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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느리 Aug 21. 2020

자립심을 키우는 세계의 부모

자립심과 독립심은 어떻게 만들까

힐튼 호텔을 이끌어오던 CEO 배런 힐튼이 사망했고, 많은 사람들은 유산이 어떻게 상속될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다. 놀랍게도 배런 힐튼은 오직 3%의 유산만 가족들에게 남겼고, 97%는 자선단체에 기부했다고 한다. 3%의 금액도 자녀 8명, 손주 15명, 증손 4명이 나누어 가지게 되었다. (패리스 힐튼은 상속자 명단에 없었다고 한다.)


97%의 재산을 자선단체의 기부한 배런 힐튼, 그리고 풋풋했던 패리스 힐튼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회적으로 높은 신분을 가진 사람들은 도덕적인 의무를 진다는 뜻으로 해외 많은 나라들의 백만장자들, 기업의 대표 및 정치인들은 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다. 대부분의 대학도 수많은 기부금으로 재학생들에게 정말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러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없다는 비판을 많이 받고 있다.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비리 부패가 당연시 여겨지고, 돈이 많은 사람들은 그 돈을 사회에 환원하기보다는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것을 정말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 이러한 차이는 그 나라의 가정에서의 교육에서부터 오는 것 같다. 대부분의 한인 자녀들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부모에게 의존을 많이 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자립심 키우기는 아직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세계인들은 어떻게 자녀들의 자립심을 키울까?


1. 아기 때부터 자기 방에서 혼자 자는 아이들


세계적으로, 아이의 독립심을 키우는 습관은 가정에서부터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시작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예전 미국 영화를 보며 항상 의아했던 것이, 왜 미국의 부모는 아주 어린 갓난아기를 위한 방을 만들어주고 잠을 따로 재우는 것일까 하는 것이었다. 


드라마 모던패밀리, 아기 릴리의 방

드라마 모던 패밀리 (Modern Family)에서도 부모가 입양한 아기를 예쁘게 꾸며놓은 방 안 침대에 눕히고, 카메라를 설치한다. 밤에 자기들 방에 돌아온 부부는 아이가 잠을 안 자고 울어대니 안타까워하고 안절부절못하지만 또 울면 안아주는 버릇이 생기면 안 된다며 꾹 참는다. 아기일 때부터 혼자 자는 습관을 길러주고 독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부모의 모습을 부며 흥미로운 문화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와는 다르게 아이가 충분히 클 때까지 부모와 함께 같은 침대에서 자는 경우가 아주 많은데,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도 있었다. 1살 이하의 건강하던 아이가 갑작스럽게 사망했을 때 영아 돌연사증후군이라 진단하는데, 동양에서 영아 돌연사증후군이 서양에 비해 적은 이유를 아기가 어머니와 함께 자는 습관 때문이라는 내용이었다. 모자가 함께 자며 호흡하는 법도 자연스럽게 배우고 원할 때마다 모유를 먹을 수 있으며, 아이의 이상 징후를 엄마가 가까이에서 인지하고 바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내용이었다. 물론 과학적으로 입증이 된 결과는 아니었지만 고개가 끄덕여지는 연구결과였다. 


아직까지는 데리고 자는 것이 좋다, 자기 방에서 재워야 한다 중 무엇이 더 좋고 나쁜지는 알 수 없지만 아이가 무엇이든 스스로 할 수 있게, 자립심을 길러줄 수 있게 부모가 격려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매우 동의한다.

      

2. 세계의 부모는 떠 먹여주지 않는다

혼자서도 잘 먹어요


미국뿐 아니라 프랑스 교육의 핵심도 독립심이다. 아이가 포크 사용법을 알게 되면 엄마는 더 이상 음식을 먹여주지 않는다. 잘 먹던 먹지 못하던 스스로 먹게 한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반성을 많이 하는데 아들 션이 조금이라도 더 먹기를 바라는 마음에 쫓아다니며 음식을 떠먹여 준 적이 많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선 어른은 어른끼리 아이는 아이끼리 모여 노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데, 공원에 가도 어른들은 와인을 마시거나 대화를 나누고 아이들은 그 옆에서 따로 놀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한 번은 크로아티아의 한 놀이터에서 4살이던 션을 쫓아다니며 목이 말라 보이는 아이에게 물을 먹여주는 나의 모습과, 2살도 안 되어 보이는 크로아티아 남매가 미끄럼틀 계단에 앉아 펜네 파스타를 스스로 먹고 있던 모습을 보고 당황한 적이 있었다. 앞으로는 안 그래야지 다짐해도 참 바꾸기 힘든 게, 내 아이 떠 먹여주기였던 것 같다.


