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있으면 부잔데?

레옹 작사 / 다시, 나를 데우는 중

by 레옹



“얼마 있으면 부잔데?”
“택.시비?”
.
.
둘은 해 질 녘까지 모래사장에 앉아만 있었다.
모래사장 위에 엎드려 있는 갈매기도 있었고, 바닷물과 모래사장이 만나는 물결 끝에 앉아 파도를 타는 갈매기들도 있었다.
“갈매기들은 왜 저러고 있을까?”
“파도 타는 게 재밌나 보지”
“안 질리나?”
“책 한 권만 죽어라 파는 누구 같은 성격인가 보지.
근데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안 지겨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고민할 것도 없었다.
“전혀!”
“이미 다 알 거 아냐? 뒤에 무슨 얘기가 나올지.”
“그래서 더 좋아. 무슨 얘기가 나올지 조마조마해하며 읽을 필요가 없잖아.”
“전개를 궁금해하는 게 책 읽는 이유 아냐?”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잖아? 그럼 그 안에 살고 있는 거 같거든…
어린 왕자를 수 백번 읽으면,
더는 그 이야기가 다른 누군가가 지어낸 소설이 아니라
그냥 내 이야기 같아”


주연은 할 수만 있다면, 인생 역시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좋았던 순간을 또 경험한다고 해서 지워질리는 없지 않을까?




29살, 취준생 주연이 맞이한 최악의 하루.
이별, 면접 낙방, 그리고 백반 한 상.
그 뚝배기 속 국물로 다시 만난 건
15년 전 서해 바다와, 처음의 눈물, 그리고 ‘게국지’였습니다.

첫 숟가락을 뜨는 순간,
그녀는 시간의 터널을 지나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 하나를 발견합니다.

그 이야기가 제 마음에도 도착했습니다.
마치… 저 또한 어떤 뚝배기 안에서
오래된 나의 기억과 마주한 듯했습니다.

그래서 노래로 만들었습니다.
정소정 작가님의 《꿈의 불가마》에 바치는
따뜻한 회답이자, 작은 헌사처럼요.

정소정 작가님께도 이 마음, 닿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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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웃는 척하다가
식탁에 앉은 내 표정,
바보 같았어

첫 숟가락 위에
묻어 있던 오래된 기억
말보다 먼저,
내 마음이 움직였지

그땐 같은 책만 보곤 했어
그 안에 내가 사는 것 같았거든
그 녀석이 그랬지
“또 그 책이야? 이기적이야.”

그런데 어느 날
책상 위에 놓인 책 한 권
‘어린 왕자’
그 녀석 이름으로 빌려진 책이었어

친구들 틈에서
말없이 작아지던 날들
보이지 않는 생채기보다
말 한마디가 더 서운했던 그날

그걸 본 사람
단 한 명 있었지
아무 말 없이
곁에 있어준 그 아이

놀이터 끝자락
말없이 앉은 그 아이
내가 괜히 심술 난 척
말도 안 되는 질문을 던졌어
“너… 부자야?”

그 녀석은 조용히 말했지
“얼마가 있어야 부잔데?”
“택시비 정도.”
그 말에 우린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었어

그날의 바다가
오늘 내 숟가락에 다시 출렁거렸어
갈매기 소리, 파도 냄새
그 아이 눈빛까지 떠올랐어

눈을 감았는데, 너였어
한 숟가락 속에 너였어
말보다 깊은 그 국물 속
내가 잊지 못한 너였어

그땐 몰랐지
말 없는 위로가
얼마나 따뜻했는지

이젠 알아
혼자 울던 게 아니었단 걸
누군가는
늘 내 편이었다는 걸

나는 아직,
끓는 중인 이야기 같지만
그 안엔 익숙한 온도와
살아갈 이유가 숨어 있었어

이제는,
다시 나를 끓일 시간이야
천천히,
다시 나를 데우는 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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