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냐 아저씨, 안톤 체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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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있을 때도, 좌절할 때도, 무기력할 때도 살아간다. 죽기전엔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삶은 변할 듯 변할 듯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삶은 세월을 훌쩍 잘라 먹었다. 어느날 거울 속 나는 늙어 있었다. 많은 것이 잊혀져가고, 감정도 무뎌진다. 잘려나간 세월이 아쉽다.
바냐아저씨는 47살이다. 의사 아스트로프도 비슷한 연배다. 그들은 늚음을 억울해한다. 바냐아저씨는 37살에 17살 옐레나에 고백하지 못했다. 염치없어 보였고, 해야할 많은 것에 바빴다. 10년이 지나자 옐레나는 노교수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 젊은 시절에 모든 것을 놓쳤다. 믿었던 많은 것들은 사실이 아니었다. 시간은 헛되이 지나 버렸다. 감정마저 시간에 닳아 없어졌다. 바냐아저씨에겐 무기력만이 남아 있었다. 무서운 것은 삽화같은 삶, 변화없는 삶의 계속이었다.
세상은 내가 어찌 살건, 어떻게 늙어가건 관심이 없다. 누군가는 내 삶을 하찮게 볼 것이다. 배경같은, 삽화같은 삶이라 비아냥거릴 수 있다.
그렇더라도 살아간다. 모든 때는 동등하다. 늙은 조연이라도 여전히 삶의 주인공이다. 살아보니 나이에 도착해보면 그때마다 설렘과 감정이 있다. 젊은 감정도 그때의 감정일 뿐이다. 지나버린 시간을 애닳아 한들 달라질 것은 없다. 늙었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고, 느낄 수 있는 걸 느끼며 살아간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바냐 아저씨, 안톤 체홉)
(바냐 아저씨, 안톤 체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