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하다 팽팽해-
구원 쪽으로 한동안 걸어갔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다시 주저앉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내내 힘을 내어 자신의 발로 걸어야 한다고 말해 놓고는 어느새 보이지 않는 턱에 걸려 털썩 주저앉아 누워 버렸다. 모든 것에 의미를 잃었다. 내가 이제 와서 이 나이에 뭘 하겠나. 책과 함께하는 멋진 바를 낸다 한들.
바를 해야겠다 다짐하고 많은 날들이 흘렀다. 그동안 여기저기 비슷한 콘셉트의 바들을 둘러보니 어찌나 젊고 매력적이고 지적인 사람들이 많은지 덜컥 겁이 났다. 그 뒤로 기억나지 않는다. 또다시 도돌이표가 되어 버렸다. 일어나야 하는데 일어나서 성큼성큼 걸어야 하는 걸 아는데 자꾸만 힘이 빠지고 졸음이 몰려온다.
이대로 영영 포근한 잠 속으로 그냥........
어디선가 가재 탈피에 대한 강연을 보았다.
가재는 성장하며 단단한 껍질이 자신을 옥죄어오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은 순간에 가재는 선택을 해야 한다. 자신의 껍질을 깰 것인가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가. 껍질을 깨기로 한 가재는 바위 밑으로 들어가서 탈피를 한다. 탈피를 하면 가재는 성장하고, 시간이 흘러 또다시 작아진 껍질이 가재를 괴롭히며 죽음 직전까지 몰아간다. 그러면 다시 가재는 탈피를 결심해야 한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면 가재는 완전히 단단한 자신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하지만 옥죄어 오는 스트레스와 고통을 참아내지 못한 채 껍질 안에 있기로 결심하면 가재는 그대로 죽고 마는 것이라는. 인간의 성장도 그와 같다는 내용이었을 것이다.
가만 보니, 껍질을 벗어내지 못하고 그 안에 갇혀 있는 보잘것없는 가재가 바로 내가 아닌가!
너무 좁아서 숨 막힌다고 질질 짜기만 하는 어리석은 가재의 꼴이라니 싶어 누워있던 몸을 다시 일으켰다.
천천히 숨을 한번 더 몰아 쉬고,
이제 절대 깨질 것 같지 않은 단단한 껍질을 한번 둘러봐야겠다.
구석구석 찾아보면 어딘가에는 작은 구멍이나 실금이 있을지도 모르지 않은가.
그것부터 시작해야지.
그것을 찾아 힘껏 근육을 부풀려야지.
다시 일어서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