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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영 Oct 27. 2024

다시 강진 한달살이 6일차

옴천사 다람쥐, 논병아리는 육아중, 원앙?!

눈을 뜨면 창의 블라인드를 걷는다.

오늘 제일 처음 만난 동물은

너구나.

얘는 모자랑 코 옆에 점이 진짜 귀엽게 생겼는데

뒤통수는 이렇게 생겼었구나

좋은 아침이야


일어나 방을 나오면 거실 창을 연다.

자리에 앉아 모닝페이지를 쓰다보면

창 밖으로 다양한 새 소리가 들려온다.

새 소리가 가까이 들릴 때마다

살금살금 그러나 빠르게 창으로 다가간다.

아침부터 물까치라니

오늘 기운이 좋은데?

얘는 직박구리같은데 왜 머리 숯이 없어..?

모닝페이지를 한참 쓰고

쓰다보면 책에 넣을 글감 생각도 나고

잊기 전에 글감도 정리하고

시간이 늦어졌지만 밥을 챙겨먹었다.

아레께 밥솥에 처음으로 한 밥이 아주 잘됐는데

어제 하룻동안 못먹어서 빨간색이 됐다.

오늘도 다 못먹을텐데

이걸 어쩐다.

집에 있었다면 조금씩 담아서 다 냉동시켰을텐데

후식으로는 혜지님이 주신 파이앤브라우니의 유자만주

마지막 영업날 사다주신거라

아마 세상에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만주..

아주 맛있었다

밥 먹고 글 쓰고 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지나서

더 늦기전에 산책을 다녀와야지!

4시 넘어서 출발했다.

오늘은 어디갈까 한참을 고민했다.

걸어서 다닐만한 곳들을 대부분 가본 것 같고

멀리 가자니 시간이 애매해서

이름이 마음에 들었던 옴천사에 가보기로 했다.


대한불교 선각종?

조계종, 천태종은 들어봤는데 

선각종은 처음 들어봤다.

아무도 없고, 조용했는데

이런..

출입제한구역이라니.

옴천사는 원래 관람객이 방문하는 절이 아니었나보다.

어쩔 수 없이 입구라도 구경하는걸로..

돌탑이 유명하다고 했는데

입구에도 돌탑이 여러개 있었다.


이것도 스님이 지으신건지

사람들이 올려놓은건지 모르겠지만

큰 돌 사이에 작은 돌들이 끼워져있는 모습이

보통 아래에서부터 위로 차곡차곡 쌓은

돌탑이랑은 다른 모습이었다.

다시 보니 예술작품같다.

사람이 기도하며 앉아있는 모습 같기도 하고.


큰 돌과 큰 돌 사이에 작은 돌들이

귀엽다.


저런 큰 돌은 어떻게 쌓으신걸까

들어가는문? 이것도 명칭이 있었던 것 같은데


감포에서도 돌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었는데

강진에 와서도 돌을 보네

색깔도 모양도 크기도 다른 돌들이 모여서

하나의 탑을 이룬다는게 우리가 사는 세상 같기도 하다.

이제 돌탑도 다 보고 돌아가야하나 하고 있었는데

돌틈으로 갈색 무언가가 들어가는걸 보았다.

뭐지?

다람쥐!!!

아니 쏙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저렇게 고개만 내밀고 있다니

어떻게 그렇게 귀여울 수 있어

쌍안경 없이 맨눈으로보면 이렇게 보인다.

안보인다는 뜻이지.

내려왔다!!

옆모습으로 봤을 땐 몰랐는데

앞모습을 보니 볼따구가 상당히 빵빵한데?

이렇게 긴 시간 다람쥐를 본 게 처음이었다.

이렇게 가까이서.

날 본건가?!

이 모습이 진짜 귀여웠는데

잘 나온 사진이 없다니..

아쉽다

흥분했나 다 이정도 흔들린 사진들

아니 저 뒷발은 뭐냐구요..

앉은건가..?

진짜 다람쥐를 캐릭터로 그리는 이유가 있구나

정말 귀엽게 생겼다.

옴천사 들어가보지도 못해서 아쉬웠는데

다람쥐가 내 아쉬움을 달래주네

들어가서 옴천사 구경했으면

널 못봤겠지!

