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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영 Oct 27. 2024

강진 한달살이 4일차

노랑할미새, 딱새, 붉은머리오목눈이, 오목눈이, 물까치

오늘 산책 3시20분부터 5시 45분까지 2시간 25분동안 찍은 사진이 523장이다.

그만큼 찍고 싶은게 많았다는 뜻이겠지.

매일 매일 그 때 사진을 정리해놓지 않으니까 

왜 찍었는지 기억도 안나고,

사진도 너무 많아져서

오늘부터 산책 다녀온 다음에

바로 사진을 정리하기로 헀다.

오늘은 일단 적벽청류쪽으로 가보는걸로

입구부터 물까치 소리가 들린다.

쭈이익 쭈이익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새 도감에서 새소리를 글자로 표현한 걸 보고

나도 표현해서 새소리를 기억할려고 하는데

물까치는 쭈이익 쭈이익 소리를 낸다.

뽀잉 뽀잉 이런 소리도 내는데

물까치 소리를 들으면

다른 차원의 세상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

차원을 넘을 수 있는 효과음

늠름하다!

빛을 받아서 더 털복숭이처럼 보이는 밤송이들

무지개 다리도 있고

이런 차도 지나다니는 곳

뭐가 날길래 봤더니

노랑 할미새다!

노랑할미새는 여름철새라고 알고 있는데

아직 안가고 있는건 텃새가 된건가?

부산 우리동네에서는 못봤는데

여기도 추수가 끝났다.

유진이가 여기 보고

벼를 같은 눈높이에서 보는게 신기하다고 했었는데.

보통 논은 길보다 높이가 낮은데

여기는 높다.

적벽청류에서 새소리가 들렸다.

삐빅 삐빅이었나.

딱새 암컷 뒤에

딱새 수컷 뒤에

딱새 암컷

수컷 한마리가 여기 오랫동안 앉아있어서

차에 숨어서 천천히 다가갔는데

계속 앉아있었다.

딱새는 사람 가까이에 잘 오는 것 같다.

오늘은 안가본 길로 가보는걸로!

적벽청류에서 물을 좀 더 거슬러 올라 가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 만난 붉은머리오목눈이 떼


사진을 내가 찍었는데도

이게 뭔가 싶다 ㅋㅋㅋㅋ

어디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있는지

찾기가 어렵지만

저기서 빼꼼히 날 쳐다보고 있다.

옆모습 잘나왔다.

이건 얼굴 옆모습?

이것도 어디 앉아있는건가..

이 덤불에 있어서

너무 촘촘해서 보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멀리 안가고

여기 계속 왔다갔다해서 좋았다.

붉은머리오목눈이는

비비비 비비비

이 대나무숲에서는 신기한 소리가 났는데

새소린지 동물소린지 알수가 없다.

포장된 길이 끝나서

이제 어디로 가야지 하고 지도를 봤는데,

지도에 안나오는 길이 있었다.

근데 여기 바닥에 폭신폭신한게 깔려 있는데

가도 되는거 아닐까

아님 돌아오면 되니까 일단 가보자

하고 길에 들어섰다.

좀 걷다보니 어디서 새소리가 들렸다.

삐르르르르를 삐르르르르르

하양까망 새였는데

떼로 다니는게

뭐지 박샌가

박새?

꼬리가 긴데

박새 아닌 것 같은데

뭐지?

오목눈이...?????


이건 초점이 흐릿하지만

털뭉치처럼 나와서

붉은머리오목눈이들은 덤불이 우거져서

잘 안보였는데

오목눈이들은 가지만 있는 곳에도 앉아주어서

잘 보였다.

내가 조금씩 가까이 가도 날아가지 않고

신경도 안쓰는 것 같았다.

점점 가까이 다가갔더니

오목눈이들도 가까이 다가오고


아 귀여워..


날개 편 것도 포착했다!

자꾸 나뭇가지 사이로 나 쳐다보는 것 같은데

힐끗 힐끗 ㅋㅋㅋ

눈마주친건가

20분을 오목눈이들이랑 있다가

겨우 발걸음을 뗐다.

초록, 빨강, 하양, 노랑

알록달록하다

아니 근데 이제 보이는 이 나무

모과나무잖아??

