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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S Oct 25. 2022

단순하지만 시간이 소요되는 내용 정리, 그래서 싫다!

[025] 통시성과 공시성


우리나라 범종의 전형적인 조형 양식은 신라에서 완성되었다. … 신라 종의 조형 양식은 조선 초기를 기점으로 한 큰 변화가 나타나기 전까지 후대의 범종으로 계승되었다.

신라 종의 몸체는 항아리를 거꾸로 세워 놓은 것과 비슷하게 가운데가 불룩하게 튀어나온 모습을 하고 있다. 이와 달리 중국 종은 몸체의 하부가 팔(八) 자로 벌어져 있으며, 일본 종은 수직 원통형으로 되어 있다. … 신라 종의 용뉴는 쌍용 형태인 중국 종이나 일본 종의 용뉴와는 달리 한 마리 용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용뉴 뒤에는 우리나라의 범종에서만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음통이 있다.(중략)

고려 시대에는 이러한 신라 종의 조형 양식이 미약한 변화 속에서 계승된다. 전기에는 상대와 접하는 종의 상판 둘레에 견대라 불리는 어깨 문양의 장식이 추가되고 유곽과 당좌의 위치가 달라지며, 천인상만 부조되어 있던 자리에 삼존불 등이 함께 나타난다. 그리고 고려 후기로 가면 전기 양식의 견대가 연꽃을 세운 모양으로 변하고, 원나라의 침입 이후 전래된 라마교의 영향으로 범자(梵字) 문양 등의 장식이 나타난다. 한편, 범종이 소형화되어 신라 종의 조형 양식이 계승되면서도 그러한 조형 양식을 지닌 대형 종의 주조 공법은 사라지게 된다.

조선 초기에는 새 왕조를 연 왕실 주도로 다시 대형 종이 주조된다. 이때 조선에서는 신라의 대형 종 주조 공법을 대신하여 중국 종의 주조 공법을 도입하게 된다. 그러면서 중국 종처럼 음통이 없이 쌍용으로 된 용뉴가 등장하며, 당좌가 사라지고, 신라 종의 섬세한 장식 대신 중국 종의 전형적인 장식들이 나타나게 된다. 이후 불교를 억제하는 정책에 따라 한동안 범종 제작이 통제되었고, 16세기에 사찰 주도로 소형 종이 주조되면서 사라졌던 신라 종의 조형 양식이 다시 나타난다. 그 후 이러한 혼합 양식과 복고 양식이 병립하다가 복고 양식이 사라지면서 우리나라의 범종은 쇠퇴기에 접어들게 된다.  


[이것만은 … ]

*어떤 부류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 (       )

*각종 재료를 사용하여 공간에 형태를 만듦. (       )

*어떠한 것이 처음으로 일어나거나 시작되는 곳. (       )

*아주 작고 약함. (       )

*물건의 거죽에 어룽져 나타난 어떤 모양. (       )

*평평한 면에 글자나 그림 따위를 도드라지게 새기는 일. (       )

*예로부터 전하여 내려옴. 외국에서 전하여 들어옴. (       )

*녹인 쇠붙이를 거푸집에 부어 물건을 만듦. (      )

*주동적인 처지가 되어 이끌다. (       )

*일정한 방침이나 목적에 따라 행위를 제한하거나 제약함. 권력으로 언론ㆍ경제 활동 따위에 제한을 가하는 일. (       )

*승려가 불상을 모시고 불도(佛道)를 닦으며 교법을 펴는 집. (       )

*과거의 모양, 정치, 사상, 제도, 풍습 따위로 돌아감. (       )     


신라에서 완성신라 종은 조선 초기를 기점으로 한 큰 변화가 나타나기 전까지 후대의 범종으로 계승

철수 쌤은 인간만이 역사(歷史)를 의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인류 사회, 사물, 사실의 변천‧흥망의 과정을 인식하고 그것을 기록하는 존재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 주위에는 역사를 서술하는 글이 매우 많다. 그러면 그것을 읽는 방법도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역사를 기록한 글을 읽는 방법은 특별한 것이 없다. 시간 순서대로 사실을 정리하면 된다. 그러다 보니 별로 긴장감을 불러 일을키지도 못한다. 도리어 정리해야 할 사실들이 많아 읽는 데 시간이 걸린다. 오죽하면 철수 쌤은 역사를 서술한 글을 싫어하겠는가?

지문은 처음부터 내용이 역사에 관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 ‘범종’이 ‘신라에서 완성되었’고 ‘조선 초기 … 전까지 … 후대의 범종으로 계승되었’다고 하였다. ‘-에서’, ‘초기’, ‘기점(起點, 어떠한 것이 처음으로 일어나거나 시작되는 곳)’, ‘변화’, ‘후대’, ‘계승’ 등은 시간을 의식하며 이해해야 하는 어휘들이다. 이럴 경우 철수 쌤은 화살표를 표시하며 내용을 정리한다. 그런데 철수 쌤은 앞에서 배운 분석을 병행한다. 즉 각 시기를 구성 요소들로 생각하며 다음과 같이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에서’, ‘초기’, ‘기점(起點, 어떠한 것이 처음으로 일어나거나 시작되는 곳)’, ‘변화’, ‘후대’, ‘계승’ 등은 시간을 의식하며 이해해야 하는 어휘들이다.


