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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느리 Sep 25. 2020

자연에서 뭐하고 놀지?

감성 육아의 시작

번아웃 (Burn out) 증후군. 극심한 스트레스로 온 몸과 영혼의 에너지가 소진되었다 느끼는 상태. 희망도 없고, 영혼이 없는 눈동자로 세상을 보게 되는 나날들, 나도 겪은 적이 있다.


오랜 시간 새벽 강의를 하며 몸도 축나고, 계속되는 엄청난 양의 수업을 진행하며 하루하루 말라만 가던 나. 주말 내내 잠을 자도, 뭔가 신나는 곳에 가보아도 이 소진되어 아무런 희망도 꿈도 없는 텅 빈 마음이 채워지지 안 않던 것 같다.


그래서 일을 다 그만두고 저 먼 땅 미국으로 자원봉사를 떠났다. 산으로 둘러싸여 아름다운 자연을 품고 있는 버몬트주에서 허리케인에 망가진 그린마운틴을 복구하고, 근처 어르신들의 집에서 자원봉사를 하게 된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의 버몬트


이런 자원봉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던 이유는, 대학교 졸업 후 독일 북부의 아름다운 시골마을에서 참여했던 봉사활동으로 몸과 마음을 완벽하게 충전했던 기억이 나서였다.


'이번에도 좀 충전할 수 있길.'  


나는 기도했었다.


미국에서의 자원봉사


버몬트에 도착하고 며칠 후, 부모님께 사진을 보내드렸는데 아빠가 이런 말씀을 하셨다.


“네가 이렇게 해맑게 웃고 있는 모습에 눈물이 났다”라고.    

 

이렇게 웃고 있었다


마냥 좋았다. 고개를 돌리면 푸른 하늘, 싱그럽고 웅장한 산이 둘러싸여 있던 그곳은 심신이 지쳤던 나에게 천국같이 다가왔다. 가볍게 나간 산행에서 길을 잃어 여섯 시간 만에 봉사자 본부에 도착했을 때도, 힘들기보다는 웃음이 났다. 산에 피어있는 화려한 독버섯들도 아름답게만 느껴졌다.


주말에 찾아간 사과농장에서 사과를 따고, 주스를 만들고, 시음해보는 것이 엄청난 희열을 느끼게 했다. 자연 속에 있으니 마냥 좋았고, 그곳에서 숨 쉬고 있는 것 자체에 힐링되는 기분이었다.


사과가 공짜랍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쉼표를 찍을 수 있는 여유를 준다. 자연 속에서 우리는 급하지 않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있게 된다. 가끔 자연 속에서 가슴 벅찬 기쁨을 느끼기도, 알 수 없는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


우리 아이들도 몸과 마음이 지친다. 아이들도 스트레스받는다. 미운 것도, 하기 싫은 것도, 아닌 것도 많은 아들 션을 보면 어떻게 저 작은 아이가 미간에 저런 오만상을 쓰고 있을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자연 속에서 뒹굴고 뛰어놀고 가슴 탁 트이는 경험을 시켜주자. 특별한 것은 딱히 필요 없다. 그냥 자연과 함께 하면 된다.


자연에서 할 수 있는 다섯 가지 놀이


1. 자연에 몸을 맡겨봐

마음껏 뛰자!

달리는 것은 아이에게 제일 신나는 일이다. 꽉 막힌 실내 어느 공간이 아니라 탁 트인 시야, 드넓은 하늘, 마음껏 뛰어도 되는 땅에서 마음껏 뛰어다니는 것은 아이가 몸의 많은 근육을 사용하고 구슬땀을 흘리며 마음의 스트레스를 풀게 도와준다.


우리 부모들 집에서는 뛰지 말라고 밥 먹듯 말하곤 한다. 이웃에게 피해가 가면 안 되니까. 그럼 밖에서 뛰면 된다. 자연에서는 그냥 뛰는 것도 재미있다.     



