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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S Nov 19. 2022

놀부가 좋다면 좋고  나쁘다면 나쁜 것일까?

[039] 관점에 따른 대상의 평가


아도르노의 미학은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통해 예술의 자율성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예술은 사회적인 것인 동시에 사회에서 떨어져 사회의 본질을 직시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의 미학은 기존의 예술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제공한다. 가령 사과를 표현한 세잔의 작품을 아도르노의 미학으로 읽어 낸다면, 이 그림은 사회의 본질과 유리된 ‘아름다운 가상’을 표현한 것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세잔의 작품은 예술가의 주관적 인상을 붉은색과 회색 등의 색채와 기하학적 형태로 표현한 미메시스일 수 있다. 미메시스란 세계를 바라보는 주체의 관념을 재현하는 것, 즉 감각될 수 없는 것을 감각 가능한 것으로 구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략>

그는 … 미적 체험을 현대 사회의 부조리에 국한시킴으로써, 진정한 예술을 감각적 대상인 형태 그 자체의 비정형성에 대한 체험으로 한정한다. 결국 아도르노의 미학에서는 주관의 재현이라는 미메시스가 부정되고 있다.

한편 아도르노의 미학은 예술의 영역을 극도로 축소시키고 있다. 즉 그 자신은 동일화의 폭력을 비판하지만, 자신이 추구하는 전위 예술만이 진정한 예술이라고 주장하며 전위 예술의 관점에서 예술의 동일화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이는 현실 속 다양한 예술의 가치가 발견될 기회를 박탈한다. 실수로 찍혀 작가의 어떠한 주관도 결여된 사진에서조차 새로운 예술 정신을 발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베냐민의 지적처럼, 전위 예술이 아닌 예술에서도 미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이것만은 … ]

*자연이나 인생 및 예술 따위에 담긴 미의 본질과 구조를 해명하는 학문. (        )

*자기 스스로의 원칙에 따라 어떤 일을 하거나 자기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여 절제하는 성질이나 특성. (        )

*본디부터 가지고 있는 사물 자체의 성질이나 모습. 사물이나 현상을 성립시키는 근본적인 성질. (        )

*정신을 집중하여 어떤 대상을 똑바로 봄. 사물의 진실을 바로 봄. (        )

*현상이나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밝히거나 잘못된 점을 지적함. (        )

*따로 떨어짐. (        )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 여부가 분명하지 않은 것을 사실이라고 가정하여 생각함. (        )

*그 수량에 지나지 아니한 상태이다.  그 수준을 넘지 못한 상태이다. (        )

*외부 세계ㆍ현실 따위를 인식ㆍ체험ㆍ평가하는 의식과 의지. 또는 그 존재. (        )

*어떤 대상에 대하여 마음속에 새겨지는 느낌. (        )

*대상이나 현상의 모든 범위. (        )

*사물의 작용이나 어떤 행동의 주가 되는 것. 실재하는 객관에 대립하는, 의식하는 주관. (        )

*어떤 대상에 관한 인식이나 의식 내용. (        )

*다시 나타남. 또는 다시 나타냄. (        )

*눈, 코, 귀, 혀, 살갗을 통하여 바깥의 어떤 자극을 알아차림. (        )

*어떤 내용이 구체적인 사실로 나타나게 함. (        )

*이치에 맞지 아니하거나 도리에 어긋남. 또는 그런 일. (        )

*범위를 일정한 부분에 한정함. (        )

*‘아님’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        )

*일정한 형식이나 틀. (        )

*수량이나 범위 따위를 제한하여 정함. 또는 그런 한도. (        )

*더할 수 없는 정도. (        )

*기성의 예술 관념이나 형식을 부정하고 혁신적 예술을 주장한 예술 운동. (        )

*남의 재물이나 권리, 자격 따위를 빼앗음. (        )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 빠져서 없거나 모자람. (        )

*꼭 집어서 가리킴. 허물 따위를 드러내어 폭로함. (        )     


아도르노의 미학은 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고 보기 때문이다. 그의 미학은 기존의 예술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제공한다.

