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칼이 들어와도...
"누구야?"
불이 켜졌다
꿈이 아니었다 실제 상황이었다
재빨리 상체를 일으켜 세우는 순간 목에 차가운 금속의 느낌이 전해왔다
팔, 다리털은 물론이고 머리칼이 모두 곤두서는 거 같았다
목에 칼을 겨눈 녀석의 눈을 쬐려 봤다
쭉 째진 작은 눈에 짙은 눈썹을 한 녀석은 속마음을 감추려는지, 불빛 때문인지 좀처럼 검은 눈동자를 보이지 않는다
"뭐야 니들?"
황당한 상황에 질문을 날렸다
(쫄지 않으려 정신줄을 꽉 잡았다)
"네가 건터냐?"
(나를 알고 있다! 그럼..?)
"그래 내가 건터다!"
"여긴 왜 왔어?"
"적어도 니들 만나러 온 건 아냐!"
"'난 @@고 짱! 00이다 '둘리'는 내가 좋아하는 아이고~"
"난 '둘리' 오빠다! 니들은 손님 대접을 이따위로 하냐?"
(목을 누르는 칼 때문에 목소리가 간신히 나왔다)
"형~ 칼 좀 어떡해 좀 해 봐요~"
(뭐야? 칼을 겨눈 놈이 선배야? 참 모양 빠지는 놈이고만...)
"어? 어! 괜히 꺼냈네 @@"
눈동자를 감추던 놈이 목에 겨눴던 잭나이프(접이식 칼)를 거둬들였다
날을 바짝 세웠던지 칼날이 목에 잔 흠집을 낸지라 따끔거렸다
"나갑시다!"
녀석들이 날 밖으로 이끈다
"야! 일어나 **야! 아직도 *자는 척이냐?"
옆에 웅크린 자세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쫄보 동창 놈에게 소리를 질러댔다
"나도 가야 돼?"
어이없는 한 마디가 되돌아왔다
"야 인마! 무슨 일 생기면 신고라도 해야 할 거 아냐?"
먼저 나간 녀석들이 들을까 조용히, 낮은 음성으로 가시 박힌 독설을 뿜어댔다
'아우~ 쫄보**! **은 안 지렸나 몰라'
등치값 못 하는 쫄보를 데리고 녀석들을 따라나섰다
"이리로~"
굼뜬 쫄보와 밖으로 나오자 길 건너 저편에서 우리에게 손짓하는 녀석들!
'뭐야? 맞짱 뜨자는 거 아니었어?'
터미널을 끼고돌아 시장을 지나쳐 좁고 어두운 골목을 몇 개 더 지나쳤다
붉은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가게 앞에서 우리 쪽을 쳐다보며 담배를 꼬나문 잭나이프 브라더스!
몇 분 안 걸리는 밤골목을 뒤쫓던 나도 새 담배에 불을 붙였다
"야! 저 **들 아지튼 가본 데 들어가면서 비상구 확인 꼼꼼히 하고 뭔 일 터지면 수단방법 가리지 말고 파출소로 튀어라 터미널 맞은편 은행 옆골목에 파출소 있다 알겠냐?"
"응~"
"아오~ 이 쫄보**!"
담배를 발로 지르밟고 녀석들이 서 있는 가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게 안은 무대 위 춤추는 무희들과 테이블마다 쌓인 술병들,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다양한 연령대,
그야말로 출입문 바깥과는 또 다른 세상이었다
그 동네 유일한 극장식 카바레였는데 100여 평의 공간 한쪽에 작은 무대와 춤추는 홀이 있었고 홀 주변에 빽빽하게 놓인 테이블엔 이 동네 양아치들은 다모아 놓은 것 같았다
가게 안을 둘러보고 있는데 그 놈들이 부른다(내게 칼을 겨눴던 키도 눈도 작은놈이!)
."어이! 구경 왔는가? 이리 오소!"
"야! 저쪽 화장실 가는 쪽 주방 사이가 비상구다 정신 똑바로 챙겨라!"
쫄보에게 다시 한번 비상구 위치를 되뇌고 적진 깊숙이 발을 옮겼다
180cm짜리 짐과 함께...