2.  자연과 함께 하는 예술 놀이


하얀색 도화지에 예쁜 색깔의 나뭇잎을 붙여 작품을 만들고, 지점토에 돌멩이, 나뭇가지, 도토리를 붙여 멋진 3차원 작품을 만들어보는 것.


아이는 자연을 재료로 하여 자신의 작품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고 성취감을 느낄 수도 있으며 자연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


지점토를 활용한 자연 예술 놀이


3. 자연에서 보내는 부모와의 퀄리티 타임


숲에 나란히 누워 책을 읽는 것은 가슴에 오래 기억 남는 일이 된다. 잔디 위에 돗자리를 깔고 아이와 함께 엎드려 제일 좋아하는 책을 읽는 것이다. 혹은 해먹에 누어 파란 하늘 이불을 덮고, 재미있는 책을 함께 읽는 것.


이렇게 아이와 몸을 맞대고 누워 많은 이야기를 해주자. 계절이 바뀌는 것, 날씨의 변화도 설명해주고, 하늘의 구름, 태양, 낮달, 별도 보여주는 것이다. 자연은 그 자체로도 엄청난 대화의 소스를 제공한다.

 

낙엽을 밟아 나는 바스락 소리도 들어보고, 아이가 걷기 힘들다 떼쓰면 벤치에 앉아 과자도 나눠먹고, 다리를 건너다 거미들이 거미줄을 치고 쭉 쭉 매달려 있는 것도 관찰하고, 거미줄에 걸려있는 불쌍한 곤충들에 안타까워하기도 하며. 자연에선 아이의 자유로운 몸짓, 세상 행복한 미소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빠와 함께 해먹에 누워 있는 션


4. 주말농장     


초등학교 때 숲을 사랑하시던 선생님과 친구들 몇 명과 함께 고추를 따 보고, 감자를 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원래 고추를 먹지 않았던 나는, 수확의 기쁨을 맛보고는 집에 와서 직접 따온 고추를 몇 개를 집어먹었던 기억이 난다. 부모님도 자랑스러워하시며 많은 칭찬을 해주시던 기억이 생생한 것을 보면, 그때 나는 참 행복했었나 보다.


아이들도 농작물을 따 보며 수확의 기쁨을 아는 것도 아주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다. 마음껏 흙을 만지고, 자연을 느끼며, 자연이 주는 풍성한 먹거리에 대한 감사함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주말 농장 혹은 농장체험을 통해 아이들을 계절의 변화에 따른 농업활동에 대해 인식할 수 있게 되고, 농업이 정말 중요한 거라는, 농부가 흘리는 땀방울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이렇게 스스로 작물을 심고, 물을 주고, 마음을 쓰고, 수확까지 해 본 아이들은 환경과 생명의 소중함을 가지게 된다. 이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것이 참 많구나, 내가 먹는 음식들이 이 땅의, 자연의 선물이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5. 자연 체험 프로그램 활용하기     


캠핑, 갯벌체험, 농장체험, 숲 이야기 교실, 자연에서 온 재료로 미술작품 만들기, 직접 딴 채소로 요리하기 등 많은 체험들이 있다. 아직 아이와 자연에서 무엇을 할지 잘 모르겠다면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


캠핑에 매력에 빠져 주말마다 야외로 나가는 우리 가족은 션이 매주 성장해감을 느끼고 있다. 예전에는 무서워서 만지지도 못했던 작은 벌레들도 손으로 잡고, 처음에는 심심하기만 했던 자연이 이제는 아주 익숙한 아이의 놀이터가 되었다. 자연에 나와있으면 TV도 스마트 기기도 찾을 새 없이 무언가에 집중하기 바쁘기만 하다.


자연에서 마음껏 놀자

 

자연에 있으면 모든 것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나뭇잎, 강아지풀도, 야생화들도 모두 생명이 있는 살아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휴대폰과 같은 기계가 아니라 자연에 친구가 많은 아이들은 더욱 감성적이고 마음이 따뜻한 아이로 자라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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