거무스름한 철수 샘. 이 사실에 대해 철수 쌤은 사람들마다 다른 소리를 들어왔다. 어떤 이는 멋없다 하고, 어떤 이는 보기 좋다 한다. ‘하얀 피부가 좋다’라는 관점을 갖고 있는 사람과 ‘검은 피부는 건강미의 상징’이라는 관점을 갖고 있는 사람은 달리 평가하지 않겠는가?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이고 사람 눈에는 사람만 보인다는 옛이야기는 어떤 관점에 있느냐에 따라 판단이 다르다는 것을 일찌감치 우리에게 일깨우고 있다. 결국 사물이나 현상의 속성이 관점과 일치하느냐 어긋나느냐에 따라 아래의 판정도와 같이 판단을 달리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관점도 평가의 대상이 된다. 이 세상의 그 어떤 것도 평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와 관련된 글이 많지 않겠는가?

‘미학(美學)’은 미의 본질과 구조를 해명하는 학문이니, ‘아도르노의 미학’은 아도르노 개인의 의견이다. 앞에서 의견에는 관점이 들어 있다 했다. 지문 역시 아도르노의 의견, 관점에 대해 평가하고 있다.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아예 명시적으로 밝히기까지 했다. 그런데 평가에는 기준이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은가? 그것을 앞에서 관점이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관점을 평가하기 위한 관점이 또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를 이해하는 것은 글 읽기에 많은 도움을 준다.

‘Aㄴ/는 점에서 B’라고 하면 A가 B라는 결론의 근거임을 말한다고 했다. 지문에서 ‘아도르노의 미학은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통해 예술의 자율성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했는데, ‘긍정적 평가’라는 결론의 근거가 ‘아도르노의 미학은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통해 예술의 자율성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이는 아도르노 미학의 특성을 말한 것이다.

그 특성에 어떤 잣대를 들이대야 긍정적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그 특성과 일치하는 잣대여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A. B 때문이다’는 문장의 연결을 고려하면, 출제 선생님은 아도르노 미학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유가 ‘예술은 사회적인 것인 동시에 사회에서 떨어져 사회의 본질을 직시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판단의 잣대이다. 그 잣대의 내용이 아도르노의 미학 내용과 일치한다. 그래서 출제 선생님의 아도르노에 대한 평가는 다음과 같은 판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그의 미학은 기존의 예술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제공한다.’고 지문에서 말하고 있다. 비판(批判)은 현상이나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밝히는 것을 말하지만 특히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것을 말할 때 사용된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아도르노의 미학이 ‘기존 예술’에 대해 잘못을 지적하는 관점이다. 즉 기존 예술과 아도르노의 관점이 반대되는 것이다. 흔히 기존의 것에 대해 잘못을 지적하는 관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왜 그러냐고? 생각지도 못한 것을 지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판적 관점을 긍정적인 것으로 본다. 따라서 지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이해하면 좋다.     



이렇게 지문에서 대상에 대해 어떤 가치 평가를 하고 있는지 이해하며 읽어야 하는 글이 많다.     


세잔의 작품을 아도르노의 미학으로 읽어 낸다면, 하지만 세잔의 작품은 미메시스일 수 있다. 전위 예술만이 진정한 예술전위 예술이 아닌 예술에서도 미적 가치를 발견

관점은 관점을 평가하지만 그 전에 사물, 현상들을 평가하는 것이 주요 기능이다. 물론 그 관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지문에는 아도르노의 관점과 출제 선생님의 관점이 달라 ‘세잔의 작품’이라는 대상에 대한 평가가 다름을 보여주고 있다.

아도르노는 세잔의 작품을 ‘‘아름다운 가상’을 표현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본다. 앞에서 ‘~에 불과하다’는 대상의 가치를 낮게 평가할 때 쓰는 말이라고 했다. 아노드로는 세잔의 작품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그런데 출제 선생님은 ‘세잔의 작품은 … 미메시스일 수 있다.’고 하였는데, 이는 세잔의 작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왜 긍정적 평가라 할 수 있는지를 느낄려면 ‘미메시스’에 대해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출제 선생님은 이에 대한 정의로 설명하고 있다. 즉 ‘세계를 바라보는 주체의 관념을 재현하는 것, 즉 감각될 수 없는 것을 감각 가능한 것으로 구현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주관의 재현이라는 미메시스’이라고 다시 한번 핵심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름다운’이라는 말로 꾸미고 있는데도 왜 ‘가상’이 부정적 평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느껴지는 것일까? 그 앞에 ‘사회의 본질과 유리된’이라는 꾸미는 말 때문이다. 위에서 아도르노는 예술에서 사회의 의미를 중시하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 사회의 본질과 동떨어진 것은 좋게 볼 수 없는 것이다.



