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없는 실내 포장마차

by 장서윤

출판사 보름산미술관에서 발간한 그림책 <감정동 사람들>의 에필로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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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돼서 좋은 점은

마트에서 장난감을 사고 싶을 때 살 수 있고,

시식해본 음식을 카트에 담을 수 있으며,

포장마차 붕어빵을 양껏 고를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초등학교 때는 현금을 지니고 있는 날보다 맨몸으로 다니는 날이 더 많았다.

카드 없이 집 앞 공원도 가기 겁나는 ‘혹시 몰라 사람’인 지금과는 사뭇 다른 시절이었다.


그 시절 하교 후, 친구들과 나란히 걸으며 아파트 정문 앞에 있는 포장마차를 발견할 때면

아, 엄마한테 용돈 달라고 할걸,

저금통에서 500원만 빼올 걸 하는 아쉬움이 컸었다.


운이 좋아 주머니에 500원이라도 있는 날이면

떡꼬치 한 개를 사 먹고

내일은 컵볶이를 사 먹어야지

그리고 그 다음날에는 크림 붕어빵 사 먹어야지

그 다다음날에는 어묵 사 먹어야지.

하며 혼자만의 <포장마차 주간 급식표>를 만들었다.


나이로 보나 외형으로 보나 누가 봐도 어른인 요즘은

아, 겨울에 이거 안 먹고 지나가면 예의가 아니지,

"크림 붕어빵 3,000원어치 주세요."

하고 붕어빵 FLEX


다음날 또 봐도 이건 겨울에만 먹을 수 있는 디저트야, 한정판이라고,

"팥이랑 크림이랑 반반 5,000원어치 주세요."

하고, 한가득 FLEX


다다음날 건강검진을 받고 배고픔에 쓰러지기 직전

건물 앞 포장마차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뜨끈한 어묵 냄새에

홀린 듯이 어묵 3개를 연달아 먹고

김밥 한 줄에 오징어튀김까지

마지막으로 어묵 국물 한 잔 캬.


집으로 들어가는 길,

버스정류장 근처에 가끔 오는 순대곱창볶음 포장마차를 보면

한정판이라는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2인분을 주문하며 한 주를 마무리한다.


최근 이런저런 유혹으로 겨우내 급격한 체중 증가에

자괴감이 들어

옆에 있던 언니에게 이런 말을 했다.


언니, 난 강아지로 치면 자율배식의 실패야.

배가 터지는지 모르고 계속 먹는다니깐.


곧 다가올 따뜻한 날씨에는 또 어떤 한정판 음식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포장마차 음식은 언제나 새롭고 짜릿하다.



+ 손주 친구는 V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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