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여행을 시작하신 곳으로
슬프고, 아프다.
나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보시던
만질수 있었던 존재에서
천천히 굳어져 가는 육신으로
비누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한번도 뵌 적 없는 고운 화장하신 얼굴로
풀먹인 삼베 옷을 입으시고 나무로 짜인 작은 네모안에 들어가
한시간 반 이란 뜨거움의 시간 뒤
십 수개의 뼛 조각으로 할머니는 돌아왔다
그리고는 이내 다시 회백색 한 줌 가루로
꼬박 7년을
하얗고 빠닥한 요양병원 침대에서 옴짝달싹 못하시던 할머니는
그렇게 이틀을
이곳, 저곳, 다시 이곳으로
그동안 밀린 나들이를 하셨다
할머니 우리의 추억은 어디에 있어요?
아직 가지고 계시다던, 코흘리개 6살 선옥이가 그네타던 치마폭은
이제 마흔이 되어가는 제가 앉기에는 무리지요
역시 그렇죠 할머니
들리시나요, 기억하고 계시나요?
제 옆에 계신가요 할머니...
할머니 손녀 지금 배가 아픈데
통통하고 거칠던 할머니 손이
할미 손은 약손이다 한번만 꼭 해주시면 좋겠는데
할머니 할머니
할미 손이 어디있나요
눈앞이 부옇게 흐려 보이지 않으니
할미가 먼저 말해주세요
손녀 손 잡아 주세요 할머니
2022년 1월의 흐리던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