겨울잠 자기 전에 먹을거 많이 먹고!

건강히 잘지내

만나서 영광이었어

여기 구멍으로 쏙 사라져버렸는데

이 구멍이 굴로 연결되나보다 ㅎㅎ

단풍나무가 물들고 있다.


왔던길로 다시 돌아가면 그냥 도로 뿐이라서

마을을 지나는 길로 가기로 했다.

티맵은 자꾸 최적의 티맵 추천 경로를 안내해준다.

때론 최단거리, 최소시간이 아니라

둘러가고싶을 때가 있는거야.

AI야 넌 낭만을 모르지?


전깃줄에 가득 앉은 새들

자세히보니 찌르레기같다.

찌르레기는 얼굴의 무늬가 개체마다 다 다른 것 같다.

근데 얼룩덜룩한 무늬가

군인들 얼굴에 위장크림 바르는 것처럼 느껴져서인지

뭔가 강한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흰색, 검은색만 있어서 시크하기도 하고.


가다가 아주 꼬리가 긴 새가 날아가는 것도 봤다.

찰나였지만, 그건 꿩이었어!(그럴거야..)

옴천사에서 걷지도, 

새구경도 못하고 돌아와서

이대로 집에 들어갈 순 없지.

수변공원에 가기로 했다.

들어서자마자 오리들이 움직이는게 보인다.

얘는 논병아린가.. 뭔지 모르겠네

저번에 봤던 그 정체를 모르는 어두운색 오린가

저 멀리 뭐가 움직여서 봤더니

머리쪽은 붉고

눈쪽은 흰색 라인이 두껍게 있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원앙인가?

거기서 볼 땐 약간 역광이라 잘 안보였는데

집에 와서 사진을 확인했더니

그냥 무조건 원앙이다!

번식깃으로 갈아입은 수컷원앙이라니!!!!!!!!!!!!!!!!!!

함양에서 처음 본 원앙을

강진에서도 만나다니..

11월에 함양 다시 갈 일이 생겨서

가면 원앙 번식깃 볼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벌써 보았네 �

세상이 내 마음속 소리를 들었나보다.

생각하자마자 나타난 원앙

사진으로 볼 땐 너무 화려해서 어디서든 눈에 띌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잘 안보였다.


딱새 수컷도 또 만났다.

휫 휫 소리를 내는데

그 낡은 그네가 흔들릴 때 나는 쇠부딪히는소리라고 할까

그냥 휫 휫이 아니라 흿 흿 같기도 하고

새소린가 싶은 소리를 낸다.

딱새 소리도 이제 알아들을 수 있다!

또 삐약삐약 논병아리 아기들이

엄마 아빠한테 밥달라고 난리다

오늘은 아기 논병아리를 오래 볼 수 있었는데

잠수한 엄마인지 아빠인지 찾으러 다닌다고

삐약삐약거리다가 나한테 가까이 오더니

갑자기 푸닥퐁당 하고 잠수를 해버렸다.

아기 논병아리는 잠수 못하는 줄 알았더니!

이제 잠수도 배웠구나, 기특하여라

어디서 자꾸 고양이 싸움소리가 들려서 쌍안경으로 봤더니

쩌어~ 멀리서 둘이 대치중이었다.

싸울거면 싸우고 말거면 말지

오웨에에에에엥 으에에에에엥에엥!!!

이 근처 전봇대에서

지날 때마다 계속 지지직 지지지직 소리가 나서

오랜만에 안전신문고로 신고를 했다.

들어갔더니 가을 집중 신고기간으로

산불, 불법소각도 있었는데

저 멀리서 연기가 한가득 피어나고 있었다.

저기는 산이랑 가까워보이는데

산불 나면 어쩌려고 자꾸 뭘 태우는걸까

해가 지고 있긴 했지만

아직 밝았는데

너무 어이없게 밝은 별이 있어서

뭔가 찾아봤더니

금성이었다.

연잎들도 노랗게 변하고 있었구나

새 본다고 정신이 팔려서

연잎이 노랗게 물드는줄도 몰랐다.

오늘도 예쁜 강진의 노을

이 맛에 강진 산다.

어이없게 밝은 금성도 빛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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