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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느리 Sep 04. 2020

육아에 감성을 더하다

부모, 인생의 감흥을 찾아라

비가 내렸다. 차가 막힐 것이 걱정되었던 우리 부부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차를 타고 돌아오던 중 우연히 틀어진 라디오에서, 예전 데이트할 때 듣던 김동률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우리의 공기에 감성이 생겼다.


"예전엔 비가 오면 봄 비 내린다, 참 좋다~ 했었는데 우리."


요즘 대한민국, 참 각박하다. 인터넷 사이트 댓글만 봐도 숨이 턱턱 막히게 되는 것 같다. 서로가 서로를 혐오하고,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비난을 받기도 하고. 점점 사는 게 참 힘들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다시는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우리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일하는 엄마들은 일하랴 육아하랴 주변인들 챙기랴 여기저기에서 치이며 여자라는 이유로 치열하게만 살아가게 된다. 전업주부들도 놓아버린 꿈과 점점 낮아지는 자존감에 아이를 더 잘 케어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까지, 참 대한민국에서 아기 키우기 힘들게 느껴진다.


그래서 우리들은 더욱 감성적이어야 한다.


삶을 밋밋한 무표정으로 바라보지 말아 보자. 냉소, 차별, 귀찮음, 힘듦과 같은 부정적인 표현들 말고, 행복, 기쁨, 환희, 감사와 같은 좋은 언어들을 마음에 품고 살아야 한다. 특히 우리 엄마들은 더더욱 그래야 한다.


육아에 더하는 여유와 감성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이 기억하는 장면.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김연아 선수의 피겨스케이팅이다. 19살의 아직은 어린 숙녀는 모두의 기대와 그녀를 짓누르는 엄청난 부담감을 떨쳐내고 숨 막히는 연기를 펼쳐 그 빛나는 은반을 금빛으로 물들였다. 그녀의 경기 후 흥미로운 기사가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가득 채웠다.


한국 중계팀에 대한 비난이었다. 외신들의 열정적인 중계에 비해 다소 차분하고 밋밋했던 한국의 중계는 네티즌들에 많은 비난을 받았다. 국민들이 김연아 선수의 경기를 보며 듣고 싶었던 말은, 단순히 몇 회전을 했으며 저 점프의 이름이 무엇이다는 사실 전달보다는 모든 관중들이 기립을 한다는, 그녀의 점프는 나비처럼 사뿐했다는, 이 은반의 여왕이 환상적이고 아름답다는! 우리의 벅찬 가슴과 함께 쿵쿵 뛰는 듯한 강렬한 멘트였어야 했나 보다.      


연아 Queen


우리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에겐 정말 모든 것이 새롭다. 엄마가 냉장고를 열면 그 안에 꿈같은 마법의 공간이 쫙 펼쳐진다 생각한다. 마치 색색의 셀로판지를 눈앞에 가져가면 모든 세상이 다른 빛으로 보이듯, 우리가 어렸을 때 그런 사소한 것에 가슴 설렜듯, 아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정말 놀랍고 신비롭기만 하다.


특히 새로운 음식을 하나씩 맛보게 되며 세상에 이런 맛이 다 있을까 감탄하는 모습은 참 귀엽다. 혀끝에서 전해지는 달콤함에 사르르 미소가 번지는 우리 아이들. 하루 매 순간은 포장된 선물박스를 열어보듯 새로움과 놀라움의 연속인 것이다. 하지만 어른들은 어떤가? ‘뭘 먹어도 다 내가 아는 그 맛이다’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것을 봐도 별로 큰 감흥이 이제 없다.      


나, 언제 이렇게 웃어봤지?


아이와의 이 순간은 쏜살같이 지나간다. 얼마 전, 지인이 이렇게 말했다. 아들이 중학생이 되더니 방에 들어가서 나오지도 않는다고.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 “딱 그 맘 때가 정말 제일 예쁠 때에요.” 매일 지치는 일상에 내 아이에게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하지 마, 그만해’라고 내뱉던 것을 후회하게 된다. ‘엄마 피곤해, 얼른 자. 엄마 힘들어.’라고 한숨 푹푹 쉬며 한탄하던 것도 반성하게 되고.


아직 세상에 혼자 놓이기에 연약하기만 한 아이들에겐 무조건적인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 정서의 안정적인 발달을 위해서 말이다. 엄마들이 조금만 더 시간적 여유, 마음의 여유를 갖고 아이에게 깊은 사랑을 줄 수 있도록 특별히 더 노력하는 것도 이 시기의 아이들을 위해 아주 중요한 일이 된다.

     

부모는 자녀를 위해 희생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녀와 함께 성장하는 존재이다. 감성적이라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마음을 부드럽게 한다는 것이다. 날카롭고 삐죽거리는 미운 마음이 아니라, 선하고 여유 있는 부드러운 마음.


우리의 마음이 힘들고, 날카롭다면 매 순간 조급해진다. 밥을 먹는 것도, 외출 준비를 하는 것도, 샤워를 하거나, 잠자리에 드는 것도 즐길 수 없다. 마음이 조급해지면 부정적인 말이 나오게 된다. 빨리하라는 듯 한 짜증 섞인 말투, 아이가 잘 따르지 못할 때 확 나오는 원망과 답답함, 그러다 보면 아이를 억압하는 태도로 대하게 된다. 아이의 팔을 확 잡아끌거나, 언성을 높여 화를 내거나. 그런데 이러한 모습들은 우리가 원하던 또 상상해오던 그런 부모의 모습은 분명 아닐 것이다. 그리고 내가 꿈꾸던 내 모습도 아니다.


Inner peace


부모의 마음가짐이 바뀌면 육아, 일상생활, 가정생활이나 회사 생활 모든 것이 바뀐다. 삶이 확 달라질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육아전쟁을 할 때가 아니라 바로 인생의 감흥을 찾을 때이다. 한 번뿐인 인생이고 참으로 짧은 젊음이다. 우리는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하고 후회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러지 말자. 우리 행복하게 살아보자. 내가 행복해야 내 아이도 행복한 아이로 성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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