위에서 ‘’를 이용해 나타낸 것은 문장에 신라와 조선 초기 사이에 어떤 시기가 있는지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역사 시간에 고려라는 나라를 배웠으니 ‘…’ 대신에 ‘고려’라고 할 수도 있으나, 그것은 역사 지식을 이용한 것이어서 철수 쌤은 권장하지 않는 글 읽기 방법이다.

    

신라 고려 시대전기후기조선 초기이후 16세기그 후

이후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의 역사’를 말하고 있다고 하려면 대상을 ‘시대’, ‘세기(世紀, 백 년을 단위로 하는 기간)’로 나눠 그 변화를 살펴보는 정도의 장기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단기간의 변화를 설명하는 글은 역사라 하지 않고 ‘과정’이라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추후 자세히 설명하겠다.)

지문에서 설명하는 범종의 변화는 장기간에 걸친 것으로서, ‘범종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것을 철수 쌤은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의 역사’를 말하고 있다고 하려면 대상을 ‘시대’, ‘세기’로 나눠 그 변화를 살펴보는 정도의 장기간이 되어야 한다.


앞에서 개념들의 계층 구조를 설명하면서 하위 개념이 상위 개념이 되어 하위 개념을 가질 수 있는 상대성을 말한 적이 있다. 마찬가지로 ‘신라’, ‘고려’, ‘조선’은 범종의 역사를 구성하는 요소들이지만, 그 하위에 ‘전기’와 ‘후기’, ‘초기’, ‘이후’, ‘16세기’, ‘그후’ 등의 구성 요소들을 가지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여기서 꼭 알아야 할 개념이 통시성(通時性)이다. 이는 어떤 시기를 종적으로, 즉 역사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말한다. 결국 지문은 범종에 대해 통시적으로 설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국어 시험에 잘 나오는 통시성은 일상생활에서 잘 사용하지 않다 보니 학생들이 잘 모르는 경향이 있다. 아이들이 꼭 알고 갔으면 한다.  

   

신라 종이와 달리 중국 종일본 종신라 종중국 종이나 일본 종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범종에서만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위에서 말한 통시성과 함께, 외워 둘 필요는 없지만 알아 두면 좋은 개념이 ‘공시성(共時性)’이다. 이는 어떤 시기를 횡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서, 같은 시기의 대상들이 갖고 있는 특성을 살펴 보는 것이다. 예컨대 신라의 종과 고려의 종이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를 알려면 각 시기의 종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 반대도 성립한다. 각 시기별로 종의 특성이 어떠한지를 알려면 다른 시기와 다른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통시성과 공시성은 상호 보완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문에서 ‘신라 종’의 특성을 말하고 있는데, 이는 이후 고려 시대의 종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꼭 필요한 내용이다. 그래서 그 특성을 ‘중국’, ‘일본’의 종이 갖고 있는 특성과 비교 대조를 하고 있다. 이는 앞에서 공부한 분류하는 글의 읽기법을 고려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공시성(共時性)’은 어떤 시기를 횡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서, 같은 시기의 대상들이 갖고 있는 특성을 살펴 보는 것이다.


이는 신라 종과 중국 종, 일본 종을 단순히 비교 대조한 것이라 생각하면 안 된다. 신라 종과 비교할 때 같은 시기의 중국 종, 일본 종과 비교해야지 고려 시대의 중국 종, 일본 종과 비교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는 신라 종의 특징을 정확하게 말할 수 없다. 따라서 이 내용은 신라 종의 특성을 단순 비교 대조한 것이 아니라 공시적으로 설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대상의 역사를 설명할 때 통시적으로만 하지 않고 공시적으로도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글을 읽어야 할 것이다.

     

계승추가달라나타난다. 변하고, 나타난다. 되어 계승사라지게 하게 된다. 등장사라지고 나타나다시 나타난다. 사라지에 접어들

시간에 따라 나타나는 차이는 곧 변화이다. 따라서 시간을 의식해야만 이해하는 글은 그 변화를 파악하는 것은 필수이다. 변화는 크게 다음의 유형으로 나뉜다.

    

생성: ∅ → ● (없던 것이 새로 생김)

소멸: ● → ∅ (있던 것이 없어짐)

유지: ● → ● (없어지지 않고 계속 있음)

대체: ● → ◆ (다른 것으로 바뀜)     

부활: ● → ∅ → ● (소멸했다 생성함)

추가: ● → ●  + ◆ (있던 것에 다른 것이 더해짐)


따라서 위 유형을 염두에 두고 변화 양상을 파악하는 훈련을 많이 해야 한다.

지문에서 설명하는 변화 양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어렵지는 않은데 정리하는 시간이 상당하므로 철수 쌤도 이런 글 읽는 것을 매우 싫어 한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정리할 내용이 참 많다. 내용 자체는 어렵지 않아 많은 시간을 들여 정리할 내용이 많으니 철수 쌤도 이런 글 읽는 것을 매우 싫어 한다. 그러나 어찌하랴 그것을 파악하지 않는다면 다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을?  


24.윗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①고려 시대까지 우리나라의 범종은 외국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신라 종의 조형 양식을 계승하였다.

②…

③신라 시대부터 범종에 장식되어 있었던 당좌는 조선 시대에 들어와 사라지기도 하였다.

④…

⑤…     


확실히 시간을 의식하며 읽는 것은 상당한 끈기가 필요함은 틀림 없다.


[이것만은 … ]의 정답

전형적(典型的), 조형(造形), 기점(起點), 미약(微弱), 문양(文樣), 부조(浮彫), 전래(傳來), 주조(鑄造), 주도(主導), 통제(統制), 사찰(寺刹), 복고(復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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