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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묘호랑 Jan 13. 2019

[우열] 아름다운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우열은 이미 마음속에 있다

사실 난 이 정도면 큰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대다수의 몰지각한 사람들은 남자가 165cm면 아주 작은 키라고 생각할 것이다. 180cm 이상은 돼야 위너라는 말은 많은 사람들에게 반감을 사긴 했지만, 무시를 당하진 않았다. 180cm는 165cm보다 분명히 우월하다. 이것이 현실이다. 또한, 상당수의 몰지각한 자들은 정우성이 나보다 잘생겼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현실임은 부정할 수가 없다.


이 세상에는 분명히 우열이 존재한다. 물론, 저마다 지닌 개성에는 나름의 가치가 있으며, 우월해 보이는 자에게도 단점은 있다. 키 180cm는 마을버스 탑승 과정에서 상당한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으며, 너무 잘생기면 여자들이 부담스러워 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여자들이 선택하는 건, 키 180cm의 절세 미남이다. 심적 부담은 어떻게든 극복할 것이다. 우월한 것은 어쨌든 우월한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을 어쩔 수는 없다. 우리는 그렇게 느껴버린 마음을 뒤늦게 다잡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아마도, 신장이 열등한 나는 무의식 중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을 것이다. 열등함을 극복하려면 정신적으로 승리해야 한다. 여성들에게 우월성을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이 문제는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우열에 대한 느낌은 생각 이전에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이므로, 이 문제는 인간의 본성과 연관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사람이란 만족할 줄 모른다. 욕심을 버릴 수 있는 경지는 머리를 깎고 출가하는 것도 모자라 고된 수행을 해도 이룰까 말까다. 인간은 그런 존재다. 도대체 이 끝도 없는 개발과 발전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지금까지 이뤄 온 문명은 한가롭게 산책하듯이 만들어 온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온갖 고난을 겪으며 이를 악물고 목표를 향해 달려왔다. 단지 먹고 살기 위해 어려움을 견디는 측면도 있었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글자 그대로 먹고 살 수 있는 정도에도 충분히 만족했다면, 현실은 매우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처럼 프로그램된 행동을 반복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인간은 다른 시간 관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파블로프의 개가 아니다. 반복이 아니라 확장을 원한다. 언제나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는 마음, 즉 희망을 유지하려 한다. 그래서, 원하는 것을 이루면 기대하던 마음을 잃기 때문에, 더 큰 것을 원함으로써 더 큰 기대감으로 희망을 유지하려 한다.


이렇게 끊임없이 더 큰 것을 원하는 마음, 일종의 열망이라고 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세상에는 무수히 다양한 것들이 전시된다. 인간에게 전시되는 다양한 것들에는, 사물이나 동물 뿐만이 아니라 인간도 포함된다. 인간은 보다 나은 돌멩이나 움집터, 좀더 맛있는 사냥감도 선택하지만, 다른 인간 존재도 선택한다. 선택한 인간들과 힘을 합쳐 더 큰 것을 성취하려 한다. 더 큰 열망을 갖게 된다. 그래서, 인간 특성도 무수히 다양하며, 인간들 사이에도 우열이 존재한다. 우열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의 본질은 정적인 것이 아니라 역동적인 것이다. 생명이 돌멩이와 다를 바 없다면, 굳이 생명으로서 존재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여기에서 더 나아간다. 우주적 차원에서 보자면 먼지처럼 작은 하나의 개체인 인간은, 온 우주를 집어삼킬 듯이 욕망한다. (어쩌면, 지금의 인류를 있게 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인간이 높은 지능과 정교한 손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이 아니라 끊임없이 욕망하는 존재라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각자 모든 인간이 온 세상을 차지하려는 근본 동력을 타고나지 않았다면 온갖 살육과 권모술수, 아비규환과 아귀다툼에까지 이르는 역사적 사실의 원인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인간은 언제나 보다 아름다운 것을 선택한다. 보다 아름다운 것이 우월한 것이며, 우월한 것을 선택해야 미래에 대한 기대감, 즉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다. 절망은 인간의 본질이 아니다.


세상은 손에 쥐었던 모래를 바닥에 흩뿌리듯이 다양한 존재들을 펼쳐 보인다. 우열은 계획된 것이 아니다. 인간이 그렇게 느낄 뿐이다. 느끼고 열망할 뿐이다. 우열은 이미 우리 마음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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