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주의 - 영화<더 플랫폼>

인간의 끝없는 욕망, 그리고 한 소녀

by 결항


감옥에 들어가면서 물건 하나를 가지고 갈 수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여기 책을 선택한 사람이 있다. 그의 룸메이트는 칼을 택했다. 책과 칼, 이상주의와 현실주의의 만남이다.


영화 <더 플랫폼> 속 감옥은 무척 단순하면서도 잔혹하다. 감옥은 333층으로 이뤄져 있고, 한 층에 2명씩 수감돼 있다. 음식은 엘리베이터처럼 층을 오가는 '플랫폼'을 통해 하루에 한 번 제공된다. 메뉴는 수감자들이 감옥에 들어올 때 하나씩 말한 음식들이다.


매일 한 상 가득 차려진 플랫폼은 맨 꼭대기 1층에서 출발해 333층까지 그대로 내려간다. 위층에서 먹다 남은 음식을 아래층에서 먹게 되는 구조다. 상층 수감자들은 매일 새로운 한 상에서 자유롭게 음식을 골라 먹고, 100층 정도의 수감자들도 먹다 남은 음식물로 끼니를 굶지 않는다. 하지만 200층 정도부터는 사정이 다르다. 먹다 남은 음식도 없기 때문에 매일 굶게 된다.


생사가 달린 층 배정은 매달 임의로 정해진다. 수감자들은 매달 본인의 처지가 뒤바뀌는 현실에서 생존을 위해 거침없이 야만성을 드러낸다.


감옥에 책 한 권을 들고 자진해서 들어온 주인공 고렝. 그는 어느 달, 202층에 배정받게 된다. 음식이 내려오지 않는 층이다. 그의 룸메이트 트리마가시는 칼을 가지고 있다. 노쇠한 트리마가시는 일주일 이상 굶게 되자, 고렝을 묶어두고 식인을 시도한다. 다행히 그 순간 플랫폼을 타고 내려온 다른 수감자 덕분에 위기를 모면한다. 칼을 빼앗은 고렝은 트리마가시를 곧바로 살해하고, 그 후로 고렝의 손에는 책 대신 무기가 쥐어진다.


영화 속 감옥은 잔혹하지만 현실과 매우 유사하다. 풍족한 사람들과 먹지 못해 생사를 오가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


이상적으로 각 층 사람들이 최소한의 음식만 꺼내 먹으면 333층까지 음식은 전달된다. 모두 굶지 않을 수 있다. 누군가 현실에서 외치는 자발적 연대와 낙수 효과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인간 개인의 본능과 욕망이 마구 뒤섞인다.


상층 사람들은 다시 하층으로 갈지 모른다는 불안에 휩싸인다. 자발적 연대가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신도 팽배하다. 그래서 현재를 최대한 누리고 싶어 한다. 식탐, 갑질 등으로 본능과 욕망을 최대한 표출한다. 하층에 있는 사람들은 인간의 본능과 욕망을 겪으면서 불신에 가득 찬다. 자발적 연대나 낙수 효과에 대한 기대감조차 없다. 생존이 절실하기 때문에 폭력, 약탈 등으로 본능과 욕망을 뿜어낸다.


그렇다면 이상은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고렝은 강압적으로 음식을 배분하기 위해 플랫폼을 타고 아래로 내려간다. 그리고 333층에서 어린 소녀를 발견한다. 소녀를 '메시지'라고 칭한다.


소녀는 다음 세대를 의미하는 것일까. 그럼 다음 세대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 이상을 실현할 수 있을까. 다음 세대에 기대를 거는 것조차 너무 이상적인 미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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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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