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은 그들의 사랑을 축복했다
아침 햇살이 옅게 스며든 올레스테이 1층 분위기는 이틀 전과는 사뭇 달랐다.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참가자들은 짧은 글을 나누며 저마다의 여정을 정리했다.
연경은 종이를 매만지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는 제주에서 태어났지만, 늘 익숙한 풍경에만 머물렀어요. 그런데 이번 여정은… 그 익숙하면서 낯선 풍경 속에서 제 마음을 마주 보게 해 주었습니다. 혼자가 아닌 함께 걷는 시간이 제 안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었습니다.”
참가자들의 흐뭇한 웃음과 함께, 박수가 퍼졌다.
태호는 두 손에 종이를 살며시 말아 쥐며 말을 이었다.
“저는 살아있음을 느꼈습니다. 그동안 살아있지만 죽은 삶을 살았거든요. 제주에 와서 심장이 뛰는 소리를 다시 들었습니다. 마치 첫사랑처럼 말이죠.”
말을 마친 태호가 쑥스럽게 웃자 모두가 작은 환호소리와 함께 박수로 호응했다, 연경은 그의 눈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았고, 모두들 밝은 표정으로 두 사람을 응원하는 분위기였다.
그때,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센터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참가자들을 둘러보며 마지막 멘트를 이어갔다.
"제주 올레는 길을 걷는 여행이지만, 사실은 곧 마음이 걷는 길입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길에서 나눈 감정과 만남이, 여러분 삶 속에서도 오래도록 이어지길 바랍니다.”
차분한 울림이 홀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 울림은, 두 사람의 눈빛이 교차한 자리에서 별빛처럼 오래 머물렀다.
오후, 참가자들이 하나둘 떠나고 나자 숙소 안은 조금 한산해졌다.
창밖으로는 간간히 지나는 차 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가로수 나뭇잎 소리가 섞이며 계절이 흘러가고 있었다.
연경은 가방을 정리하는 태호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저녁은 제가 책임질게요. 제주 토박이의 자존심을 걸고요.”
"아~ 정말요? 전 가리는 음식은 없어요."
"처음 먹는 음식이라도 만족하실 거예요."
그들은 차를 타고 구좌읍 동복리의 바당식당으로 향했다.
바닷가 바로 앞에 자리한 식당은 해 질 녘 붉은빛에 물들어 있었다.
연경은 회국수와 성게국수를 주문했다.
“여기 회국수, 진짜 제주 사람들도 인정하는 맛이에요. 성게국수는 국물이 예술이고요.”
태호는 국물 한 숟갈을 뜨고는 눈을 크게 떴다.
“이건… 바다를 마시는 느낌인데요?”
연경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맞아요. 바다는 늘, 이렇게 미각을 자극하며 말을 걸어와요.”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숙소 근처의 한 카페로 향했다.
아늑한 조명과 창밖에 펼쳐진 바다 풍경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라떼를 마시던 태호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용기를 내듯 입을 열었다.
“… 연경 씨, 오늘 밤… 별 보러 가실래요?”
연경은 순간 놀란 듯 그를 바라보다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사실, 그 말하고 싶었어요.”
그 순간, 아직 뜨지 않은 별빛이 두 사람의 대화 속에 먼저 내려앉는 듯했다.
동복리 풍력단지.
사방은 아담한 침엽수로 덮인 낮은 언덕.
도시의 불빛이 가려져 별을 보기엔 더없이 좋은 지형이었다.
언덕 위 거대한 풍력기의 날개가
‘후웅—’ 하고 바람을 가르며 돌아갔다.
빛이 닿지 않는 하늘은 검은 유리처럼 투명했고,
그 위로 별들이 쏟아졌다.
차에서 꺼낸 돗자리를 펴고 풀밭에 나란히 앉자,
질투라도 하듯 세찬 바람이 불어 연경의 머리칼이 어깨 위로 흩날렸다.
태호는 말없이 바람막이를 벗어 그녀의 어깨 위에 걸쳤다.
연경은 별빛을 올려다보며 속삭였다.
“별은… 늘 멀리 있지만, 늘 같은 하늘에 있네요.”
태호가 그녀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대답했다.
“그래서 기다릴 수 있는 걸 거예요. 별들도 서로 말을 건넨다고 하잖아요.”
연경이 살짝 웃으며 물었다.
“그럼… 별들도 서로 사랑할까요?”
태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낮게 말했다.
“별들은 빛으로 서로를 부르죠. 우리가 눈빛으로 대화하듯.”
연경은 시선을 떨구며 수줍게 속삭였다.
“그럼, 우리도 오늘… 별빛처럼 서로를 부르면 되겠네요.”
그 순간, 눈빛이 스쳤다.
미소 띤 그들의 얼굴은 아주 평안해 보였다.
별빛이 모든 대답이 되어주는 듯,
침묵은 평화롭게 흘렀다.
연경이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기억나요? 제가 제일 힘들었을 때, 전화로 해주셨던 말.”
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연경 씨, 사랑이 필요해 보여요… 사랑한다고 말해도 될까요?”
그녀의 입술이 떨렸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내게 필요한 건 사랑이구나, 알게 됐어요.”
태호의 목소리가 바람보다 낮게 울렸다.
“그 말이 꼭 연경 씨에게 닿길 바랐어요.”
하늘을 올려다보던 태호에게
연경이 다시 속삭였다.
“태호 씨… 사랑하는 것 같아요.”
