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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신 케이 May 22. 2021

커피의 맛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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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7 - 커피의 맛으로부터 


Yashica T4 Safari, Fomapan 400 / 예술의 전당, Seoul, S.Korea - Mar


카페에 가면 메뉴판에 커피의 맛을 설명하는 화려한 글들이 많다.

브랜드마다 개인 카페마다 맛을 표현하고자 하는 많은 노력이 보인다. 

그러나 잘 모르겠다. 잘 와닿지 않는다고 할까.

푸르티- 무슨무슨 오렌지향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맛의 설명들.. 정말로 팟-하고 잘 느껴지시는지?

아마 해당 스페셜티 커피를 마셔본 사람만 쬐끔 상상이라도 갈터이다.

예를 들어 코스타리카를 마셔본 사람에게 코스타리가에 대한 설명을 읽어보면

대충이나마 그 마셨을 당시의 감촉으로 조금이나마 알겠다~ 정도일 뿐.

경험이 없는 사람에겐 그저 상상불가의 맛일 뿐이다.


허세 메뉴판이라고 우쭐하는 식으로 말하려는 게 아니라, 그만큼 맛을 설명하는 게 어렵다는 뜻이다.

막상 본인이 직접 맛을 설명하려고 하다 보면, 인간의 언어로는 사실 맛의 설명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나 커피 맛의 경우, 경험이 적은 사람에겐 더욱더 "푸르티 뭐? 대체 무슨 소린지.."하고 만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을 가지고 맛을 표현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봤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신맛류

- 오전에 건강검진 끝나고 참았던 커피를 마실 때의 그 첫맛! 그리고 오늘은 평일 휴가!

- 공항에서 비행기 기다리며 여행지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기분 좋은 상상 하며 커피 마실 때의 그 맛!

쓴맛류

- 연인과 헤어지고 후폭풍 왔는데 게다가 마침 장마철. 비나 구경하면서 마시는 쓴맛 커피! 쓴맛은 쓴맛으로 잊는다!

- 퇴사 3일 전. 뭐 정리할 것은 이제 다 정리했고. 파티션 위로 고개를 들어보니 주변의 모든 바쁨은 슬로우 모션 같다. 각자 갈길 가는구나 생각하며 이 고요한 시간을 즐길 때의 그 커피 맛!

etc.


"...."

"...."


음- 그냥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 되어버렸다. 하하.


@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해줬더니 이 무슨 개소리냐고 한마디 들었습니다. 역시 맛을 설명하는 것은 어렵네요. 하하. =)



자동 필름 카메라의 경우 피사체가 이 정도로 가까운 거리면 분명히 초점을 못 잡는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그냥 셔터를 눌러본다. 어차피 인화하기 전까지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게 필름이고 또 결과를 기다리는 기분도 필름 사진의 매력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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