3. 도전할 것이 많은 놀이터


여기서 놀고 싶다!


아이와 함께 유럽에서 지낼 때 항상 흥미로웠던 것이 놀이터였는데, 보통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놀이터와는 다르게 유럽의 놀이터는 도전적인 것들이 많았다. 목재로 만들어진 프랑스의 놀이터, 북유럽의 숲 놀이터, 아슬아슬 외줄을 타야 하는 크로아티아의 놀이터 등. 유럽에 살 때 션이 놀이터에서 위험한 곳에라도 가면 옆에 달려가 손을 잡아주고 아이가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도록 안아주곤 했다. 놀이터의 외줄 타기도 위험해 보이지만 아이들이 그만큼 발생 가능한 위험을 감지하고 더 집중을 하므로 사고의 위험은 낮다고 한다. 션이도 처음에는 못하던 암벽 오르기를 5개월 만에 해 내고는 굉장히 뿌듯해하기도 했다. 


아이의 신체적 능력과 도전정신을 키우게 하는 이러한 놀이터를 통해 아이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이렇게 이뤄낸 성취를 통해 아이는 자립심을 기를 수 있다.    

 

4. 독립심과 자립심은 경제관념 위에 선다 


레모네이드를 파는 아이들

  

미국인들의 자립심은 어려서부터 가정에서 행해지는 교육의 영향이 아주 큰데, 미국인들은 어릴 적부터 집안일을 돕는 것을 배운다. 세차를 하고, 잔디를 깎고 집안일을 도우며 용돈을 벌기도 한다. 설거지는 엄마가 할 테니 넌 들어가서 공부하렴 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가정에서의 교육은 훗날 이 아이가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갔을 때 아주 훌륭한 센스로 돌아온다. 한 아이가 친구들과 단체로 여행을 갔는데, 자기가 먹은 그릇도 안 치우고 가만히 있는다면, 아주 고문관이다.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고 쩔쩔매는, 아니면 시키는 일밖에 못하는 어른은 성숙한 어른이 아니다. 자신이 생활하는 공간에서 해야 하는 일을 찾아서 하고, 모두를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스스로 하는 능력은 가정에서부터 길러질 수 있다. 


특히 미국은 12세가 되면 시간제 근무가 가능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용돈이 필요하다면 노동을 통해 용돈을 번다. 아이가 스스로 돈을 벌고 쓰는 것에 큰 터치를 하지는 않지만 그 소비에 책임을 가지는 것을 많이 강조하는 것이다. 아주 어린 나이 때부터 돈의 소중함을 알고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을지 배우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어릴 적, 어깨가 으쓱해졌던 기억이 있는데, 나의 이름으로 된 통장에 돈이 꽤 들어 있었는데 우리 가족이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갈 때 그 돈을 보태게 된 것이다. 그 일을 가지고 두고두고 으스대며 “엄마 이 벽지는 내 돈으로 바른 거예요~” “아빠, 이 창틀에는 내 돈이 들어간 거예요!” 했던 기억이 난다. 아기 때부터 받은 세뱃돈, 착한 일 했을 때마다 받았던 돈을 엄마가 통장에 모두 모아주셨는데 그것으로 내가 생색을 냈던 것. 이렇게 어릴 때부터 돈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돈을 잘 쓴다는 것에 대한 큰 의미를 알려주면 아이는 커서도 돈을 잘 활용할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션도 이른 감이 있지만 30개월이 되면서 돈에 개념을 알게 되고 용돈을 벌기 시작했다. 맘마를 다 먹고 그릇을 싱크에 가져다 놓으면 백 원씩 받게 된 것이다. 션은 이 돈으로 “엄마가 아주 좋아하는 커피 밀크 사줄게” 하기도 하고, 동전을 모으는 저금통에 수리수리 얍 하며 그 누구도 자신의 저금통을 열지 못하게 마술을 걸기도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는 션 돈 많다며 “션이 사줄게요. 뭐 좋아해요?” 묻기도 한다. 스스로 돈을 벌고,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쓰는 법을 어려서부터 배우는 것은 돈의 중요성을 알고 자신의 소비의 책임을 지는 습관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이다.     


세계는 자녀의 자립심과 독립심을 키우기 위해 가정에서부터 무엇이든 스스로 할 수 있게 교육한다. 언어를 배우는 것은 그 문화를 아는 것이기도 하다.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며 세계인들이 가진 자립심과 독립심을 함께 심어주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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