한편 출제 선생님은 미메시스를 중시하는 관점을 취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세잔의 작품을 주관을 재현한 미메시스라고 한 것은 그것을 긍정적으로 본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세잔의 작품’에 대한 평가를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한편 지문에는 아도르노와 베냐민의 관점이 언급되었다. 그래서 ‘전위 예술’에 대해 아도르노는 ‘진정한 예술’이라고 평가한 것이고, 베냐민은 ‘전위 예술이 아닌 예술’도 진정한 예술일 수 있다고 평가한다. ‘실수로 찍혀 작가의 어떠한 주관도 결여된 사진에서조차 새로운 예술 정신을 발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베냐민의 관점에 따르면 전위 예술만이 진정한 예술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넓은 의미에서 전위 예술에 대해 중립적 평가라 할 수 있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철수 쌤은 누가 무엇인가를 좋다, 나쁘다라고 말할 때 ‘어떤 관점에서 저렇게 말하나?’라고 생각하거나 묻는 습관이 있다. 그리고 그 관점이 동의할 만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철수 쌤은 한다. 놀부가 좋다는 사람과 나쁘다고 한 사람은 과연 좋고 나쁜 사람일까? 철수 쌤은 놀부라는 사람의 관점에는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의문이 매우 중요하다. 글 읽기에도 이를 염두에 두어야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예술의 영역을 극도로 축소자신은 동일화의 폭력을 비판하지만, 전위 예술의 관점에서 예술의 동일화를 시도베냐민전위 예술이 아닌 예술에서도 미적 가치를 발견

지문에는 긍정적 평가를 명시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나 그에 반해 부정적 평가는 그러지 않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미적 체험을 …에 국한시킴으로써, 진정한 예술을 …으로 한정한다. … 예술의 영역을 극도로 축소시키고 있다.’는 것은 아도르노 미학을 부정적으로 말하고 있다.

단순히 사실만을 말한 것 같지만 ‘국한(局限, 범위를 일정한 부분에 한정함.)’, ‘한정(限定, 수량이나 범위 따위를 제한하여 정함.)’, ‘축소(縮小, 모양이나 규모 따위를 줄여서 작게 함.)’는 공통적으로 어떤 것을 무시하고 일부분만을 생각하는 것을 말할 때 흔히 사용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뜻으로, 중용(中庸,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아니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아니한, 떳떳하며 변함이 없는 상태나 정도.)이 중요함을 이르는 말이다. 지나친 것은 화를 부를 때가 많은데, 아도르노가 진정한 예술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잡았다, 즉 예술의 조건을 너무 까다롭게 제시했다는 것이 출제 선생님의 생각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출제 선생님은 ‘극도로 축소’하는 것이 ‘동일화의 폭력을 비판하지만, … 전위 예술의 관점에서 예술의 동일화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논리적으로 모순임을 지적하는 것이다. 출제 선생님의 논리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지문에는 겉으로 드러나 있지 않지만, 출제 선생님에게는 ‘어떤 것을 비판하며 그것을 하는 것은 나쁘다’는 전제가 숨어 있다. 그러므로 그 전제 속에 있는 조건에 일치하는 아도르노는 나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출제 선생님은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해 ‘베냐민의 지적’을 인용하기도 한다. ‘전위 예술이 아닌 예술에서도 미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고 출제 선생님은 말하고 싶은데 그것을 뒷받침하는 사람이 베냐민이었던 것이다.



어떤가, 이제 출제 선생님이 아도르노의 미학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이 눈에 보이는가? 이렇게 글 속에 숨어 있는 글쓴이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글 읽기에 중요하므로 이에 대한 훈련을 많이 해야 한다.

의의(義意, 어떤 사실이나 행위 따위가 갖는 중요성이나 가치)’, ‘한계(限界, 사물이나 능력, 책임 따위가 실제 작용할 수 있는 범위.)’라는 말이 있는데, 이 둘은 각각 긍정적 평가 또는 부정적 평가를 말할 때 흔히 사용한다. 결국 지문은 아도르노 미학의 의의와 한계를 말하고 있는 글이다.     


[이것만은 … ]의 정답

미학(美學), 자율성(自律性), 본질(本質), 비판(批判), 유리(遊離), 가상(假想), 불과(不過), 주관(主觀), 인상(印象), 세계(世界). 주체(主體), 관념(觀念), 재현(再現), 감각(感覺), 구현(具現), 부조리(不條理), 국한(局限), 비(非)-, 정형(定型), 한정(限定), 극도(極度), 전위(前衛), 박탈(剝奪), 결여(缺如), 지적(指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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