잭 나이프 브라더스가 부른 테이블은 제법 큰 테이블이었는데
이 동네 왕초의 자리라고 잭나이프 브라더스 00 이가 귓속말로 전한다
그 주변에 쫄로 보이는 무리들이 테이블 몇 개를 차지하고 앉아 있다
무대에선 코미디언 00가 스탠딩만담 코미디를 하고 있었고 그 동네 알코올홀릭들은 모두 한 자리에 모인 듯했다
"어! 어서 오시게~ 우리 00 이에게 얘기 들었어 여동생 보러 오빠가 왔다고?"
"네에~ '건터'라고 합니다"
"그래~ 우리 00이랑 한잔하고 가~"
가볍게 묵례를 하고 잭나이프 브라더스가 안내하는 테이블로 따라갔다
쫄들이 일어나서 00 이의 소개로 내게 오른손을 내민다
싸울 기미는 보이질 않았다
그래도 긴장을 놓을 순 없었다
목에 난 상처가 따끔거리며 신경이 곤두섰다
'동생 만나러 온 오빠까지 신경 쓰느라 노고가 많다 자식들아~'
00 이가 안내한 제일 안쪽 구석자리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주변의 소음들 때문에 부득이 악을 쓰는 듯 큰 소리의 대화가 오갔다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고 1 짱 P입니다
목에 난 상처는 사과드립니다
제가 '둘리'를 좋아합니다
어떤 남자가 '둘리'를 찾아왔다는 얘길 듣고 기분이 안 좋았습니다"
"그래? 난 오늘 밤 너희들의 행동이 더 기분이 안 좋은데?"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둘리'가 귀가가 자꾸 늦어진다 그래서 오해했습니다"
"근데? 이 동넨 외부인 발붙이기 만만찮네?"
"방학중에 누가 '둘리' 찾아왔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요
형님 이 동네 오고 여기저기 일자리 알아보러 다닐 때도 다 알고 있었고요"
"오~ 컨츄리 하네 근데, 갑자기 형님?"
"네! 어떤 사람인지 감 잡았으니 형님이라 부르겠습니다 ㅎㅎ "
뭐야? 이 쿨함은 뭐지? 이 자식! 왜? 싫지가 않지?
키가 185는 되고 훈남이다 거기다 목소리도 좋아 1 짱이니까 쌈도 잘하겠지?
'달려라 하니'가 그래서 궁금한 게 많았었군
이 녀석 나를 지켜보고 있었네!
."아~ '둘리' 오빠이기도 하시고, 목에 칼이 들어와도 사내다운 모습이 있으셔서..."
"아~ 그 칼로 날 시험했다?"
그렇다
이 녀석들이 날 시험에 들게 했다
내가 쫄았었다면?
아~ 상상도 하기 싫다
기분이 나빴지만 한 밤의 침입자들과 카바레에서 술잔을 부딪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옆에서 맥주잔을 들고 눈치를 살피는 키만 큰 쫄보와 그와 상반되는 키 큰 라이벌이라니...
술잔을 들이키며 쫄보에게 소리쳤다
"너! 낼 짐 싸라!"
그렇게 한 시간쯤 술잔을 주고받으며 P와 '둘리' 이야길 주고받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끄러운 그곳을 빠져나와 담배를 하나씩 물었을 때 내가 P에게 질문했다
"너~ 혹시 '둘리'랑 정식으로 교제 중인 거야?"
"아뇨~ 고백은 했는데 차였어요 형님이랑 같은 처지예요"
키도 눈도 작은 잭나이프가 입을 연다
"오늘 일은 미안한데, 언제든 맞짱 뜨고 싶음 얘기해! 칼 없이 맞짱 뜨게~"
"됐고! 그냥 안 봤으면 좋겠다! 누가 이기든 명분이 없잖아? 너랑 나랑은.."
칼에 대한 내 품평에 기분이 상한 모양이었다
내가 뭐랬냐면?
"니 키에 어울리는 칼이네.. 공고 놈들 막칼에 비하면 장난감 같아!"
이랬거든 ㅋㅋ
실제로 그 동네를 뜨기 전까지 잭나이프는 보지 못했다
새벽은 깊어져 갔고, 쫄보이면서 불편한 동거인 녀석을 바라보는 내 한심스러움도
깊어지는 여름 새벽이었다
"야! 낼 눈뜨면 은행 다녀와!"
"엉?"
"돈만 빌려주고 넌 떠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