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 거리

재회 - 레옹/작사

by 레옹


수연은 오늘도 늘 다니던 그 길을 걷고 있었다.
늘 같은 속도로 그 속도가 아니면 안 되는 것처럼.
약속이 있거나 바쁜 건 아닌데,
어쩐지 늘 서두르게 되는 그녀다.

식사는 자주 건너뛰기 일쑤다. 먹는 즐거움이 없는 그녀로선 끼니는 언제나 해방을 꿈꾸는 영역일 뿐이다.
습관적으로 마시던 커피는 이제 몸에서 신호를 보낼 정도로 삼가야 할 애꿎은 끼니가 되어간다.

‘별일 없는 하루인데 왜 이렇게 지치는 걸까?’
‘무언가 빠져 있는 것 같은데, 뭐가 빠졌지?’

그날도,
그저 그렇게 평범한 하루.
늘 익숙한 거리에 흔한 풍경들.

그러다
그를 마주친다.

횡단보도 한가운데,
그녀는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혔다.

“아, 죄송해요.”

고개를 숙였고,
힘없이 고개를 들어 상대를 바라보는 순간.
숨이 멎는 줄 알았다.

그였다.
한참을 바라만 보던 그 뒷모습.

그는 아무 일 없다는 듯 "괜찮습니다"만 남기고
그만의 방향으로 걸어갔다.

수연은 횡단보도 한가운데에 멈춰 서 있다.
신호는 이미 빨간불로 바뀌어 있었고,
차들이 경적을 울리며 그녀 곁을 스쳐갔다.

하지만 그녀는 어깨에서 흘러내린 숄더백을 양손으로 가지런히 쥔 채 사라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다.


늘 한 걸음 뒤였다.
등하굣길, 견학 가던 날.
그는 늘 먼저 걸었고,
수연은 그를 뒤에서 따라 걸었다.

그가 멈추면 함께 멈추었고,
그가 골목을 돌면
수연의 마음도 그 방향으로 꺾였다.

말 한마디 걸지 못한 채
수년을 보내고,
졸업과 함께
그 시간도 잊힌 줄 알았다.


도로 한가운데 선 수연.
머리카락 끝이 바람에 흔들리듯, 가슴 안쪽 무언가가 피어오른다.

‘지금 아니면 안 돼.’
‘아냐, 똑같이 후회할 거야.’
‘왜 또 멈춰 있어?’
‘그때도, 지금도. 너답다.’
‘그 사람은 몰라. 그냥 지나가.’
‘아니야, 알고 있을지도 몰라…’

그녀 안의 또 다른 그녀들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누군가는 등을 밀고, 누군가는 팔을 붙잡고 늘어진다.

목소리는 겹쳐지고, 심장은 그녀의 빠른 결정을 재촉하듯 서둘러 뛰기 시작했다.


다시 초록불이 켜졌다.
그의 뒷모습은 여전히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길을 건너는 사람들 틈에서 수연은 조용히 몸을 움직였다.

오후의 햇살은 싱그러웠고, 구수한 바람이 가볍게 옷자락을 스친다.
어디선가 구운 빵 냄새가 풍겨왔다.

도시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지만, 그녀에겐 지금 이 거리 전체가 하나의 기억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수연은 뛰기 시작했다.
이름은 부르지 않았다.
부르기엔 늦었고, 멈추기엔 너무 오래 기다려온 이름이었다.

다만,
그날 그 거리로부터
멀어지지 않기 위해.

♡위 글은 작사할 때 연상한 장면을 풀어쓴 글입니다♡



'재회' 역시 글벗이 제시한 단어였습니다.

마침 브런치북 [첫사랑]의 연재를 마무리하려는 시점이었어요.

그래서 첫사랑과 '재회' 하는

[건터의 재회]를 앞서 발행했고요.

그의 재회에 이어 그녀의 재회도 만들게 되었답니다.

두 노래에는 똑같은 가사가 한 줄 들어갔답니다.

건터의 재회가 아픈 심장이라면, 그녀의 재회는 다시 뛰는 심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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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작사/레옹]

다시 마주친 그날
말은 없었지만
심장은 먼저 알아봤어

햇살 흐르던 오후
너를 우연히 봤어
많이 달라졌더라
근데 이상하지
내 마음은 그날 그대로였어

그날 그 거리
한 걸음 뒤에
난 늘 거기 있었어

멈춰 선 너의 뒷모습
아직도 내 눈에 그대로 있어

넌 날 못 알아봤지
그날처럼 오늘도
나는 아무 말 못 하고
그저 가만히 서 있었어

그날 그 거리
숨 쉬듯 걷던
너의 발소리 따라가

지금도 난
그때처럼
그 자리에 멈춰 있어

그날의 거리
그날의 나
오늘도 그대로 걷고 있어


표지이미지:핀터레스트 Li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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