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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신 케이 Jul 09. 2020

우리 그냥 그렇게 그 정도로만 해요

스토리포토그라피100

스토리 64 - 우리 그냥 그렇게 그 정도로만 해요


Yashica T4 Safari, Lomography 400 / Omotesando, Tokyo - May


누군가를 처음 알게 되면 어떤 사람일까 궁금합니다. 아마 '그냥 보자마자 싫어!' 이 정도의 사람은 웬만해선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누군가를 음 알게 되면 짧더라도 인간관계가 시작되며 '거리'라는 것도 당연스레 생기게 됩니다. 이 처음의 '거리' 덕분에 우리는 나이, 성별, 출신, 외모 등등을 떠나 서로 존중하며 대하게 되지요. 그 증거로 우선은 서로 존댓말을 하고, 덕분이라고 감사하다고 확실히 표현하고, 실수하면 바로바로 사과합니다. 게다가 서로 조금씩 알아가는 것도 신기하고 재미나지요. 늘 하던 뻔-한 얘기들도 신선하게 느껴지고 말이에요. 근데 이게 전부 '서로의 적당한 거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 적당한 거리가 조절이 안되면 가까워져 무뎌지고, 가끔씩 예의도 잊어버리게 되고, 결국엔 존중하지 않아도 '뭘 그래 우리 사이에 괜찮지?'의 상태로 까지 가버리지요. 음. 아쉬워요. 비록 나는 안 그러더라도 상대방은 또 그런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고 그러네요. 여기서부터 오래갈 사람, 그냥 흘러갈 사람, 나중에 우연히 만나면 반갑게 인사할 수 있을 사람, 우연히 봐도 그냥 모른 척할 사람이 정해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처음 알게 되었을 때의 그 서로 말랑말랑한 거리를, 그냥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요. 친해지지 않아도 괜찮아요. 술 한잔 안 해도 괜찮아요. 우리 서로 '브로~' 같은 말 쓰지 말아요. 되돌아보니 서로 간에 거리가 있어야 관계가 오래가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니까 우리 서로 너무 친해지려고 하지 말아요. 딱 그 정도만 하면서 그냥 흘러가는 운명에 맡겨봐요. 인연이면 계속 보게되고 또 어쩌면 자연스레 가까워지게 되겠지요~ 하하. 


@ 인간관계로부터 상처 받지 않는 요령이 생겨서 또는 무뎌져서, 그래서 편하기도 하고, 어떨 땐 조금 아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아~ 그냥 이렇게 굴러가는 거는구나아- 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



어떤 카페 앞에, 혼자 뚝- 떨어져 있는 화려한 회전목마를 보고서 마치 자신을 보는 것 같아 찍었다. 자신의 모습, 가치관이 발견되는 순간이라면 너무나 귀중한 순간이다. 지금 들고 있는 어떤 카메라라도 다 좋다. 꼭 찍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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