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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묘호랑 Jan 10. 2019

맺음말

1
시스템을 벗어날 순 없지만, 시스템에 휘말리진 말자.
몹시 화가 날 때는, 수많은 모니터 화면 앞에 앉아 있는 시스템 운영자가, 내 모습을 보면서 그럼 그렇지 하며 싱긋 또는 낄낄 웃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그러면 치받쳐 올랐던 분노가 시스템 운영자에게로 잠시 옮겨 간다. 주의가 흐트러지면서 분노의 화염이 다소 진정된다.
물론 화를 내야 할 때는 내야 한다. 다만, 뒷목을 잡고 쓰러질 정도로 내 몸을 학대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는 말이다.
정체가 밝혀진 이 세계의 시스템은 이제 초라해진 게임판에 불과하다. 여기에 몰입하여 스스로를 해치면 안 된다.
시스템은 인간 군상의 천태만상을 감상한다. 이제 우리는 세상의 아귀다툼에서, 그리고 우리 세계의 시스템에서조차 벗어나, 시스템이 우리 세계를 감상하는 모습을 관조할 수 있을 것이다.
시스템은 시스템 대로의 삶이 있고, 우리는 우리 대로의 삶이 따로 있다.

2
이 글은 당연히 유일한 진리가 아니다. 유일하지도 않고, 진리라고는 완전히 아무것도 없을 수 있다. 어쩌면 나한테만 해당되는, 어쩌면 나만을 위한, 어쩌면 공개하기엔 낯부끄러운, 일기장에 불과한지도 모르겠다.
그저 나의 세계 확장을 기원하며 써내려 간 주문같은 건지도 모른다. 각자는 각자의 세계로 나아가기만 할 뿐이고, 나는 다른 사람이 되는 법을 모른다.

3
우리는 온 세상을 독차지해야 한다는 의무를 지고 태어나 분명히 실패하는 미래를 확실히 맞이하게 된다.
우리는 모두 실패자라는 면에서 완전히 동등하다. 아무도 온 세상을 홀로 독차지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독차지한다 해도, 결국은 당신과 같은 목표를 추구했던 동료가 몰래 당신의 침실로 자객을 보낼 것이다. 자객이 오지 않는다 해도, 자객이 올까봐 전전긍긍하며, 평생 동안 편안히 잠들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를 패배시키려고 기를 쓰며 노력할 것이 아니라, 서로를 불쌍히 여기고 공감해야 한다. 우리는 한 명도 빠짐없이 시스템이라는 적과 싸워 나가야 하는 동료이기 때문이다.

이 글이 도대체 어떤 소용이 있을까를, 우리 마음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 보면, 결국, 서로 연합하고 공동의 미래를 꿈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식량이 부족해서, 집 짓고 살 땅이 없어서, 입고 살 옷이 부족해서 아비규환의 세상을 연출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세상을 독차지하려는 동력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이기에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연합함으로써 이러한 운명을 극복해야 한다. 그리고, 연합을 시작하기 전에, 우리의 마음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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