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포토그라피
스토리 28 - 커피의 맛으로부터
카페에 가면 메뉴판에 커피의 맛을 설명하는 화려한 글들이 많다.
브랜드마다 개인 카페마다 맛을 표현하고자 하는 많은 노력이 보인다.
그러나 잘 모르겠다. 잘 와닿지 않는다고 할까.
푸르티- 무슨무슨 오렌지향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맛의 설명들.. 정말로 팟-하고 잘 느껴지시는지?
아마 해당 스페셜티 커피를 마셔본 사람만 쪼끔 상상이라도 갈터이다.
예를 들어 코스타리카를 마셔본 사람에게 코스타리가에 대한 설명을 읽어보면
대충이나마 그 마셨을 당시의 감촉으로 조금이나마 알겠다~ 정도일 뿐.
경험이 없는 사람에겐 그저 상상불가의 맛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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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허세 메뉴판!!이라고 우쭐하는 식으로 말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맛을 설명하는 게 원래 어렵다는 뜻이다. 특히나 커피 맛의 경우, '경험'이 적은 사람에겐 더욱더 "응? 푸르티 뭐? 대체 무슨 소린지.."하고 만다. (언어는 한계인 셈이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을 가지고 맛을 표현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봤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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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맛류
- 오전 내내 공복에 이리저리 움직이며 받았던 건강검진이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평일 휴가! 게다가 오후엔 아무것도 없네~ 널찍한 카페에서 양지바른 창가자리에 앉아, 줄곧 참아왔던 아이스커피를 마신다. 한 모금 쭈욱- 하~ 그때의 그 맛!
- 공항에서 비행기 기다리며 여행지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비행기 옆자리에는... 혹.시.나 드.디.어 꿈의 인연이...! 기분 좋은 상상 하며 커피 마실 때의 그 맛!
쓴맛류
- 연인과 헤어지고 후폭풍 왔는데 게다가 마침 장마철. 테라스 자리에 앉아 비나 구경하면서 마시는 쓴맛 커피! 쓴맛은 쓴맛으로 잊는다!
- 퇴사 3일 전. 뭐 정리할 것은 이제 다 정리했고. 파티션 위로 고개를 들어보니 주변의 모든 이의 바쁨은 슬로 모션 같이 보인다. 시간이 멈춘 듯 창가에 비치는 햇볕에 손바닥을 대본다. 따뜻~하다. 평화~롭다. 아~ 이젠 나는 다음 스테이지로 가는구나~ 생각하며, 고요한 이 시간을 즐길 때의 그 커피 맛!
etc.
"...."
"...."
음- 역시 그냥~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 되어버렸다. 하하.
@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해줬더니 이 무슨 개~소리냐고 한마디 들었습니다. 역시 맛을 설명하는 것은 어렵네요. 하하 =)
자동 필름 카메라의 경우 피사체가 이 정도로 가까운 거리면 분명히 초점을 못 잡는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그냥 셔터를 눌러본다. 어차피 인화하기 전까지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게 필름이고 또 결과를 기다리는 기분도 필름 사진의 매력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