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 쌤은 중학교 2학년 때의 어느날이 지금도 생생하다. 수업 중에 선생님이 갑자기 칠판에 커다란 좌표 평면을 그리셨다. 그리고는 x축에 시간, y축에 공간을 표시하시더니 인간 삶에 대해 설명하셨다. 철수 쌤은 그 설명에 도취되어 수많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왜냐하면 그 전까지 시간과 공간을 철수 쌤은 의식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철수 쌤의 삶은 해 뜨면 학교 가고 해 지면 집에 돌아와 잠자는 일상이 단지 반복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의식이 없이, 단지 밝음과 어둠에 대한 조건 반사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런 철수 쌤에게 선생님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말씀은 삶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었다.
그후 철수 쌤은 어떤 생각을 할 때 시간과 공간을 고려하는 버릇이 생겼다. 같은 사건이라도 어느 때에 어느 곳에서 일어났는지를 살피면 다른 사건으로 보이는 것이 신기했다. 삶의 미래에 대한 계획도 그것들을 고려해 한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그런지 철수 쌤은 글을 읽을 때면 시간과 공간에 관한 내용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순서들을 파악하며 글을 이해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면서 시간과 공간을 의식하는 것도 다양하게 이루어짐을 알게 되었다. 단지 역사만이 아니라 어떤 방법으로 어떤 목표를 이루는 것이나, 어떤 것이 원인이 되어 어떤 결과를 낳는 것들이 모두 시간을 의식하는 사고를 밑바탕에 두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뿐이랴? 대상에 대해 기준을 설정하고 판단할 때나 복잡한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 등도 시간을 염두에 두고 이해해야 함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철수 쌤은 수업 시간에 화살표를 그려가며 순서를 생각하는 훈련을 학생들에게 많이 시킨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글 읽기를 좋아하는 철수 쌤도 시간과 공간을 의식하며 읽어야 하는 글을 그다지 좋아 하지 않게 되었다. 어려워서가 아니다. ‘A 다음에 B, B 다음에 C, C 다음에 D’ 이런 식으로 읽으면 된다. 그런데 왜 싫어하는 것일까? 단순하니 지루하고, 내용이 길다 보니 읽고 난 뒤 머릿속에 간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 기억력이 떨어지는 이제는 그래서 더욱 읽기가 싫다.
그러나 억지로라도 읽는다. 왜냐하면 시간과 공간을 파악하고 풀어야 하는 문제가 꼭 출제되기 때문이다. 특히 그 문제들은 대부분 수학적 사고와 연결해야 풀리는 문제들이다. 어려운 수학적 사고를 이용해야 하는데, 시간과 공간까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문제를 풀 수 있겠는가? 그래서 철수 쌤은 자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달래고 달래며 지문을 읽고 문제를 푼다.
시간과 공간이 언뜻 보면 일상생활과 직접 연결되어 있어 쉽게 느껴지지만 철학이나 과학에서 다룰 만큼 매우 심오한 개념이다. 여기에서는 심오하게 생각할 거까지는 필요 없다. 그러나 논리적 사고를 하는 데 있어 그것들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철수 쌤과 함께 가볍지도,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게 시간과 공간을 의식하며 글 읽기에 대해 알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