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신 케이 Aug 04. 2022

세탁기 그리고 시간과 우주

스토리포토그라피100

스토리 6 - 세탁기 그리고 시간과 우주


Yashica T4 Safari, Fuji Superia Premium400 / Nishi-kasai, Tokyo, Japan - Jul


별로 상관없는 이야기 같지만 세탁기와 시간과 우주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

세탁기

얼마 전에 세탁기가 고장 났다. 이것저것 눌러보고 드라이버를 가져와 분해도 해보고 조립도 다시 해봤는데도 고쳐지지 않았다.

아... 이런... 귀찮아졌네. 아직 보증기간이 남아있었지만

보증서를 다시 뒤적뒤적 찾아내야 하고 / 판매점에 평일 일과시간 중 연락해야 하고 / 방문 스케줄 잡고 / 그 사이 빨래는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하니 귀찮음 투성이었다.

"아~짜증나~ 날도 더운데 다 귀찮다-!"

.

그래서 그냥-

그냥- 고대로 놔뒀다.

그것도 며칠간.

.

그리고 빨래가 다시 쌓여서 어쩔 수 없이

아~ 귀찮다~ 하면서 세탁기의 버튼을 눌렀는데..!

엥-!

다시 작동한다.

.

사람의 삶에서는 늘 상 이런저런 일이 있기 마련인데, 시간이 지나면 그냥 정말- 그냥! 그 문제가 해결되어있는 경우가 은근히 있다.

시간 차이만 있을 뿐 어떤 알 수 없는 이유로 해결되어 있는 것이다.

-

-

시간과 우주

'어떻게든 흘러가 괜찮아~'라고 말해주었던 이전 연인의 말처럼

시간이 참 많은 것을 해결해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고민이던지, 이별의 뭐 어쩌고 라던지, 세탁기 고장이라던지 뭐든 말이다.

.

인간의 고민이란 별 것 아니라는 증거는

모든 것을 우주의 시간으로 변환해보면 뚜렷하게 보인다.


빅뱅 이후-

우주의 나이가 ~138억 년 = 120,970,800,000,000 시간

우리 은하의 나이가 ~136억 년 = 119,305,260,000,000 시간

태양의 나이가 ~46억 년 = 40,349,898,000,000 시간

지구의 나이가 ~45억 4300만 년 = 39,823,938,000,000 시간

그리고 지구가 여차저차 한 후, 생명체가 생기고

공룡 시대가 ~1억 8000만 년 = 1,577,880,000,000 시간 

인류 문명의 시작은 기원전 4000년이니까, 대략 6000년은 = 52,596,000 시간

그동안

한반도에서도 고대 나라가 생기고

이런저런 나라가 생기고, 없어지고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1,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고

20세기에 들어 사람들은 지구 밖으로 나가고

내가 태어나고 대충 학교 다니다 보니까 21세기가 되었다.

이렇게 생각보다 빠른 1세기 100년은 = 876,600 시간

내가 지나온 30년 언저리 길을 되돌아보니 = 271,746 시간

서럽지 않으려면 지금 빡시게 살아야 하는 10년은 = 87,660 시간

은근히 빠른 다음 한 살 먹기까지 = 8,766 시간

마약과 제공과 같다는 다음 달 월급 받기까지 = 744 시간

쓸데없는 고민하는 일주일 = 168 시간

'이야- 정말 오늘도 시간이...'하고 깨닫기까지 = 24 시간

오늘 점심 메뉴 고민 = 0.5 시간


우주의 나이에 비해 그냥,, 우리에게 주어진 건 이렇게나 찰나의 순간일 뿐이다.

그래서 이것저것 고민해봤자 그다지 의미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 제임스 웹 망원경이 찍은 고해상도의 풀컬러 우주 사진들을 보다가 "어라? 나도 비슷한 사진 찍은 적 있는데?"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 나름 생각의 전환인데 조금은 억지 일 수도 있겠네요! 하하.



우주 사진을 찍을 때는 보통, 저녁 시간에 방해하는 불빛이 하나도 없는 곳에 가서 밤하늘을 향해 렌즈를 대고, 조리개를 최대치로 개방한다. 그리고 셔터스피드를 느리게 해서 오랜 시간 동안 빛을 담는다. 그러면 별 빛이 가득한 우주 사진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해도 우주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햇빛 짱짱한 오후에, 나무 그늘 밑에서 땅바닥을 향해 렌즈를 대고 조리개를 최소로 개방한 후, 셔터스피드를 아주 빠르게 하여 아주 잠깐 동안만 빛을 담는다. 그리고 인화해서 확인하면? 이것도 왠지 우주처럼 보이지 않나요? 하하.


참고) NASA - First Images from the James Webb Space Telescope: https://www.nasa.gov/webbfirstimages

이전 05화 토요일의 늦잠과 11시의 햇빛과 그리고 선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