은 배들이 선셋 투어에 나왔다. 3층짜리 큰 배부터 몇 명만이 타는 조그만 배까지 정말 다양한 배들이 투어에 나왔다. 조그만 배에도 가족들이 아이스박스에 음료나 맥주를 가지고 와서 파티를 즐긴다. 우리도 많은 사람들이 같이 어울러 맥주나 와인을 마시며 아름답게 지는 해를 바라보며 여유를 즐긴다.
해가 지는 모습도 정말 아름답지만 저녁에 코끼리 가족들이 강에 들어가 수영을 즐기는 모습이라든지 아름다운 새들과 강변으로 가면 악어들과 저 멀리 물을 뿜어내는 하마들의 모습도 볼 수 있어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크루즈였다.
다른 일행들은 다양한 액티비티를 경험하였지만 나는 나대로 리빙스턴과 선셋 크루즈를 즐겼다. 모두 자기들의 취향대로 시간을 즐겼다. 나흘 동안은 첫날 운전사 루키가 준비한 아침과 마지막 날 밤의 파티를 제외하고는 모두 각자 해결을 해야 된다.
나는 대부분의 식사를 마트에서 사다가 숙소에서 먹는 것으로 했고 그리고 거의 혼자 돌아다니는 것으로 했다. 마지막 날이 밝았다. 혼자 시내를 돌아다녀 본다. 전에 돌아다녔던 반대 방향으로 가니 높은 담으로 둘러 싸인 저택들이 정말 많다. 담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치안이 불안하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 같아 혼자 돌아다니는 것이 조금은 두렵기도 하다.
내가 이용하는 여행 안내 웹에서는 짐바브웨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도시는 빅토리아 폴스이고 두 번째가 수도인 하레라와 세 번째가 엊그제 우리가 기차를 탔던 불라와요이다. 그리고 빅토리아 폴스에서 제일 인기 있는 곳은 첫째가 빅토리아 폭포이고 두 번째가 빅토리아 다리이고 세 번째가 빅토리아 폴스의 빅 트리이다.
그래서 혼자 웹의 지도를 보며 빅 트리를 찾아 나선다. 빅 트리는 아프리카에서 자라는 바오바브나무인데 이곳의 빅 트리가 크고 아름답다고 한다. 지도 보고 찾아가는 길이 사람들과 차량들의 통행이 거의 없고 길에는 코끼리의 배설물이 널려 있어 언제 코끼리가 달려들지 조금 무섭다.
혼자 걷는 길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두려움과 함께 시작한 산책길이 끝이 나고 나흘 간의 혼자 여행도 마무리되고 다시 새로운 여행이 시작된다. 일행 중에 일부는 여행을 마치고 다른 목적지를 향해서 가는 사람들이 몇 명 있고 또 새로운 멤버가 추가되어 다시 한 달간의 여행을 같이하게 된다. 그렇게 아프리카에서의 기차여행은 끝났다. 다시 트럭으로 한 달여를 더 돌아다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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