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저녁에 끊었다고 생각하지만 가끔 연락이 오는 지나간 사람들이 있다.
얘가 왜 나한테 연락을 했지?
답장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먼저 해주니 고맙긴 한데,
굳이 왜.
결국 한참 뒤에 무난 무난한 답변을 하게 되고 마는 그저 그런 관계.
앞으로 소개할 지인은 이보다 더 환영받지 못할 존재다.
수년 동안 눈치 없이 내 마음에 비수를 꽂아 왔던 그 친구와의 만남을 회상하며.
불행아, 되도록 연락하지 말고 살자.
이따금, 아니 조금이라도 깊은 생각에 머물 때면 그것이 나를 둘러싸곤 한다.
나의 모든 삶의 궤적을 타고 스며든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순간부터 누군가의 손을 잡지 않고 단단히 딛고 서서 걷기까지.
조금 더 자란 아이가 서서 바라본 지평선 가득 채운 무한한 운동장, 흙먼지 날리며 달리는 그 순간.
양쪽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가방을 감싸 쥔 채, 악의 없는 옆 사람의 부딪침에 몰래 힐끗 째려보고 마는 지친 발걸음.
스스로 만든 운동시간에 고단함을 느끼고 앉아 쉬고 있는 지금.
매 순간순간 그것과 함께했다.
그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악의적이다.
본디 가지고 있는 흉터에 더 깊이 파고들어 이주에 한 번 다니는 치료에 혼선을 준다.
“제가 이것 때문에 더 그런지 모르겠어요.”
“이번에는 이유가 분명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어요.”
실체가 있다면 멱살을 쥐어 잡고 먼지 나게 탈탈 털어버리고 싶다.
“너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
“제발 내가 존재하는 동안 얼씬도 하지 말아 줘, 부탁이야!”
현실에서는 누군가의 멱살을 잡는 일도,
언성을 높이며 부탁을 하는 일도,
지극히 소심한 사람이 발악하는 일도 드문 일이지만 말이다.
이 친구가 얼마나 많은 공과 사에서 나의 일을 망쳐놓았는지 이제는 말해야겠다.
그리고 이제는 카페라테 한 잔 정도는 혼자 마실 수 있게 나를 놓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