그 대화가 별빛 아래에서 다시 살아났다.
풍력기의 회전음은
우주가 숨 쉬는 박동처럼 이어졌다.
태호의 얼굴이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연경은 눈을 감은 채, 조용히 그 순간을 받아들였다.
별빛 아래서 맞닿은 입술은
오래 기다린 순간처럼
깊고 달콤하게 이어졌다.
그것은 고백이 아니라,
사랑의 확인이었다.
별빛은 여전히 머리 위에서 흘러내렸고,
바람은 두 사람을 감싸 안았다.
그 여름의 마지막 밤은,
두 사람의 가슴속에서
영원히 반짝이는 계절이 되었다.
태호는 눈을 감은 채
마음속 한 문장을 떠올렸다.
‘안녕, 여름 — 다시 만나길.'
그동안 부족한 글임에도 애독해 주신 모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마틸다처럼, 향기로운 숨결]은 저에겐 시와 노래 그리고. 나뭇잎 소설(단편소설)을 써 내려간 습작 노트였습니다. 아직 엉성하고, 뭔가 아쉽고 부끄러운 브런치북이었다 생각되지만 더 나은 창작물을 만들기 위한 밑거름이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해 봅니다.
새로운 브런치북을 발행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레옹의 콜라보]와 [꽁냥사랑학] 브런치북은 준비된 만큼만 발행할 것 같습니다.
참, 멤버십 등록을 해놓고 제대로 글을 발행하지 못했는데요. 제 글이 아직은 유료발행을 하기엔 많이 부족하고, '유료발행을 했을 때 글이 읽히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도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유일한 멤버십 독자분께 죄송스러운 마음 전하며, 레옹은 새로운 일을 벌이며 당분간 브런치에 출석이 여의치 않는 상황일 것 같습니다.
레옹은 당분간 빠리에 가 있을 예정입니다.
아, 프랑스 빠리는 아닙니다. :)
#나뭇잎소설 #별빛아래서 #첫사랑 #제주올레길 #올레스테이 #동복리풍력단지 #여름의마지막밤 #별빛같은사랑 #단편소설 #영화같은순간
Whispers turning in the breeze
바람이 돌아가는 소리
The sky unfolds, infinity
하늘은 끝없이 열리고
Fading stars drift into sight
멀리 있던 별빛들이
Tonight they fall, but stay with us
오늘은 우리 곁에 머물러
No words, only light
아무 말 없어도
Your eyes are speaking silently
눈빛이 다 전해주니까
In the hush, my heart
고요 속에 머문 내 마음
Is floating out to you
너에게 전해지네
Under starlight, I’m holding you
별빛 아래서 너를 안아
This moment paints us in silver-blue
이 순간이 우리를 밝혀
Even if time dissolves, even if worlds divide
시간이 멈춰도, 세상이 멀어도
Our love will linger, glowing inside
사랑은 여기 남아 있겠지
The warmth that trembles on my skin
손끝에 스친 온기
Becomes a song, it pulls me in
그 떨림이 노래가 되고
The endless nights of waiting slow
너를 기다린 긴 밤들이
Turn into rivers made of glow
오늘로 이어져 빛이 돼
No words, only light
아무 말 없어도
Your eyes are speaking silently
눈빛이 다 전해주니까
In the hush, my heart
고요 속에 머문 내 마음
Is floating out to you
너에게 전해지네
Under starlight, I meet you here
별빛 아래서 너를 만나
My silence rises into song
내 안의 고요가 노래해
Even if years drift, even if memories fade
세월이 흘러도, 기억이 사라져도
Our love will sparkle, never afraid
우리 사랑은 반짝일 거야
레옹의 나뭇잎 소설 OST 안녕, 여름 - 제주 편
https://youtu.be/ZkSUd6XbjtM?si=a990aSgZhA5z9spT
안녕, 여름 / 레옹 작사
파란 하늘에 물든 바다
모래 위 발자국이 사라져 가네
늘 덥기만 하던 계절 속에서
그날 너를 만나 모든 게 달라졌어
처음엔 숨 막히던 햇살이
네 웃음에 녹아 부드러워졌고
파도보다 빠른 내 심장이
네 곁에서 여름을 배웠어
바람이 속삭여 귀를 간지럽히고
여기서 우리의 이야기가 시작됐어
안녕, 여름 — 다시 만나길
너와 나의 추억 그 속에 살길
반짝이던 그 날들
안녕, 여름 — 잊지 않을게
파도 소리에 얹힌 웃음
네 손을 잡았던 그 순간
밤하늘 별빛 아래 나눈 약속
여름이 준 가장 큰 선물은 너였잖아
뜨겁던 모래조차 포근해지고
긴 낮이 짧게만 느껴졌어
너와 함께한 이 계절은
내 마음속에 계속 흐르고 있어
달빛이 비추며 우리를 감싸고
그때 난 사랑이 계절을 바꾼다는 걸 알았어
안녕, 여름 — 다시 만나길
너와 나의 추억 그 속에 살길
반짝이던 그 날들
안녕, 여름 — 잊지 않을게
혹시 내년에도 같은 바람이 분다면
그 길 위에서 다시 널 찾을 거야
계절이 우리를 떼어 놓아도
사랑은 파도처럼 돌아오니까
안녕, 여름 — 꼭 다시 만나
너와 웃던 그 바닷가에서
영원히 반짝일 그 날들
안녕, 여름 — 내 사랑이야