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보름산미술관에서 발간한 그림책 <감정동 사람들>의 에필로그 글입니다.
2016년 그림책 <감정동 사람들> 작업을 할 때만 해도 감정동에서는 독서실을 찾아볼 수 없었다.
때문에 옆 동네, 옆 옆 동네를 참고해서 그림을 그렸는데,
최근 스터디 카페의 인기에 힘입어 감정동에도 두 개가 생겼다.
SNS 속 깔끔하고 기분 좋은 인테리어의 스터디 카페를 볼 때마다
‘아, 우리 동네에도 생기면 좋겠다, 저거 우리 동네에 생기면 대박 나겠는데?’
하며 마음속 사업 아이템으로 아껴뒀었다.
그러나 사업 자금을 모으기도 전에 누군가 먼저 감정동에 시작을 했으니,
기대감으로 시찰을 하러 만화책 한 권과 손남숙 글, 장서윤 그림의 <나무, 이야기로 피어>라는 책 한 권 챙겨 집을 나섰다.
첫 번째 시찰 장소는 버스정류장 근처에 위치한 스터디 카페.
익숙한 상가로 들어가 익숙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한 카페의 첫인상은
‘이렇게 깔끔하고 최신식 프로그램을 장착한 스터디 카페가 생겼다니, 우리 동네 대박!’
감탄의 연속이었다.
핸드폰으로 코드를 받고 선택한 자리에 앉자,
달칵하면 켜지는 햇살 같은 조명과
주위에서 들리는 사각사각 책 넘기는 소리, 필기하는 소리에
‘집중하기 좋은 ASMR’을 틀어놓은 것 마냥 내 안의 브이로그 감성 자극.
설렘을 감추고 처음 온 사람답게 주변을 슬쩍 둘러보니
한국사며, 외국어 등 각종 문제집과 씨름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뜨거운 열정 한가운데에서, 만화책을 쥐고 있는 내 모습이 추억의 예능 프로그램 X맨 같아서 묘한 희열이 느껴졌다.
X맨은 들키지 않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한 장면 한 장면 집중해서 만화책을 정독했다.
그렇게 30분 같은 3시간을 상쾌하게 보내고,
아쉬운 마음에 다음날 4시간 권을 기약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살면서 독서실 가는 날을 기다리며 잠든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설레는 하루였다.
드디어 두 번째 독서실 방문 날,
아침이 밝았다.
가기도 전에 정기권을 끊어야겠다는 마음으로 백팩 한가득 책을 챙겨 출발했다.
그런데 이게 어쩐 일인지
스터디 카페가 만석이었다.
정말 좋은 자리, 안 좋은 자리할 거 없이 자리가 없어 들어갈 수가 없었다.
순간 '대박 아이템 맞았네', 대출을 받아서라도 사업을 시작했어야 하나 싶은 헛생각이 들었으나
얼른 두 번째 독서실로 발길을 돌렸다.
지금 가는데 가 더 좋은 수도 있으니 차라리 잘 됐다 싶은 마음으로.
죽은 텐션을 끌어올리며 첫 번째 독서실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한 독서실 상가에 도착했다.
상가 계단에서 츄리닝 입은 학생들이 무리 지어 나오는 것이 심상치 않더니만,
독서실 입구 반투명 유리문에는 '정기권 회원만 입장 가능'이라는 안내문에 붙어있었다.
순간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가
여기는 나 같은 한량이 들락날락할 수 없는 그야말로 수험생을 위한 독서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잠시 상가 건물에 기대
아까 갔던 독서실을 다시 가볼까?
그냥 옆 동네까지 가볼까?
이런저런 생각을 했으나
아, 그냥 집에나 가자 싶어
바리바리 싸간 책은 꺼내보지도 못하고
한 층 더 축 처진 어깨를 늘어뜨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의 실망감과 코로나로 인해 스터디 카페에 대한 의욕은 꺾였지만,
올해 안에 다시 그 집중의 3시간을 경험하겠노라고 결심했다.
+내 친구의 친구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