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직구는 행복이다. 백화점 브랜드 택 가격에 한 번 놀라고, 같은 제품, 직구 사이트 가격에 두 번 놀라는 행복한 쇼핑의 맛. 시시때때로 아이쇼핑은 물론이거니와 차곡차곡 담아둔 장바구니가 세탁 바구니 속 빨랫감처럼 쌓인 날이면 비운다는 마음으로 신중하게 골라 주문을 한다.(배송비가 아까우니 절대 한 가지는 주문하지 않는다.) 스트레스받은 날이면 기분전환을 핑계 삼아 한 번씩, 정기 세일 기간이면 안 사는 게 손해인 것만 같아 한 무더기. 그렇게 오프라인 쇼핑보다는 온라인, 해외 직구 쇼핑을 즐기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주말, 유튜브 쇼핑 영상에 깊이 빠져있을 때 [해외 직구 언박싱] 영상을 보다 아소스라는 영국 직구 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원피스가 이만 원? 라운지웨어 세트가 삼만 원? 너무나 저렴한 가격에 영상을 끝까지 보지도 않고 나와 당장 앱을 설치했다.
최대 80% 세일
안 그래도 돈 쓸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인데, 설치를 하자마자 메인에 무려 80% 세일 배너가 큼직하게 걸려있는 것이 아닌가. 지금 영국이 세일 기간인가.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모르긴 몰라도 아소스는 내 취향이 아니어도 뭐라도 사야 했다. 그렇게 주말 이른 오후, 가볍게 시작한 유튜브 타임은 새벽 2시 미친 듯이 질주하는 쇼핑 타임으로 마무리되었다. 사실 삼십 분, 한 시간 조금씩 시간이 흐를수록 세일 기간이 끝이 날까 봐 초조한 마음에 진정으로 쇼핑을 즐기지 못했다. 옷은 또 어찌나 많은지. 오전 한 시가 넘어가서는 눈이 퀭해져 의미 없이 스크롤만 내릴 뿐 옷은 다 볼 수도 없었다. 라운지 웨어 중에서는 그래, 꽃무늬 반팔 세트 이걸로 하나, 청바지는 음, 이런 디자인을 갖고 싶었으니깐 도전, 원피스도 조금 과감하지만 저렴하니깐 구매해보자. 도합 칠 만원 정도 되는 금액에 니트 반바지 세 개, 청바지 하나, 원피스 하나, 라운지웨어 세트 한 개. 양쪽 손목과 시력은 잃었지만 가치 있는 싸움이었다.
상쾌하지만은 않은 다음날 아침. 지난 새벽보다는 멀쩡한 정신에 주문내역을 살폈다. 배송지도 잘 입력했고 주문도 원하는 걸로 잘한 것 같다. 요즘은 직구도 일주일 이내에 도착하기에 아소스도 그 정도로 예상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제2의 알리익스프레스 사건이다. 생각보다 길어지는 배송기간에 혹시나 나의 물건이 바다 어딘가에서 둥둥 떠다니고 있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에 몹시 힘들었다가, ‘그래 칠만 원이면 크게 잃은 것도 아니야.’ 하며 애써 위로를 해보기도 했다. 이제는 나의 칠만 원을 정말 영국에 보내줘야 하나 싶을 때 즈음 집 앞에 아소스라 적혀있는 커다란 비닐봉지가 도착했다. 나의 칠만 원. 영국에서 대한민국까지 이 얇은 비닐봉지로 잘 버텨주었구나.
일단 주문한 옷들이 맞게 왔는지 확인부터 했다. 니트 반바지 세 개, 청바지 한 개, 원피스 한 개, 라운지 웨어 한 세트. 오천 원도 흘리지 않았다. 그런데 제품을 확인하면서 스멀스멀 눈을 의심할 만한 사이즈들이 얼핏 보인다. 일단 별 문제없어 보이는 니트 반바지. 다 적당하다. 적당해. 그런데 청바지가 정말 이런 바지는 살면서 처음 보는 핏이다. 과연 수선이가 가능할까. 글로 표현하기도 머리 아파오는 이 핏은 모든 설명을 그림으로 대체하려 한다. 원피스, 분명 원피스를 주문했는데 롱드레스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