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것 그대로의 삶
"중요한 건 여정이 아니라 목적지다."
영화 <브루탈리스트>의 주인공 라즐로 토스는 이렇게 말한다. 중요한 건 결과지, 과정이 아니라고. 말 그대로 그의 삶은 치열하게 목적지를 좇으며 펼쳐진다.
영화는 건축가인 라즐로 토스가 목적지로 향하는 여정을 다룬다. 그에게 목적지는 '건축물' 밴 뷰런 센터다. 1940년대 미국 이민에 성공한 헝가리계 유대인 토스는 미국에서 생활고에 시달린다. 그러다 운명처럼 그의 재능을 알아본 사업가 해리슨을 만난다. 해리슨은 토스에게 밴 뷰런 커뮤니티 센터의 건축을 제안하고, 이를 맡으면서 밴 뷰런 센터는 토스의 목적지이자 삶 그 자체가 된다.
건축 과정은 고난과 역경의 연속으로 이어진다. 건축에 참여하는 이해 관계자들과 마찰부터 시작해 공사는 자재운반 사고로 인해 수년 동안 중단되는 사태까지 이른다. 몇 년 후에야 건축을 다시 이어가는데, 토스는 열일 제쳐두고 건축 현장으로 복귀한다.
하지만 상황은 그의 편이 아니다. 토스는 센터에 사용할 대리석을 구하기 위해 해리슨과 이탈리 채석장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해리슨에게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당하게 된다. 그는 피폐해졌지만 센터 건축에 대한 집념과 집착을 이어간다. 고난의 시간들을 겪어낸다.
그렇게 토스는 자신이 설계한 건축물을 완공했을까. 아니, 그는 끝내 건축물을 완성하지 못한다. 오랜 시간이 흘러(1980년대에) 밴뷰런 센터는 하나의 브루탈리즘 건축물로 인정받을 뿐이다. 꾸밈없는, 날것 그대로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오히려 그의 삶이 브루탈리즘에 가깝다. 인생에서 브루탈리즘을 구현한 브루탈리스트.
삶을 하나의 건축물로 본다면, 토스는 인생에서 브루탈리즘을 가감 없이 실현했다. 프랑스어 '베통 브뤼'에서 나온 브루탈리즘. 베통은 콘크리트, 브뤼는 가공되지 않은 날것. 토스는 삶을 구성하는 인간의 욕망, 본능이 날 것 그대로 켜켜이 쌓인 거친 인생 그 자체를 보여준다. 건축가로서 건축물을 통해 후세에 자신을 남기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도 스스럼없이 드러낸다.
어딘가 모르게 그의 삶은 노출 콘크리트 건축물과 닮아 있다. 욕망과 본능에 꾸밈이 없고 날것 그대로 표출하면서 살아간다. 또 삶의 고통과 고난, 역경들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콘크리트처럼 투박하고 거칠다.
그의 집념의 끝은, 목적지는 결국 브루탈리스트였다. 하지만 삶과 여정에도 브루탈리즘은 그대로 녹아있다. 여정과 목적지는 별개일 수 없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