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파와의 인연은 계속해서 업데이트됩니다
한 권의 책으로 묶기 위해 며칠간 고심하며 글들을 정리했다.
브런치 북이란 것이 실물 책과도 퍽 비슷해서, 한번 묶으면 글을 지우거나 새로운 챕터를 넣을 수는 없지만 다행히 수정테이프를 써서 글을 수정할 수는 있다.
하여, 이 맨 뒷 여백의 페이지를 계속해서 추가해서 쓸 예정이다.
*10.31
정들었던 우리 민박에서 짐을 다 싸서 차에 실었다. 영국에서의 짐까지 더해져 박스가 세 개나 된다. 덜덜거리는 슈트케이스에 옷들을 구겨 넣고 나서는데 서필희 할머니가 따라 나오신다.
"가야지"
"네, 할머니 저희 가려고요." 그윽끅 하고 또 무언가 올라오지만 가까스로 누른다.
"어여 가, 가! 갈 사람은 가야 해. 잡는다고 안 갈 사람들이 아녀"
"잡으면 안 갈라니까 나! " 괜히 어깃장도 부려본다.
또 할머니를 부둥켜안고 시큰거리는 얼굴을 할머니 등 뒤로 숨겨 버린다.
"... 갈게요. 갈게요"
할머니도 얼굴이 뜨끈뜨끈하시도록 꾹 참고 계시다.
"할머니, 저희 11월에 이 감독이랑 또 오니까요- "
부둥켜안고 눈물폭포를 시작하려는 우리를 떼어 놓으며 류 작가가 무미건조하게 말한다.
이제는 류 작가의 저 냉담한 위로가 고마울 지경이다. 또 출렁임의 늪에 빠지면 정말 고성댁이 되어 여기 뼈를 묻을 지 모른다.
부우웅- 자글자글자글 (자갈 밟는 소리)
갑자기 하얀 차 하나가 먼지를 보얗게 일으키며 우리민박에 파킹을 한다. 손님인가?
창문이 스스륵 내려간다.
"씨호박~"
누구지? 나를 저렇게 부르는 사람은 딱 한 명인데...
아, 역시, 이선철 대표님이다.
"마지막을 내가 지켜야지, 자, 가는 거 까지 다 기록할 거니까 이제 빨리 가요-"
감사하게도 마지막으로 떠나는 자들은 류 작가와 내가아니었다. 고성에 있는 내내 멘토로, 선배로, 지역 어르신으로 우리를 먹이시고 돌보아 주시던 이선철 대표님이 우리의 마지막을 지켜주시려, 손 흔들어 배웅하려 와 주셨다.
"아니 씨호박은 왜 또 울어?"
대표님 때문에 또 울잖아요!
고마운 사람들, 고마운 분들. 아아. 이래서야 다시 안 올 수가 없다.
**10.31
눈가가 부은 채로 명파를 떠나 세 시간 반을 달렸다.
슬슬 부기가 빠지면서 만남의 광장에 진입할 즈음, 박봉여 할머니께서 전화를 주셨다.
"잘 가고 있어? 어이구... 나는 잘 보내고 나서 혼자 여기 마루 나와 앉아가지고 한참 울었어. 보구싶어가지구. 모르겠어. 왜 그래 우는지. 또 와. 또 밥 먹으러 와."
방금 부기가 빠졌다는 말 취소! 눈물은 한계치라는 게 없는지 지겹지도 않은지 또 그렇게 줄줄 흐른다.
할머니, 밥 먹으러 또 갈게요.
ING_
계속 추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