모과나무에 오목눈이에

완전 나를 위한 길이었네...

폭신한게 깔려있긴 했지만

풀들이 많이 자라있었는데

저 단풍모양 풀을 조심해야한다.

저번에 한번 다리에 쓸렸다가

가시가 박힌 적이 있기 때문에..

네잎클로버 같기도 한

빵빵한 감들


저 멀리서 뭘 때리고 계셨는데

뭔지는 알 수 없다.

깨? 콩?


조금 더 올라가면

홈골제라는 댐이 나온다고 해서

더 걷는데 억새가 예쁘게 피고 있었다.


물까지 올라온 이유는

역시 새가 있을까 싶어서 였지만

안보였다고 한다.

저 꼭대기가 예쁘게 생겼다.

아마도 수인산

얘도 예쁘다.

여기도 좀 높아서

동네가 내려다보였다.

여기도 길이 있었구만

계단에 떨어진 아직 다 못큰 도토리 줍줍

어디서 쭈이익 쭈이익 소리가 들리긴 했는데

보이진 않아서 어딘가 했는데

여기 였나보다.

좀 걸었더니 애들이 하나둘 날아갔다.

오늘 물까치들을 보면서 또 느낀건

까만 모자가 너무 귀엽다..

저 바닥에서 콩콩 걸어다니는 애들은

어린이집 모자 쓰고 있는 아기들 같았다.

어쨌든 미모는 완전 내 스타일

물까치들이 있었던 나무인데

사위질빵이라고

물까치들은 여럿이 몰려다니니까

소리도 더 잘 들리고

한번에 여러마리 볼 수 있어서 좋다.

행복해

이 동네는 감나무랑 포도나무?

키우는 곳이라 그런지 곳곳에 개들이 있었다.

다들 공격적이었는데

얘들은 멍멍 짖지만 꼬리를 세차게 흔드는 ㅋㅋㅋ

 

얘는 짖지도 않아서 만져줬더니

낑낑 방방 뛰고 난리

너라도 반겨주고 손길을 허락해줘서 고마워

쳐다보는 것 봐..


지금보니 개여뀌 색이 상당히 곱다.

지는 해의 노랑노랑한 빛을 받은

대봉감


모과들


논에서 왜 새싹들이 자라고 있는걸까

얘들은 뭐지

이모작인가

참새떼 사진을 찍은건데

찍은 사진 다시 보고 벽에 그려진 그림인줄

화요일에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뭘 그릴까 하다가

한골목길의 담장을 그려보았다.

그려보고 다시 보는 담벼락

진짜 돌이 다양하고

지금 보니 윗부분의 마감이 집집마다 다른 것 같다.


큰 돌이 올려져 있는 곳도 있고

식물이 덮은 곳도 있고

여기는 기와?

은목서 만나서 향도 맡고

아래 소복이 떨어져 있는 흰색 중에서

하나 줍고 

하늘타리들이 노랗고

쪼글쪼글해졌다.

할로윈?

800살 은행나무 다시 봐도 정말 크다.

가까이 갈 수 있으면 더 좋을텐데

함양의 은행나무는 들어갈 수 있었는데

만지고 안아주고 싶다.


 

어제 읽은 책에서

화살나무의 단풍이 예쁘다고 했는데

어떻게 생긴지 몰라서 상상이 안됐다.

화살나무 단풍이 이런색이었구나.

어제 책을 읽었는데

오늘 만나다니, 세상이 주는 연속성이구나

해가 지고 있어서

노을맛집 병영성에도 잠시 들렀다.

이 나무는 조형적인 아름다움이 있고

사진에서 생동감이 느껴지는 것 같다.

낮에 봤을 때 아픈 부분이 있어서

도려낸 것 같았는데

아픈 부분 덕분에

더 아름다운 나무가 되었다.


노랑노랑 물들어가는 은행잎

이 동네는 감 수확한다고 난리다.

알바 시켜주면 잘 해볼 수 있는데

대부분 집 마당에서 몇그루 하는거라

일꾼이 필요하진 않나보다..

오늘의 산책 길었다.

사실 프로젝트 때문에 할일이 많지만

강진에서의 이야기도 써야하기 때문에

강진에서의 추억도 쌓아야하니까

부지런히 산책을 나갈거다.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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